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되는 국내외 정치 리스크

발행일 2022-01-12 14:20:44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신년을 맞은 지 벌써 2주나 지났지만, 코로나19 팬데믹과 글로벌 경제의 향방은 여전히 짙은 안개에 싸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불투명하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급속한 확산과 더불어 독감과 코로나에 동시 감염되는 플루로나(Flurona) 환자가 발생하면서 트윈데믹(twin-demic) 우려가 현실화되는 등 날로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진위 논란과는 별개로 지중해 키프로스에서 델타크론(Dltacron; Delta+Omicron)이라 명명된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돼 시장의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더해 미국 연준(Fed)의 지난 해 12월 의사록은 글로벌 금융 시장은 물론 향후 경기 향방을 더 불투명하게 하는 매우 강력한 재료가 되고 있다. 연준 입장에서 보면 최근 미국 고용 시장이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강한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어 그동안 유지돼 왔던 파격적인 통화완화정책을 긴축적으로 선회할 필요성이 높아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여기에 더해 1980년대 이후 처음 경험하는 6%대 후반의 물가 상승률은 놀랄 만한 수준임에 틀림없어 통화정책의 변화 속도와 강도를 시장의 예상보다 훨씬 빨리 가져갈 수 있는 요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시기 단축과 조기 금리 인상에 이어 보유자산 매각을 통한 긴축은 시장의 예측을 훨씬 벗어나는 수준의 정책 전환이라 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연준의 보유자산 매각을 통한 긴축은 이제껏 연준이 행해왔던 통화긴축 수단을 뛰어넘는 것으로 언급된 그 자체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더군다나 지난 해 연말 기준 8.6조 달러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연준의 보유자산 중 도대체 얼마나 매각될 지 아무도 모른다는 불확실성은 시장의 불안감을 더 부채질하는 재료다. 그나마 연준의 의도처럼 단기간 내 물가 안정 목표가 달성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정성 확대는 물론이고 세계 경기 재침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미국의 정치 환경 역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지난 해 12월에 발표된 월스트리트저널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4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향후 행보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상케 하고 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이런 내적인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중국은 물론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외부와의 갈등을 키운다면 세계 경제는 지금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올 해 11월에 있을 예정인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만약, 민주당이 패배하게 된다면 바이든 행정부의 대내외 정치적 리더십이 급격히 약화되면서 방역과 경제 정책에 있어서도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미국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올해는 세계가 정치의 해라 불릴 만큼 굵직굵직한 선거들이 연이어 치러질 전망이다. 오는 1월30일 있을 포르투갈 총선을 포함해 호주, 헝가리 등 8개국에서는 총선이 치러지게 되고, 2월27일 말리를 시작으로 프랑스 등 5개국에서는 각국의 최고 지도자를 뽑는 대선이 예정돼 있다. 당연히 이들 선거 결과에 따라 각국은 물론이고 직간접적으로 세계 경제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지속, 방역체계와 경제사회 운영 방향에 관한 사회적 갈등 확산, 인플레(물가 상승), 불안정한 경기 향방 등과 같은 중첩된 악재가 도사리고 있는 지금 자칫하면 온 세계가 정치 리스크까지 감당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제 곧 대선을 치러야 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방역은 물론이고 거시 경제의 안정성 역시 타국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유지해 왔다고 자평할 수는 있겠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코로나19 이전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환경 하에서 고통받는 계층들이 상당수 있고 경기 불확실성도 큰 상황이라 하겠다. 때문에 대선을 치러야 하는 올 해는 특히 정치 리스크가 경제사회 리스크로 확산되지 않았으면 한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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