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병일(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특임부총장)

2021년 1월26일에 제정된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오는 27일부터 시행된다. 이 법은 2020년 4월29일 발생해 38명이 사망한 이천물류창고 화재사고를 비롯해 현대중공업 아르곤가스 질식사고, 태안화력발전소 압사사고와 같은 산업재해로 인한 사고와 함께 가습기 살균제사건과 같은 시민재해로 인한 사망사고 발생 등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사업주 등이 사업 등을 운영하거나 인체에 해로운 원료 등을 취급하면서 안전·보건조치의무를 위반해 인명피해를 발생하게 한 때 형사처벌을 받도록 함으로써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시민과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법은 사회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이 있는 규범이기 때문에, 어떤 법이라도 만들어지면 법 적용으로 인한 유리한 측과 불리한 측의 상반된 주장이 있을 수 있다. 종사자들은 이 법으로 인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환영하지만, 사업주나 기업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를 모르겠다고 불만이고, 지방기업들은 준비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우리가 그동안 조심해서 해야 할 것을 부주의하게 하지 아니 함으로써 너무나 큰 사회적 비용을 부담한 것에 대한 반성에서 나온 법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규범적으로 당연히 해야 했었던 사회생활에서의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것에 대한 시민의 사회적 제재를 국가가 법률로 제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수많은 사람이 모여 살고 있는 사회에서 자기 일을 할 때는 당연히 자기 재량으로 하면 된다. 그러나 자기 일을 하더라도 업무 수행을 하면서 반드시 해야 할 조치의무가 있다면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럼에도 조치의무를 해태하면서 업무를 처리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었다고 하면 형사처벌을 받고, 손해배상을 해주는 것이 옳은 것이다. 그래서 이에 대해서는 이미 기존의 형법이나 민법 등에서 규정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그에 따르면 된다. 그런데 이번에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이러한 기존 법령의 제재를 넘어서 매우 엄격한 가중처벌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기업 뿐 아니라 국내에 있는 외국기업조차도 법의 적용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기업 이외에 언론사, 대학까지도 포함된다고 하니, 언론사 사장이나 사립대학 법인이사장도 꼼짝없이 담벼락을 걸어가게 됐다.

법조문상으로는 안전 및 보건확보의무를 위반해 재해에 이르게 하고 그 결과 1명 이상의 사망자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에게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있다. 1명 이상이라고 하고 있으니, 일단 사망사고가 발생했다고 하면 바로 중대재해가 돼버리니, 얼마나 사업주들이 겁을 내겠는가. 더구나 실질적으로 지배 운영하는 경영책임자에게 제재를 하도록 했으니, 오너의 입장에서는 피할 방법이 없다. 또한 사업주가 고의 뿐 아니라 과실로 인한 경우까지도 처벌대상이 되는지 여부에 대해 모호하다.

이 법에서 ‘과실’이라는 어휘가 없으므로 고의범만 처벌하고 과실범은 처벌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해석도 가능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법원의 판단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일단 첫 번째 적용대상자가 돼 시범케이스에 걸린 사람은 대법원까지 소송을 수행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니, 사업주는 얼마나 두렵겠는가. 입법을 하더라도 좀 신중하게 따져 봐가면서 만들어야지, 이렇게 모호한 법률을 만들었으니, 적용을 둘러싸고 일어날 혼란을 생각하면 보통 일이 아니다.

지금 입법을 탓할 수는 없고, 예방을 철저히 함으로써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대재해처벌법의 근본적인 입법취지이니만큼, 오히려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책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취지를 살펴보면, 사업주는 안전 및 보건확보의무가 있고, 그 이외에도 안전배려의무, 사전준비의무, 재발방지의무, 법령준수의무 등이 있다. 사업주는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주장할 수 있을 만큼 의무이행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형사법적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감경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배병일(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특임부총장)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