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조8천125억 원.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탈 원전 정책에 따른 향후 60년 동안 경북지역 피해 발생 규모를 확인하기 위한 용역 결과 추산된 금액이다. 정부가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책이 지역민에게 얼마나 무거운 짐을 지우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이철우 도지사를 비롯한 경북지역 원전 관련 자치단체장과 해당 지역 국회의원들은 1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내용이 담긴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사회·경제적 피해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정부를 상대로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회견에는 이철우 도지사, 주낙영 경주시장, 이희진 영덕군수, 전찬걸 울진군수와 김석기·송언석·박형수·김형동·정희용·김영식 의원 등이 참석했다.

경북도는 대구경북연구원에 의뢰해 지난해 7월부터 최근까지 현 정부의 탈 원전 정책에 따른 피해 규모를 조사해왔다. 원전 가동 기간을 60년으로 고려해 분석한 결과 조기 폐쇄하거나 계획된 원전 건설을 백지화할 경우 경북에서 생산 15조8천135억 원, 부가가치 6조8천46억 원, 지방세 및 법정 지원금 6조1천944억 원이 각각 감소할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 피해 발생 추산 규모는 총 28조8천125억 원이다. 또 탈 원전은 노동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13만2천 개가 넘는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됐다.

정부는 2017년 10월 국무회의에서 에너지 전환 로드맵을 의결한 뒤 같은 해 12월 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해 밀어붙이기식 원전 감축 정책을 펼쳐오고 있다. 이로 인해 경주 양남면은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로 인력이 급격히 줄면서 지역 상권이 크게 위축됐다. 천지원전 사업이 백지화된 영덕군은 원전특별지원금 409억 원을 반납해야 한다. 원전 운영에 따른 세수가 전체 지방세수의 60%나 차지하는 울진군은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중단으로 인구 5만 명이 붕괴됐다.

이처럼 경제적 타격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자 경북도와 원전이 있는 자치단체장이 직접 나서 신한울 3·4호기 조속한 건설 재개, 설계수명 만료예정인 원전 수명연장 운영, 피해 보상대책 마련,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준하는 ‘원전피해 지역 지원 특별법’ 제정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가 이를 수용할 지는 불확실하다. 이번 용역 결과는 정부의 무책임한 정책 번복이 원인이지만 그동안 피해 주민들의 요구는 철저히 외면해 왔다. 정부의 졸속 탈 원전 정책 추진 과정에서 입은 피해를 지역민들이 온당히 보상받을 때까지 경북도와 지역 정치권은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



김종엽 기자 kimjy@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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