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지는 인플레 체감도

발행일 2022-01-26 10:15:01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이제 불과 며칠만 지나면 구정이다. 모처럼 가족들이 모여 화목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만큼 기대와 설렘도 큰 때다. 그래서 각 가정마다 좀 더 비용이 들더라도 평소에 자주 접하지 못했거나 즐기던 음식을 준비하려고 한다. 그런데 올 해도 명절 상 차림 준비부터가 벌써 부담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원인은 다름 아닌 물가다. 한국물가협회에 따르면 재래시장을 이용한 올해 설 차례 비용은 4인 가족 기준 전국 재래시장 평균 24만 원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으로 지난 해에 비해 3% 가깝게 올랐다고 한다. 수치상으로는 만원도 채 오르지 않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11%나 올랐던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상승세가 이어지게 된 것이니 체감도는 훨씬 더 클 수밖에 없다.

설 명절 특수 때문에 매년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일시적인 물가 상승 현상이라고는 하지만 그러기에는 최근 물가 사정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더군다나, 가격이 올라도 소비를 줄이기 힘든 품목, 즉 식료품과 비주류 음료 등 이른바 ‘밥상물가’를 결정하는 상품들의 가격이 지난해만 6% 가깝게 상승하는 등 급등 현상이 이어지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가계를 더 어렵게 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고물가 현상이 단기간에 진정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조치가 강해지면서 외출이나 회식, 여가 활동 등 바깥 활동이 줄어든 탓에 늘어난 집밥 수요가 쉽사리 감소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보다 병증은 약하지만 전염성이 훨씬 강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우세종이 되면서 전염에 대한 국민들의 심리적 불안감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이고 집밥 수요 증가세도 한 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 등 에너지 가격 상승세 역시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국내 에너지 수요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특성 상 에너지 수입 가격이 오르면 시차를 두고 최종 소비재 등으로 가격 상승분이 반영되게 된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수요 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주요 산유국들의 증산제한,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및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간 갈등 등으로 국제 유가가 상승한 바 있다. 올 해는 이에 더해 각국의 탄소제로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등 에너지 가격 상승 요인들이 더해져 에너지 가격이 안정세를 되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 역시 쉽게 해소될 것 같지 않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가 정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지만, 여전히 세계적으로 하루 200만 명이 넘는 감염자가 발생해 심각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백신 및 치료제 보급이 확산되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초기보다는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회복되기에는 아직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

이외에도 국내 경기 회복에 따르는 수요 증가와 올해도 지속될 팽창적 재정정책 역시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물가를 자극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통화정책 측면에서는 금리 인상 등의 조치가 수요 압력을 낮춰 물가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코로나19 불확실성이 큰 지금으로서는 급격한 통화긴축은 어려울 것으로 보여 통화정책 전환에 따르는 물가 안정 효과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외에도 많은 논란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런 전망들만 보더라도 인플레(물가 상승)는 생각보다 더 오래 진행될 것이라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소득 증가 속도가 인플레 속도에 따라가지 못하면 비용 상승과 후생 수준 하락으로 가계의 시름은 더 깊어 질 것이고, 경기 회복 체감도는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밖에 없게 된다.

여하튼 설 명절이다. 개인적으로나 우리 경제 전체로 보나 지난 해에 비해 크게 달라질 것도 없는 것 같아서 마음 한 켠에 불편함을 느끼기는 한다. 하지만, 이 때 만큼은 그 동안 쌓인 모든 불편함과 아쉬움을 잠시 잊고 좋은 추억들을 만들면서 모두 행복한 한 때를 보냈으면 한다. 어쩌면 연휴가 끝난 이후부터는 모든 것이 생각보다 더 좋아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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