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77’ 등 자동차 ‘골드번호’ 받으려는 폭탄민원…차량등록사업소 업무 마비

발행일 2022-01-25 15:23:59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좋은 번호 나오는 시기, 업자들 수십건씩 차량 번호 신청

골드번호 낡은 차에 달아 거래…차량번호 값만 1천만 원

차량에 연속된 숫자로 구성된 포커번호 번호판이 부착돼 있다. 아래 기사와 관계 없음.
최근 대구 차량등록사업소의 업무가 마비됐다.

자동차 번호 ‘7000’번대가 풀린다는 소식에 자동차번호판 대행업자들이 사업소를 방문해 번호 등록을 대거 접수하는 등 민원이 폭발했기 때문이다.

대행업자가 동시에 여러 번 민원 접수를 하는 바람에 접수서류가 쏟아져 대기시간이 평소보다 크게 늘었다.

이날 차량번호 ‘7777’번은 대행업자가 당첨된 것으로 전해졌다.

‘1004’, ‘7777’ 등 기억하기 쉬운 차량번호인 이른바 ‘골드번호’가 법의 울타리를 피한 꼼수로 취득된 뒤 시중에 고가 유통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골드번호 취득을 위해 관련 업자들이 한 번에 수십 대를 등록하는 터라 정작 차량을 등록하는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현재 자동차 등록번호는 자동차 관리법에 따라 시 산하 차량등록사업소에서 부여되고 있다. 차를 구매해 신규로 등록하거나 기존 번호를 바꾸기 위해 등록 절차를 밟으면 민원인에게 10개의 번호가 제시된다. 민원인은 이 중 하나를 선택해 부착하는 방식으로 본인 마음대로 차량 번호를 고를 수도 없고, 좋은 번호가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번호를 추출할 수 없다. 시민들이 정상적인 경로로 골드번호를 획득할 수 있는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하지만 대행업자를 이용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대행업자들은 구청의 차량등록과 혹은 차량등록사업소에 수시로 전화해 당일 몇 번의 번호대가 나오는지 사전에 파악한다. 골드번호가 풀릴 것이라 예측된 시기에 맞춰 조직적으로 차량등록사업소에 방문해 등록 민원을 접수한다.

이들이 이 같은 방법을 택한 이유는 자동차등록령의 허점 때문이다.

대행업자들은 폐차 직전의 노후 차량에 골드번호를 배정받은 뒤 골드번호를 희망하는 자에게 번호가 아닌 차량 자체를 판매한다.

번호를 판매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본인 소유의 차량번호 이전은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골드번호가 부착된 노후 차량을 구매해 폐차해버리고 자신의 차량에 골드번호를 변경한다.

이런 방법으로 거래되는 골드번호, ‘포커번호(연속된 숫자를 의미)’는 시중에서 500만~1천만 원 가격대가 형성돼 있다.

골드번호가 나올때면 대행업자들의 과도한 민원 접수 때문에 정작 차량등록이 필요한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다.

차량등록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공무원들도 피로가 가중되고 있다.

업자들은 원하는 ‘골드번호’를 획득할 때까지 30~50건 변경등록 민원을 한 번에 접수하기 때문이다.

업자들이 골드번호를 받을 경우 등록했던 민원업무를 모두 취소하고 접수 공무원들이 서류를 정리한 뒤 수수료를 거슬러 줘야 해 업무처리시간도 길어진다.

대구 차량등록사업소 관계자는 “차량번호가 몇 번 대로 풀리는지 알려주지 않으면 쉽지만 민원 등의 이유로 어려움이 크다. 골드번호 거래를 막기 위해서는 자동차등록령의 허점을 손봐야 한다”고 전했다.

권종민 기자 jmkwo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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