대구시의사회 곽재혁 공보이사

▲ 대구시의사회 곽재혁 공보이사
▲ 대구시의사회 곽재혁 공보이사
정부와 의료계는 의대 정원 증원 문제로 마치 치킨게임을 하듯 극한의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전공의들은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난 지 한 달이 넘었고 대학병원에 남아 있는 교수들도 체력의 한계가 다다른 상황이다. 최근에는 전공의가 떠난 의료현장을 지키던 부산대 교수가 뇌출혈로 인해 과로사를 하는 안타까운 사태까지 벌어졌다. 환자들도 이러한 사태가 빨리 끝나기를 누구보다도 더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1달 전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인정받던 K의료가 왜 이렇게 무너지고 있는 것일까?

일단 우리나라의 의료시스템부터 이해를 해야 한다. 정부는 OECD 국가의 인구 대비 의사 수만을 비교해서 의대정원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면, OECD 국가 중에 우리나라 보다 더 좋은 의료시스템을 가진 나라가 있는가? 미국이나 일본, 아시아 국가 등 해외에 있던 교포들이 한국을 방문했다가 다시 외국에 나가기 전에 진료를 위해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해외에 나가게 되면 진료를 보는데 몇 달을 대기해야 하거나 비용이 매우 비싸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와 대도시에 밀집된 인구분포를 가지고 있어 다른 OECD 국가보다 적은 병의원과 의료진으로 우수한 진료 접근성을 가질 수 있었다. 또한 저수가 정책을 펼쳐 국민들이 병의원 문턱을 낮췄다.

이는 통계에서도 알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의 국민 1인당 연간 외래 진료 횟수는 15.7회로 OECD국가 평균인 5.9회보다 훨씬 많은 세계 1위이다. 그러면 왜 소아과 오픈 런이나 응급실 뺑뺑이 문제가 발생하는 것일까? KOSIS(국가통계포털)에 의하면 2010년부터 2020년 15세 미만 인구수는 21%감소한 반면, 소아청소년 전문의는 33%증가해 인구당 전문의 수는 무려 67.9%증가했다. 하지만 10년간 개원의 수는 변화가 없다. 이는 경영난으로 소아과 진료를 하지 않고 타과 진료를 하기 때문이다.

소아과 오픈 런도 실제로는 모든 소아과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대부분 그 지역에서 제일 유명한 소아과 병원이고 이도 독감철에만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다. 그리고 응급실 뺑뺑이는 병원 부족보다는 응급의료전달체계의 문제이다. 대학병원 응급실에는 경증 환자가 넘쳐나서 중증환자를 받기 어려운 반면, 2차 병원 응급실은 텅텅 비어 있다. 응급의료 전달체계만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그러면 정부는 왜 2천 명이라는 의대정원을 증원하려는 것일까? 총선을 2달 앞두고 의대정원을 발표하면서 대통령 지지율의 급상승을 이끌어냈다. 총선을 앞 둔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다. 그리고 6년 이후에는 수도권에 총 6천600병상의 대형 병원 분원들이 개설하게 된다. 저수가 의료를 통해 병원 경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값싼 노동 인력인 전공의가 필요하다. 외국의 대형병원은 전공의 비율이 10%미만인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절반에 육박한다. 이번에도 전공의들이 사직을 하니 병원 운영이 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지금 당장 2천 명의 의대생을 증원하여야 6년 후에 수도권에 있는 대형 병원에게 값싼 의료 인력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잘못된 포퓰리즘 정책과 대형 병원의 욕심으로 지금까지 전 세계가 부러워하던 K의료가 무너질 안타까운 상황에 처해 있다. 이제는 국민들이 냉정하게 이번 사태를 판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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