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나비가 되어 하늘을 난다/낮에는 새가 되어 숲속을 난다/낮에는 아이들이 되어 골목길을 누빈다

「참말」(1990, 대일)



한 가지 자신 있게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동시를 쓰려고 한다면 반드시 거쳐 야할 관문이 있다는 사실이다. ‘참새네 칠판’, ‘참말’이라는 동시집을 펴낸 이무일 시인이다. 1969년 ‘소년’지에 동시로 3회 추천완료하고, 1985년 ‘한정동 아동문학상’을 받았다.

동시집 ‘참말’을 정독하라. 그리하면 동시 쓰기 첫 관문을 통과한 것이다. 이 생각은 순전히 개인적인 견해지만, ‘참말’을 읽고 난 후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그의 동시는 동심이 천심임을 확연히 드러낸다. 시적 인간과 생태적 인간의 아름다운 합일과 일체화를 절실히 느끼게 한다. 그의 동시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숨은 보물이다. 동시의 본질을 지향한다. 꾸밈없는 동심이 산골짝 맑은 물소리 같다.

‘별’은 순수의 결정체다. 밤의 발광체인 별은 또 얼마나 많은 시인과 묵객이 노래했던 대상인가? 헬 수 없을 정도다. 화자는 밤의 별을 두고 낮에는 나비가 되어 하늘을 난다, 라고 노래한다. 아름다운 별이 어여쁜 나비가 되어 하늘을 훨훨 날아오르는 모습이 눈앞에 선히 그려진다. 또한 별은 낮에는 새가 되어 숲속을 날고 있다. 별의 또 다른 변신이다. 밤하늘에 떠 있는 정적인 별이 낮에 찾아와서 동적인 존재로 변하는 양상이다. 그뿐인가? 낮에는 아이들이 되어 골목길을 누비고 있는 것이다. 별인들 땅에 내려와서 아이들과 놀고 싶지 않겠는가? 그래서 나비와 새를 거쳐서 끝내 아이들이 되어 골목을 뛰어다니게 된 것이다. 순수의 극치다.

그는 ‘조약돌’에서 다음과 같이 노래하고 있다. 수천 년을 갈고 닦아도 조약돌은 아직도 물속에 있다. 아직도 조약돌은 스스로가 부족해서 물속에 몸을 씻고 있다. 스스로를 닦고 있다. 화자는 자신을 조약돌이기를 희망한다. 두 번이나 쓴 아직도, 라는 시어를 통해 추천 년의 세월을 보냈지만, 아직도 자신은 멀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지극히 낮은 겸양의 자세다. 스스로가 부족해서 스스로를 닦고 있는 조약돌애서 시인의 참된 초상을 엿본다.

아주 오래 전이다. 이무일 시인과 딱 한번 자리를 같이 한 적이 있다. 유달리 과묵했다. 그 말없음 속에서 시가 우러나오는 듯했다. 특히 ‘덧셈․뺄셈’, ‘1+2=4’, ‘승수’, ‘승수0’, ‘승수1’, ‘승수9’와 같은 수학과 관련된 동시는 삶의 철학과 가치관이 녹아 있어 아이들의 정서순화에 유익한 작품이다. 애써 찾아 읽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는 이미 갔지만 그의 동시는 불후의 명작으로 남아 누군가의 손에 쥐어져 아름답게 읽히게 되리라 믿는다.

이정환(시조 시인)



김광재 기자 kjk@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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