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푼 아쉬운 자취생, 아끼고자 도서관으로||‘난방비 보고 마음 바뀌었다’…이달부터 경로당

▲ 강추위를 피해 지난 27일 오후 3시께 대구 서구 내당4동 남자 경로당을 찾은 어르신들이 함께 날씨와 난방비 이야기를 하며 TV를 시청하고 있다.
▲ 강추위를 피해 지난 27일 오후 3시께 대구 서구 내당4동 남자 경로당을 찾은 어르신들이 함께 날씨와 난방비 이야기를 하며 TV를 시청하고 있다.
다음달 토익 시험을 앞둔 자취생 김민희(23·여)씨는 지난주부터 대구시립서부도서관에서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평소에는 집에서 공부했지만, 지난달 도시가스 청구서를 받고 깜짝 놀랐기 때문이다. 도시가스 청구서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만 원이나 더 나온 것이다.

김씨는 “집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편하지만, 자취생이어서 생활비가 팍팍하기에 난방비라도 몇 만 원 줄이고자 한다”며 “토익이 끝난 후에도 오는 3월께 날이 풀릴 때까지 대학교 전공 서적을 들고 도서관으로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뚝 떨어진 기온과 치솟은 난방비에 대구시민들이 ‘피한지’를 찾아 집을 나서고 있다.

흔히 여름철 은행 등으로 피서를 갔던 풍경이, 치솟은 난방비 탓에 피한을 가는 신풍속도가 생겨난 것이다.

지난 27일 오후 3시께 서구 내당4동 경로당.

할아버지 9명과 할머니 6명 방에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어르신들의 이야기 주제는 추운 날씨와 오른 난방비.

함께 보고 있는 TV에서도 에너지 요금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일부 어르신들은 자녀 또는 정부로부터 각종 요금을 보조받지만 예년과 같지 않은 온도와 비용 때문에 눈치를 보거나 한 푼이라도 절약하려 경로당을 찾았다.

남자 경로당에는 의자가 8개밖에 없다. 지난해 보다 더 북적이는 바람에 의자가 모자라 한 어르신은 바닥에 앉기도 했다.

이희구(82)씨는 “추우니까 올해는 다른 해보다 경로당에 노인들이 더 많이 온다. 지난주 한창 추울 때는 열댓 명도 왔다. 정기회의 때나 그만큼 모이는데, 회의가 아닌데도 그만큼 모인 건 처음인 것 같다”며 “이달 중순 갑자기 추워지고서부터 눈에 많이 띈다. 노인들이 난방비 청구서 받고난 후부터 많이 늘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지역에는 625개의 한파 쉼터가 있다. 395개가 경로당이며 평생학습센터·가족센터·문화센터·주민자치센터·도서관·복지관·은행 등이 있다.

영하 10℃ 내외의 한파가 이어지면서 한파 쉼터인 도서관, 복지관 등에도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의 한 도서관 관계자는 “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따뜻하면서도 책을 읽을 수 있는 도서관으로 시민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전했다.

▲ 지난해 초에는 청구금액 그래프가 사용열량에 아래에 위치했지만, 오른 난방비로 지난해 말부터 청구금액 그래프가 사용열량 위를 웃돌고 있다. 사진은 대구 도시가스 청구서 일부.
▲ 지난해 초에는 청구금액 그래프가 사용열량에 아래에 위치했지만, 오른 난방비로 지난해 말부터 청구금액 그래프가 사용열량 위를 웃돌고 있다. 사진은 대구 도시가스 청구서 일부.


유현제 기자 hjyu@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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