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준우
▲ 박준우


홍준표 시장은 새해 공식 업무 첫날인 지난 2일 신년사에서 “2024년 갑진년에는 한반도 3대 도시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극세척도(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나감)의 자세로 모든 지혜와 역량을 모아가겠다”고 밝혔다. 한반도 ‘3대도시 위상찾기’의 실현 가능성 근거로 홍 시장이 앞세운 건 대구경북신공항 건설, 대구도심 군사시설 이전, 대구 산업구조 대개편 등을 지난해 성공적으로 시작해 냈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면서 올해는 그것과 연계해 후속조치를 더 구체적으로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경북신공항의 SPC 구성을 비롯해 달빛철도특별법 국회통과, 군부대 통합이전의 후속절차, 5대 미래신산업 집중 육성 등에서 성과를 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홍 시장이 언급한 ‘3대 도시’란 과거 일제강점기나 그보다 이전 때 한반도의 중심이었던 서울, 평양, 대구를 일컫는 말이다. 현 세대들에겐 현실감이 전혀 없을 수 있다. 그걸 차치하고, 산업화 시기에 들어와서도 분명 대구는 대한민국 3대도시였던 적이 있다. 1970~80년대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1997년 IMF사태가 터지기 전만 해도 대구는 섬유와 건설, 자동차부품 등을 중심으로 서울, 부산과 함께 대한민국 경제를 떠받치는 한 축이었다. 당시의 대구는 주력산업의 활황에 따라 일자리도 많았고 그런 만큼 자연스레 사람과 돈도 모였다. 소비, 생산 등 전 분야에서 전반적으로 경기가 괜찮은 시절이었다. 그러나 이후 주력산업군이 시대와 산업환경 변화를 제때 따라가지 못하면서 지역경제는 꺾였고, 그 여파는 인구감소 특히 젊은층의 지역이탈 현상으로 나타났다. 이런 분위기가 장기화하면서 3대도시라는 명성도 자부심도 퇴색하게 됐다.

대구는 지금 도약을 위한 대전환의 과정을 지나고 있다. 신공항 건설과 산업구조 대개편은 이를 뒷받침할 토대라 할 수 있다. 신공항은 내륙의 분지인 대구를 세계와 연결해 주는 통로가 될 것이다. 직접효과만 보더라도 지역생산유발액이 36조 원, 부가가치유발액이 15조 원, 취업유발인원 40만 명(구 대구경북연구원 자료)에 이를 거란 추산이다. 거기다 연계 도로망이 계획대로 건설된다면 대구경북은 도로, 철도, UAM 등으로 고속 연결되는 동일생활권 시대를 맞게 되면서 서울을 축으로 하는 수도권처럼 대구를 중심으로 대구경북 전체를 아우르는 발전전략의 밑그림을 더 크게 그릴 수 있게 된다.

또 지역의 산업구조 대개편은 그 실체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근래 대구시는 모빌리티모터 소부장 특화단지, 구미시와 포항시는 각각 반도체, 이차전지 분야의 국가첨단전략산업특화단지에 선정됐다. 이를 계기로 대구는 향후 10년간 생산유발효과 6조 원, 일자리창출 4천 개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을 거란 기대다. 사실 이런 수치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이런 과정이 쌓이면서 생길 ‘할 수 있다’는 지역의 분위기 전환이다. 3대도시 위상 찾기는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따라올 부산물일 뿐이다.

경제도 흥이고 기세다. 일단 처음은 큰 틀에서 시작돼 변화의 체감도가 낮겠지만 이게 시간이 흐르면서 구석구석으로, 요소요소에 스며들게 되면 그 변화의 파급력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하나 더 덧붙이자면 당연한 얘기지만 이 모든 것들이 시민들의 관심과 응원으로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굳건해야 변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여러 변수와 악재들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 어느 해보다 지역정치권과 대구시의 역할이 중요해질 갑진년이다.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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