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환 경북의대 학장·박재율 경북의대 동창회장 인터뷰||권태환 학장, “100년 역사에 걸

▲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본관 전경. 김진홍 기자
▲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본관 전경. 김진홍 기자
한 푼의 대가도 한 마디의 칭찬도 바라지 않고 피와 땀과 눈물로 시민을 구하고자 했던 그 마음과 행동.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정신이다.

이 같은 정신으로 한 세기 대구·경북 시·도민의 건강을 지켜 온 경북대학교 의과대학이 개교 100주년을 맞았다.

지역민과 동고동락하며 글로벌 병원으로 거듭나고 있는 경북의대는 9월2일 개교 100주년 기념행사를 시작으로 새로운 100년 역사를 써내려갈 준비를 마쳤다.

경북의대는 국내 최초로 폐절제술, 심장절개수술, 조기 위암 진단 등을 시행했으며 의학연구를 통한 새로운 발견으로 국내 의학 발전에 크게 이바지를 해 왔다. 또 콜레라, 이질, 결핵, 나병 그리고 최근 코로나19에 이르기까지 지역의 전염병 극복을 위한 최첨병으로 나섰다. 현재 경북의대는 336명의 우수한 교수진이 673명의 의대생과 422명의 대학원생을 교육하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9월2일 예정된 경북의대 개교 100주년 기념식에 앞서 권태환 경북의대 학장 및 박재율 동창회장을 만나 소감 및 미래 100년 청사진 등에 대해 물어봤다.

▲ 권태한 경북의대 학장. 이연우 기자
▲ 권태한 경북의대 학장. 이연우 기자
◆권태환 학장 일문일답

-경북의대 개교 100주년을 맞이하고 새로운 100년의 첫 시작을 하는 학장이 되셨는데, 소감이 어떠하십니까?

△경북대학교 의과대학이 지나온 한 세기의 발자취를 뒤돌아보고 앞으로 100년의 희망을 꿈꿀 수 있는 이 순간이 참으로 가슴 벅차고 자랑스럽습니다. 그 만큼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학교 일에 임하고 있습니다. 전임 학장님들과 은사님들, 그리고 동료 교수들께서 오랜 기간동안 학교 발전을 위한 탄탄대로를 만들어 놓으셨습니다.



-경북의대를 자랑하자면?

△1923년 9월1일 관립 대구자혜의원 부속 사립대구의학강습소의 문을 연 후, 학교는 대구의학전문학교와 대구의과대학을 거쳐 영광스러운 대한민국 국립 경북대학교 의과대학으로 성장하여 한 세기동안 한국의료의 큰 산이 되었습니다.

본과 학생 시절에, 존경하는 한 분의 은사님께서 대구의학전문학교 학생시절에 일본인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들으신 이야기를 전해 주셨습니다. 그 교장 선생님은 당시 독일 베를린 의대 병리학교실을 방문하였는데, 그곳의 최고급 현미경과 훌륭한 시설에 매료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대학에서 발표되는 연구업적은 그 훌륭한 시설에 비해 미약했다고 합니다. 그 다음에 그 자신이 몇 년 동안 머물면서 연구하게 될 독일의 다른 의대 병리학교실에 도착해보니 시설은 많이 낙후되었다고 하였습니다. 그 곳에는 아쇼프 소결절(Aschoff nodule, 류마티스열 환자의 심장에서 발견되는 소결절)을 발견한 아쇼프(Ludwig Aschoff) 교수가 있었습니다. 어느 대학이 더 훌륭할까요. 학문에 대한 동경과 정열을 지닌 교수들이 많이 있는 학교가 바로 명문학교가 아닐까요. 진료의 내용과 경험이 교육과 연구로 충실히 순환되는 학교가 바로 경북의대입니다. 또 학문적 호기심과 열정이 성취로 이루어지는 곳이 바로 경북의대입니다. 대학의 위상은 학생의 입학성적이나 최신식 건물 등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소속 교수들과 연구원들의 교육과 연구역량에 의해 좌우되는 것입니다.

BK21 사업단, MRC 사업단, 연구중심병원 사업, 융합형 의과학자 학부과정 지원사업 등 여러 가지 정부 연구사업비를 수주하며 연간 1천 편에 이르는 SCIE급 논문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훌륭한 의사와 의학자를 양성하는 데 온 힘과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미래 100년에 대한 준비도 하셨을 것 같은데, 청사진이 있으십니까?

△의과대학의 주된 사명은 우수한 의료인을 양성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의학교육을 무엇보다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경북의대는 앞으로도 사명과 비전에 맞도록 교육과정을 다듬고 학생들의 성과 중심의 자기주도학습과 적절한 평가 시스템, 그리고 다양하며 유용한 학습자원의 제공 체계는 계속 유지 발전하도록 하겠습니다. 또 인성교육과 의료인문학, 그리고 임상 술기와 임상실습을 강조하여 환자의 아픔을 공감할 줄 알고, 우수한 전문성을 가진 의사를 양성하고자 합니다.

의과대학 100주년을 계기로 수많은 동문들께서 기꺼이 출연해 주신 소중한 발전기금은 학생 교육과 학교 발전을 위해서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의학은 IT나 공학, 그리고 예술과 문학과 융합하여 발전하고 있으며 이는 의학의 기초연구뿐만 아니라 환자 진료와 치료 면에서 중요합니다. 경북의대는 융복합 의과학 교육 및 연구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그 예로 최근 경북의대가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주관한 ‘2023년 융합형 의과학자 학부과정 지원 사업’에 전국에서 유일하게 선정되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경북의대는 더욱더 의과학자 육성을 위해 의료, 과학, 공학, IT, 인문학 등 다학제 교육에 노력할 생각입니다.



▲ 박재율 경북의대 동창회장.
▲ 박재율 경북의대 동창회장.
◆박재율 동창회장 일문일답

-경북의대 개교 100주년을 맞이하고 새로운 100년의 첫 시작을 하는 동창회장이 되셨는데, 소감이 어떠하십니까?

△제가 처음 취임한 때가 2020년 3월이었는데 딱 코로나19와 같이 임기를 시작한 셈이었습니다. 모든 모임이 취소되고 동창회 활동도 극히 제한적이어서 온라인 행사를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노하우를 쌓아가면서 오히려 선후배들과 교류는 더 활발하게 이루어졌습니다. 또 매서운 추위가 닥친 이후라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푸르름을 안다는 옛말처럼, 코로나19 시기에 우리 경북의대의 저력이 드러나서 오히려 역사상 최고의 장학금을 모을 수도 있었습니다.

지난해부터 코로나 사태가 조금씩 진정되면서 본격적으로 100주년 행사를 준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상 초유의 코로나 사태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동창회장을 맡았고, 또 마침 개교 100주년 준비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되었습니다. 기대가 큰 만큼, 어깨도 무거웠습니다만 자기 병원 일보다도 동창회 일을 더 중시하는 임원들과 정말 기대 이상으로 물심양면 도와주시는 동문들 덕에 지금 신명나게 일하고 있습니다.



-개교 100주년 행사를 준비하시면서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행사에 도와준 이들 있다면?

△단연 동문 선후배분들을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학창 시절부터 여러 동아리에 가입해 같은 취미를 공유하고, 적극적인 의료 봉사 등으로 선후배 간 친밀한 우애를 다지기 때문에 경북의대는 전국 그 어느 의대보다 동문들의 교류와 친밀도가 높은 편이라고 자신할 수 있는데 이번 개교 100주년 행사를 준비하면서 새삼 다시 한 번 경북의대의 저력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개교 100주년 기념행사를 기획할 당시만 해도 많은 사람들의 기대만큼 걱정도 앞선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기우였습니다. 오히려 동문들이 물심양면 보내오는 뜨거운 성원에 놀랐습니다. 미주의 동문들이 약 7억4천만 원의 거액을 동창회로 보내와 힘을 실어 주었고 지금도 계속 후원금을 보내오고 있습니다.

사실 이분들은 모두 80세를 넘어선 고령이신 데다가 은퇴하셔서 더 이상 수입이 없는데도 노후 은퇴 자금을 털어서 개인마다 적게는 몇 천달러에서 많게는 10만 달러씩 보내주고 계십니다.

이는 ‘100년 전통의 품격’을 볼 수 있는 선배들의 정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학교 발전과 후배 양성을 위한 모금 활동으로 경북대 의대가 재학생 장학금 지급액 전국 최고를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개교 100주년 행사 의미에 대해 한 말씀해주세요.

△개교 100년의 역사는 선배들이 피와 땀, 그리고 사랑, 희생, 봉사로 쌓아 올린 금자탑입니다. 대구의학강습소, 대구의학전문학교, 대구의대 그리고 경북의대로 바뀐 교명의 변천사가 말해주듯 우리 학교는 일제 강점기에 설립되어 온갖 풍상을 이겨내고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지나온 한 세기를 정리하고, 새로운 각오로 미래 발전을 위한 초석을 쌓아 동문들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한 가족이라는 끈끈한 유대감을 갖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새로운 100년을 위해 동창회 운영 청사진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지난 100년이 경북의대의 성장기였다고 한다면, 앞으로 100년은 세계에 우뚝 선 초일류 의대가 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끊임없이 도전하는 경북의대가 될 것입니다.

100주년 행사 준비위원회 출범 이후 대학발전을 위한 기금 모금 활동이 활발하게 전개 중입니다. 북미주 동창회 동문이 타국에서 모교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많은 발전기금을 보내줬고, 졸업 25주년과 50주년을 맞이한 동문도 학교를 방문해 발전 기금을 전달해 왔으며 졸업 기수별로도 기대 이상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의대의 전통은 물론 의학과 지역에 이바지할 수 있는 사람이 커지는 활동에 동창회도 함께 할 것입니다.



-의대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은?

△경북의대는 단순히 지역 의대가 아니라, 한국 의료의 큰 산맥이 되었다고 자부합니다.

100주년을 준비하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우리 동문들의 단합과 자부심을 고취하는 계기가 되고, 모교의 자긍심, 도약과 명예 회복을 이루는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경북대학교 의과대학은 식민지 시대에 태동하여, 한국전쟁과 후진국의 어려운 시대를 꿰뚫고 뿌리를 내려 성장해온 자랑스러운 모교로서 지나온 한 세기를 발판 삼아 새로운 도약의 시대를 대비하는 부푼 꿈과 희망으로 향후 100년을 함께 했으면 합니다.





신헌호 기자 shh24@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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