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운석(한국발효술교육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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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개봉한 미국 영화 ‘어벤져스 : 엔드 게임’에 등장하는 슈퍼 히어로들이다. 타노스라는 매우 강력한 빌런(villain·악당)을 물리치기 위해서 모두가 힘을 합쳤다. 그렇다면 이들 영웅들의 힘을 모두 합치면 어느 정도일까? 유치한 질문 같지만 궁금하긴 하다. 각각의 영웅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개별 영화에서 이들의 능력을 이미 봐왔기 때문이다.

대게는 하나의 영화에 비슷한 능력을 가진 주인공들이 많이 나오면 스토리가 흐트러진다. 때문에 이 영화처럼 20여 명의 히어로들이 총출동하는 경우는 드물 뿐더러 흥행까지 이어지기는 더 어렵다. 집단 구성원 수가 많다고 해서 그 집단의 능력이 그만큼 커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링겔만 효과’(Ringelmann effect)로 설명할 수 있다.

1913년 프랑스의 농업공학자인 링겔만은 집단에 속한 개인의 공헌도를 줄다리기 실험으로 측정했다. 줄다리기 할 때 한 명이 쓰는 힘의 크기를 100%로 보면, 한 팀이 2명일 때는 개개인의 능력은 93%, 3명일 때는 85%, 8명 그룹에서는 49%로 떨어졌다. 이렇게 집단의 크기가 커질수록 그 구성원 개개인의 역량 감소로 집단 공헌도가 점점 하락하는 현상을 ‘링겔만 효과’라고 한다. 1+1=3이 되는 시너지효과와는 반대로 1+1=1.5가 되는 현상이다.

이 실험을 통해 링겔만은 집단에 소속된 구성원은 자신의 잠재력을 100% 발휘하지 않으며 집단 구성원수가 늘어날수록 실제 발휘되는 구성원의 잠재력은 점점 하락한다고 주장했다. 조직운영의 입장에서는 이런 링겔만 효과는 경계대상일 수밖에 없다. 조직의 발전에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지식플랫폼 SERICEO(www.sericeo.org)는 링겔만 효과가 나타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해준다. 가장 큰 원인은 개인이 집단에 속해 있을 땐 나 말고도 많은 사람이 있다는 환경이 익명성이란 보호막을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 하나 쯤이야’하는 도덕적 해이가 무임승차라는 구성원들의 바람직하지 않은 행태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늘 부지런할 것만 같은 개미도 마찬가지다. ‘일하지 않는 개미’를 쓴 일본의 진화생물학자 하세가와 에이스케에 따르면 일개미의 80%는 사실상 일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일하는 일개미 20%가 전체를 먹여 살린다는 뜻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놀고 먹는 일개미로만 새로운 집단을 만들면 곧 일하는 개미 20%가 나타나 나머지 80%의 일개미를 다시 먹여 살린다는 사실이다.

집단의 힘이 그 크기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역사적인 명량대첩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순신 장군은 명량에서 13척의 배로 133척의 왜군함대를 상대해 승리를 이끌었다. 이 사례에서도 보듯 링겔만 효과를 극복하기 위해선 두 가지 방안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먼저 집단의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한 이후 조직원들의 목표 달성 기여도에 따라 차별적으로 보상해야 한다는 것과 조직원별 역할에 대한 조율, 즉 팀워크를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다. 팀워크가 없으면 아무리 스타플레이어로 팀을 구성한다하더라도 경기에서 이길 수 없다. 반대로 무명선수들로 구성된 팀일지라도 개개인의 역할에 대해 효과적으로 조율을 잘 하는 감독은 큰 성과를 낼 수도 있음을 많이 봐왔다.

‘나 하나 쯤이야’하는 무임승차를 없애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뭘까. 결국은 ‘나’를 바꾸는 길밖에 없다. 지금 우리나라의 리더들은 어떻게 하고 있나? ‘나’를 바꾸지는 않고, 줄다리기에 나선 구성원들에게 줄만 당기라고 하고 있지는 않은가. 왜 줄을 힘차게 당겨야 하는지 의미부여나 동기부여는 해주지 못하고 그냥 힘만 쓰라고 하고 있지는 않은지. 오징어게임 줄다리기에서 오일남 할아버지처럼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리더는 없는 걸까. 결국 한 집단의 구성원들이 모여 링겔만 효과를 낼지 시너지 효과를 낼지는 ‘나’에게 달렸다. 톨스토이의 말이다. “누구나 세상을 바꿀 생각을 하지만, 아무도 자기 자신을 바꿀 생각은 하지 않는다”.

박운석(한국발효술교육연구원장)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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