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남대병원 심혈관센터 타비 시술팀의 수술 장면.
▲ 영남대병원 심혈관센터 타비 시술팀의 수술 장면.


불과 30~40년 전만 해도 심장판막 질환, 심방 중격 결손, 동맥관 개존증 등 심장을 구성하는 여러 부분에 구조적 문제가 있는 ‘구조적 심장질환’의 경우 가슴을 열고 인공 심폐기를 돌려서 심장을 세운 후 손상된 판막을 대체하거나 심방 중격 결손을 막는 등 수술만이 유일한 치료법이었다.

이러한 수술적 치료는 반드시 필요한 치료이긴 하지만 고령의 환자의 경우 다른 동반된 질환을 많이 가지고 있어 수술적 치료 자체의 위험성으로 수술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 비교적 이른 나이의 환자에서도 수술에 대한 두려움이나 부담감으로 인해 치료시기를 놓치거나 치료를 포기하기도 했다.

◆구조적 심장질환의 중재시술 치료

최근 심초음파, CT, MRI 등의 심장 영상 기술이 발전하고 다양한 의료기구들이 개발되면서 수술적 치료 없이 시술로 치료하는 시대가 됐다.



수술 없이 심장의 여러 구조적 심장질환을 치료하는 치료법을 ‘구조적 심장질환의 중재시술 치료’라고 한다.



중재시술로 치료가 가능한 대표적 심장질환에는 대동맥판 협착증 및 승모판 협착증 등의 심장판막 질환, 심방 중격 결손증과 동맥관 개존증 및 난원공 개존증 등의 선천성 심질환 등이 있다.



◆경피적 대동맥판막 치환술(TAVI)

대동맥판 협착증은 심장의 대동맥판막의 석회화로 판막이 딱딱해지고 좁아지는 가장 흔한 판막질환이다. 대동맥판 협착증이 진행돼 흉통, 실신,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발생할 정도로 심해지면 평균 2~5년 이내에 환자 대부분이 사망한다고 알려졌다.

때문에 적절한 진단 및 치료 시기 예측을 통해 적극적인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선천적으로 대동맥판막이 2개인 이엽성 대동맥판을 가진 사람에서는 50~60대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도 판막의 협착이나 폐쇄부전이 동반될 수 있지만, 정상적인 3개의 판엽을 가진 사람에서는 수술을 필요로 하는 정도의 심한 협착은 주로 70~80대의 고령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약 30% 환자에서는 고령과 동반된 여러 질환으로 가슴을 열고 심장을 세워야 하는 개흉술의 위험성이 너무 커서 수술을 받지 못하고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TAVI 시술은 대퇴부 혈관을 따라 좁아진 판막 사이로 특수 제작된 인공 판막을 삽입하는 시술이다. 개흉 수술을 통해 심장을 열거나 판막 자체를 제거할 필요가 없어 합병증 및 통증을 피하고 입원 기간을 줄일 수 있는 최신 치료 기법이다.

특히 개흉 수술을 받는데 따르는 위험뿐 아니라 환자나 환자 가족의 심리적인 부담도 줄일 수 있어, 기저질환과 고령으로 수술의 위험성이 높아 수술을 거부하거나 꺼리는 환자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영남대병원 순환기센터는 2016년 7월 대구·경북 지역 최초로 TAVI시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한 이후 TAVI 독립시술이 가능한 독립시술팀으로 인증을 받은 바 있다.



◆경피적 승모판막 풍선 성형술(PTMC)

승모판은 좌심방과 좌심실 사이에 위치한 판막으로 승모판 협착증은 과거 류마티스열을 앓고 지나간 환자에서 판막이 침범되고 손상돼 발생한다. 승모판 협착증이 발생하면 좌심방에서 좌심실로 피가 잘 이동하지 못해 정체가 되기 때문에 폐부종을 일으켜 호흡곤란이 발생할 수 있으며, 좌심방이 커지게 되면서 심방세동이라는 부정맥이 일어날 수 있다.

이와 동반된 좌심방 혈전 생성으로 인해 뇌혈관이 막히고 큰 장애를 남기는 뇌경색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무서운 질병이다.

승모판 협착증 환자에서 이러한 심방세동이 동반될 경우 항응고제를 통한 뇌경색의 예방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호흡곤란이 동반된 경우에는 맥박을 조절하는 베타차단제와 이뇨제 사용 등을 통해서 어느 정도 증상을 완화시킬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약물 치료로는 협착의 진행을 되돌릴 수는 없기 때문에 좁아진 판막을 넓히는 인공판막으로 대체하는 개흉술이 과거에는 유일한 치료법이었다.



PTMC는 서혜부에 간단한 국소마취를 하고 대퇴정맥을 통해 특수한 풍선을 승모판에 위치시키고 풍선을 부풀려서 승모판을 넓히는 시술로 판막의 석회화가 심하지 않고 폐쇄부전이 동반되지 않은 승모판 협착증 환자에서 수술 없이 승모판 협착을 개선할 수 있는 개흉술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시술이다.

성공적인 시술 후에는 협착된 승모판이 넓어져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이 호전되고 수술의 시기를 늦출 수 있으며, 협착 면적이 다시 좁아지지 않고 잘 유지되는 경우에는 추가 수술 없이도 좋은 예후를 보인다.



◆경피적 심방 중격 결손 폐쇄술

심방 중격 결손은 좌심방과 우심방 사이에 정상적으로는 막혀있는 중간 막에 구멍이 있는 질환으로 성인에서 발견되는 선천성 심질환의 30~40%를 차지하는 질환이다. 심방 중격 결손은 크기가 작을 경우 별 증상을 일으키지 않고 치료가 필요 없는 경우도 있지만 크기가 클 경우 압력이 높은 좌심방에서 낮은 우심방으로 혈류가 넘어가는 단락이 발생하면서 폐동맥 고혈압을 일으키고 결국에는 우심부전으로 진행하는 특징을 보인다. 심방 중격 결손 중 가장 흔한 이차공 결손은 전통적으로 개흉술을 통해서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이었지만, 최근에는 경피적 결손 폐쇄술을 이용해 이를 치료하는 것이 가능해진 덕분에 크기가 아주 큰 경우나 구멍이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치료법으로 꼽힌다.



도움말=영남대병원 순환기 내과 손장원 교수









이동률 기자 leedr@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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