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준우
▲ 박준우
영상 콘텐츠가 대세가 된 시대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2027년까지 국내 영상콘텐츠산업 규모를 40조 원으로 키우고, 우선은 올해 민관 합동으로 6천억 원대 K-콘텐츠 전략펀드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때맞춰 경북도가 최근 2027년까지 안동 문경 상주를 ‘경북 K-영상 콘텐츠 클러스터’로 조성하는 구상을 밝혀 관심을 끈다. 총사업비 2천130억 원을 투입해 실내외 촬영장과 제작지원센터를 구축하고, 여기에 더해 인력 양성과 체류형 관광자원화까지 한다는 것이다. 정부나 지자체가 영상콘텐츠산업에 공을 들이는 건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영상 콘텐츠 결과물이야 제작사의 수입원이 되겠지만 그 과정에 투입되는 인력과 자금은 얼마든지 제작 지역의 부가가치로 만들고, 잘만하면 지역경제에 웬만한 기업유치 이상의 경제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 경북도는 계획 발표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실제로 지역경제에 부가가치를 더할 수 있도록 세세하게 계획을 짜고 지금부터 움직여야 한다.

지난 3년간 경북 북부에서는 넷플릭스 영화, 드라마가 다수 제작됐다. 안동 풍천면 도청신도시에선 지금도 내년 하반기 방영 예정인 드라마가 제작되고 있으며, 지난해 공개된 SF웹드라마부터 SF영화 등 블록버스터급 영상물도 이 지역에서 촬영됐다. 영화, 드라마 제작 장소의 부가가치는 사실 이걸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지역마케팅 효과는 기본이고, 어떤 콘텐츠냐에 따라서는 현지인력 채용, 관광자원화 그리고 관련 기술 및 인력 양성까지도 가능할 것이다. 나아가 이를 바탕으로 관련 산업 생태계까지 구축할 수 있다면 지역 특화산업화와 신성장동력 창출까지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넷플릭스는 2026년까지 한국에 25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현재 환율로 3조3천여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이 국내에 풀린다는 것이다. 물론 이 투자금은 배우들의 출연료가 큰 비중을 차지하겠지만 세트장이나 인건비, 각종 부대비용 등 제작 경비로도 적지 않은 돈이 사용될 것이다. 벌써 전국의 지자체가 앞다퉈 넷플릭스 측과 접촉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여기서 넷플릭스 제작 장소 지역유치와 더불어 한 가지 더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영상 콘텐츠 제작을 단발성 이슈에 그치지 않도록, 지속성이 확보될 수 있는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전의 사례만 봐도 제작이나 방영 등이 있을 때만 제작 지역에 관심이 쏠리다가 그 이후에는 발걸음도 뜸해지고 관리도 제대로 안 된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지방살리기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영상콘텐츠의 확장력을 생각해 본다면 드라마나 영화 제작 장소 제공이라는 단순 접근에 그칠 것이 아니라 콘텐츠 등 소프트웨어 제작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할 방안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드라마나 영화와 함께, 제작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숏폼 콘텐츠나 1인 미디어 등은 물론이고 인터넷 미디어콘텐츠 분야가 젊은 층에서 각광받고 있다. 지자체로서는 관련 학과가 있는 지역대학과 협업하는 방식으로 전문인력을 양성해 나간다면 넷플릭스 같은 대형 업체의 영상 콘텐츠 제작 과정에 참여할 길을 터주는 것은 물론, 이들 업체의 콘텐츠 제작 장소 선택에서도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될 것이라 본다. 잘만 되면 지역 청년들에게 수도권으로 가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하나 더 추가해 줄 수도 있는 일이다. 경북도 입장에서 영상콘텐츠 제작지역으로서 지역경제를 살찌우는 방법은 지속성과 확장성을 어떻게 확보해 내는 것이냐에 달려 있다.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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