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덕 로앤컨설팅 대표변호사권

열흘 정도 전에 한 언론사 기자가 필자에게 인터뷰를 요청하여 응한 적이 있는데, 곧 선고를 앞둔 한 판결에 관련된 질문들이었다. 인터뷰 내용은 밝힐 수 없으나, 기자의 질문 내용을 듣다 보니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부작위범’에 관하여 본 지면을 통해 소개해봄 직하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이렇게 한 번 적어 본다.



크게 알려진 뉴스가 아니므로 사건을 짧게 소개해보자면 내용은 이렇다. 출산 전 검사를 통하여 태아가 다운증후군으로 의심된다는 것을 알게 된 가족들이 분만예정일보다 이른 시점인 34주 무렵에 제왕절개를 통해 아이를 낳은 뒤 출산 당일 아이를 퇴원시켜 집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집에서 아이가 하루 만에 사망하였고 가족들은 시신을 야산에 매장하였다. 이후 약 8년간 아무도 이 사실을 모른 채 세월이 흘렀으나, 병원 분만 기록은 있는데 출생신고 내역이 없는 아동들에 대한 전수조사 과정에서 사실이 밝혀졌고, 수사 끝에 검찰이 가족을 살인죄로 재판에 넘겼다. 그리고 인터뷰 이후 가족들 모두에 대한 살인죄 유죄 징역형 판결이 선고되었다.



검찰의 공소장이나 법원 판결문을 보지 못하여 확신할 수는 없으나, 필자의 추측에 아마 이 사건은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 즉 ‘살인죄 부작위범’이 문제 되었던 사건일 것이다. 몇 안 되는 관련 기사들을 보면서, ‘아이를 방치해서 죽였다’라고 검찰이 공소제기 하였다는 내용들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부작위범이란 무엇일까.



모든 범죄는 작위범과 부작위범의 두 가지로 나뉜다. 사람이 무슨 행동을 적극적으로 해서 범행하면 작위범, 행동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서 범행하면 부작위범이라 한다. 부작위범은 다시 진정(眞正)부작위범과 부진정(不眞正)부작위범으로 나뉘는데, 오로지 가만히 있는 방법에 의해서만 성립하는 범죄가 전자이며 대표적인 예시가 대한민국 형법상의 퇴거불응죄이다. 퇴거명령을 받고도 가만히 있으면 성립하는 범죄이다.



부진정부작위범은 ‘작위적인 행동으로도 그리고 가만히 있는 방법으로도 성립할 수 있는’ 범죄를 뜻한다. 이번 신생아 살해 사건이 그 예이다. 신생아를 폭행 등 적극적인 무슨 행동(작위)을 통해 살해하면 살인죄가 당연히 성립하는 것이나, 그냥 가만히 집에 내버려 두는 방법으로 죽였어도 살인죄가 성립할 수 있는 것이고, 그렇게 부작위 해서 살인하게 되면 ‘살인죄 부진정부작위범’이 되어 처벌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들 수 있는 의문이 ‘대체 나는 움직이지도 않고 가만히 있었는데 내가 무슨 범죄자냐? 나는 아무 짓도 저지르지 않았다는 말이다!’라고 항의할 수는 없냐는 것이다. 얼핏 맞는 말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 수 있다. 그러나 그 항의가 무조건 받아들여진다면 부작위범 같은 개념은 존재하지를 않았을 것이고 이번 사건의 가족들도 유죄 판결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왜 그런지를 다음 주에 이어서 알아보자.





최미화 기자 cklala@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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