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옥 수성아트피아 전시기획팀장(미술학박사)

전시실의 이면은 비공개가 일반적이다. 가려진 곳일수록 궁금하다. 미술작품과 친숙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이면을 살짝 열어 보여주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문부터 여는 것이 순서일 것 같다. ‘철커덕’ 하는 소리와 함께 전시기획팀의 하루는 시작된다.

수성아트피아 전시실 문은 수동식 여닫이이다. 키를 돌리면 ‘철커덕’하고 안을 내어준다. 전시팀 직원은 출근하면 전시실 문부터 연다. 공식 오픈 시간이 한 시간이나 남았는데 문을 여는 이유는 간단하다. 전시실의 촘촘한 조명등이 수성아트피아 로비 층의 분위기를 바꿔주기 때문이다. 출근하는 직원들의 발길 위로 예술의 향기가 번져가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 열린 문은 만남을 주선하고 우리를 소통으로 이끈다. 열린 문 사이로 흐르는 예술의 향기를 수성아트피아 직원들이 외면할 리 만무하다.

일찍 문을 여는 궁극적인 이유는 관람객들이 오기 전에 청소담당 여사님들의 손길을 받기 위해서다. 전시실에 윤이 나면 작품은 더욱 빛난다. 공간을 밝히는데 조명등만 한 것이 있을까. 그보다 더 강력한 것은 청소담당 여사님들의 정갈한 손길이다. 코로나19가 지구촌 전체에 청결을 강요하기 전에도 청소담당 여사님들은 성심껏 전시실을 쓸고 닦았다. 고마운 마음을 고백하면 상대방과 내가 함께 기쁘다.

새로운 작품이 설치될 때마다 가장 먼저 전시실에 걸음 한 청소담당 여사님들이야말로 수성아트피아 전시 작(作)의 첫 번째 감상자인 셈이다. 전문 용어에 기대지 않아도 허구의 예술을 진실보다 더 진솔하게 풀어내던 매력의 소유자들이다. ‘아니리’와 ‘고수’처럼 서로 매기고 받던 그들의 입담 곁에서 미술작품의 진가와 진정성을 가늠하곤 했다.

전시실 문을 열고 곧바로 뒤돌아 나올 순 없다. 설치된 작품들이 온전한지, 캡션은 제 자리를 지키는지, 센서나 영상은 원활한지 수순처럼 전체를 점검한다. 아무도 강요하진 않지만 전시기획팀 직원들에게는 체화된 습관이다. 벽에 걸린 작품과의 대화는 다음 차례다. 작품은 작가들이 살아낸 삶의 결과물이다. 각고의 노력으로 탄생한 작품은 땀과 정성의 결실이기에 대화는 늘 진지할 수밖에 없다.

이 모든 시간들이 잠시 휴식을 청한다. 수성아트피아는 2022년 새해 벽두부터 새 단장에 들어간다. 2007년 개관 이래 첫 리모델링이다. 오프라인 전시는 10개월 후에 가능하다. 재개관할 전시실 문은 어떤 소리를 낼지 궁금한데, 우리를 캐렌시아와 같은 공간으로 안내하는 문이라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수동이든 자동이든 때가 되면 추억 속으로 사라질 문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언택트는 닫힌 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대의 키워드가 된 언택트는 사람과 예술 사이를 벌여 놓았다. ‘삶은 사람의 준말’이라고 하지 않던가. 사람과 불가분한 예술은 언택트 시대의 불편함을 감당하느라고 몸살이다. 세계의 초연결성을 끊는 언택트가 비대면 가상 전시를 불러들였지만 디지털 접속은 아날로그식 접촉에 비해 미술작품 감상의 만족도를 떨어뜨린다. 작품의 스케일이나 텍스처와 마티에르는 신체접촉이 가능할 때 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성아트피아 전시기획팀은 리모델링 기간 동안 비대면 가상공간에서 전시를 펼칠 계획이다. 가상공간에서도 사람과 미술은 조화롭게 버무려질 것이다. 불특정다수 누구나가 출입 가능한 가상의 전시실에는 문을 달지 않을 것이다. 늘 열려있는 공간인 셈이다. 초스피드의 시대에 속수무책으로 변하는 것들이 낯설기만 하지만 수성아트피아는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을 챙기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한다. 오는 11월에 재개관 할 오프라인 전시실의 열린 문 사이로 드러날 새로운 공간이 기대되는 이유이다.

서영옥 수성아트피아 전시기획팀장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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