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식탁 위 마른 꽃 꽂힌 화병이 되고/사내는 소파가 되어/리모컨을 누르고 있다/아들은 메타버스 속의 건축가가 되어 있고/딸은 자고 있다/여자는 단호박과 아보카도와 견과류로/식사를 하고/사내는 귀찮은지 라면을 끓인다/뒤늦게 아들이 나와/양고기를 와인에 구우며/후추와 향신료를/양고기 위에 찹찹 뿌린다/아무도 말을 걸지 않고/할 말이 있으면/핸드폰 단톡방으로 들어간다/아파트의 뷰는 아파트다/아파트가 지향하는 건 아파트다/아파트가 가고 싶어하는 곳은 아파트다/고작 32평 속에/사내는 앉아 있다/다른 곳의 32평을 생각하면서//32평을 세로로 말고/또 32평을 가로로 말아/연결하면/중간에 통로가 보인다/속을 들여다보면/그 구멍은 없다/그렇게 보일 뿐이다//식구다

「그녀는 발표도 하지 않을 글을 계속 쓴다」(2022, 아침달) 전문



영화 〈드림〉은 2010년 대한민국이 처음으로 출전한 홈리스 월드컵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다. 일반적으로 ‘홈리스’의 정의는 정해진 주거 없이 주로 공원, 거리, 역, 버려진 건물 등을 거처로 삼아 생활하는 사람. 즉 노숙자를 가리킨다. 이런 노숙자들을 내세운 영화는 선수 선발 기준이 실력이 아니라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할 만한 조건을 가진 사람이 우선이라는 데서 비판적 목소리와 오락적 요소를 동시에 거머쥔다. 보상 없는 출연에 심드렁한 축구 감독과 오로지 시청률만이 목표인 현실파 피디, 그리고 “택견인지 축구인지 헷갈리는 실력과 발보다 말이 앞서는 홈리스 선수들의 환장할 팀워크”가 영화의 주된 서사다.

예상대로 영화의 감동 지점은 희망 없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하면 된다는 오기,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포기하지 않겠다는 일념이다. 닫힌 결말을 지향하는 서사가 흔히 그러하듯, 영화 후반부에서 밑바닥까지 내려갔던 이들은 생의 의지를 회복한 모습으로 하나둘 평범한 일상으로 복귀한다. 영화에 따르면 ‘평범한 일상’이란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서 오는 유대감, 상대의 연약함을 보듬어주고 응원하는 정서적 태도로 이루어져 있다. ‘정’은 이 모두를 수렴하는 말이다. 열악하지 않은 주거 공간에서 살아가느냐의 여부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긴 하나, 흔히 말하는 행복의 조건으로 이보다 앞서는 것들이 있음을 영화는 보여준다.

“고작 32평”이 불만인 시 속의 사내는 “다른 곳의 32평을 생각”하며 냉랭하고 무감각한 삶을 견딘다. 소박한 식물성의 이름을 가진 서른두 평 아파트에서 길고 화려한 이름의, ‘브랜드’를 자랑하는 서른두 평 아파트로 옮기는 목적이 전부인 삶. “아파트의 뷰는 아파트”고, “아파트가 지향하는 건 아파트”다. “아파트가 가고 싶어하는 곳” 역시 “아파트”다. 가족이 되어주지 못하고 서로의 ‘구멍’이 되어버린 저들, 더 넓고 비싼 아파트를 꿈꾸며 죽도록 노력하는 우리가 죽을 때까지 홈리스인 사람들이다.



신상조(문학평론가)





김광재 기자 kjk@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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