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홍준표 공천 요구에 사실상 거절 의사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내게 힘이 되는 세 가지(연말정산·반려동물·양육지원) 생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내게 힘이 되는 세 가지(연말정산·반려동물·양육지원) 생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홍준표 의원(대구 수성을)의 ‘원팀’ 구성이 공천 갈등에 부딪히며 난항을 겪는 모습이다.

전날인 지난 19일 비공개 만찬 회동을 계기로 홍 의원의 선대본부 합류가 극적으로 성사되는 듯 했지만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공천 문제가 뇌관으로 부상하면서 내홍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일 권영세 선대본부장의 공개 발언으로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권 본부장은 국회에서 열린 선대본부-원내지도부 연석회의에서 “당 지도자급 인사라면 대선 국면이라는 절체절명이 시기에 마땅히 지도자로서 걸맞은 행동을 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이어 “만일 그러지 못한 채 구태를 보인다면 지도자의 자격은커녕 우리 당원의 자격도 인정받지 못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실명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홍 의원의 물밑 요구에 대한 반발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홍 의원은 전날 저녁 윤 후보와 독대한 자리에서 선대본부 상임고문직을 수락하는 조건으로 세 가지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회동 직후 ‘청춘의 꿈’ 홈페이지를 통해 국정운영 능력을 입증할 만한 조치를 하고, 처가 비리를 엄단하겠다고 선언하라는 두 가지 사항만 공개했으나, 서울 종로와 대구 중·남구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천을 전략공천으로 해야 한다고 요구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서울 종로에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대구 중·남구에는 이진훈 전 수성구청장을 구체적으로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본부장은 이 같은 요구사항을 윤 후보에게 전해 듣고 즉시 난색을 보였다고 한다.

권 본부장은 회의 후 ‘홍 의원을 겨냥한 발언이었나’라는 기자 질문에도 “드릴 말씀이 없다. 있는 그대로 이해해 주시고 거기에 대해 특별히 보태지 않겠다”고 했다.

당 일각에서는 홍 의원이 대구시장 출마를 염두에 두고, 이 전 구청장과 대구에서 ‘러닝메이트’를 하려는 큰 그림을 그리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윤 후보도 홍 의원의 공천 요구에 사실상 거절 의사를 밝혔다.

윤 후보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는 공천 문제에 직접 관여할 생각이 없다”며 “(공천은) 공정한 위원회를 구성해 맡기겠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공정한 원칙에 따라 공천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공천관리위원회가 공정하게 정한 기준과 방식에 따라 하는 것을 원칙으로 세워놨다”고 부연했다.

그는 공천 방향에 대해 “훌륭하고 전문성 있는 분이 오시면 국정 운영에 도움 되는 면이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국민의힘이 국회의원 선거를 어떤 식으로 치를 것인지에 대해 국민에게 애티튜드(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홍 의원은 당내 비판 여론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홍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의원회관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후보에 대해) 국민들이 불안해 하니까, 종로에 최 전 원장 같은 사람을 공천하게 되면 깨끗하고 행정 능력이 뛰어나니 국정 능력을 보완할 수 있다”며 “그런 사람들이 대선의 전면에 나서야 선거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염불에는 관심이 없고 잿밥에만 관심이 있고, 갈등을 수습해야 할 사람이 갈등을 증폭시키는 그런 사람이 대선을 이끌어서 대선이 되겠느냐”며 “이견이 있다면 내부적으로 의논을 해서 정리를 해야지 어떻게 후보와 이야기한 내용을 가지고 나를 비난하는지 방자하기 이를 데 없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혜림 기자 lhl@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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