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대형점포 백신패스 시행, 근로자 지침 쏙 빠져||지난달부터 적용된 식당도 마찬가지…

▲ 10일 오전 11시께 대구 중구 소재 한 백화점 2층 출입구에서 백화점 직원이 발길을 서두르는 고객에게 쿠브(COOV) 어플리케이션 설치·사용·연동법을 설명하고 있다. 대구일보DB.
▲ 10일 오전 11시께 대구 중구 소재 한 백화점 2층 출입구에서 백화점 직원이 발길을 서두르는 고객에게 쿠브(COOV) 어플리케이션 설치·사용·연동법을 설명하고 있다. 대구일보DB.
대형마트, 백화점 이용객을 대상으로 한 방역패스 제도가 10일부터 적용된 가운데 정작 근로자는 대상자에서 제외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형평성 논란에 휩싸였다.

정부는 고용불안 우려로 근로자에게 방역패스를 적용치 않았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미접종 이용객은 안 되고, 미접종 근로자는 되고’라는 자가당착에 빠진 모양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10일부터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의무화 대상에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대규모 점포가 추가됐다. 대구지역에는 3천㎡ 이상 대형점포 39곳이 포함됐다.

이날부터 대규모 점포에 들어가려면 QR코드 등으로 백신접종을 인증하거나 미접종자의 경우 48시간 이내 발급받은 PCR(유전자증폭검사) 음성확인서를 내야 한다. 백신 미접종자는 혼자라도 대규모 점포를 이용할 수 없다.

의학적 이유로 방역패스를 적용받지 않는 예외자의 경우 격리해제확인서나 예외확인서가 있으면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일선 의료기관에서 의학적 이유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예외확인서 발급을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백신패스 자기 모순은 사실 지난달 13일부터 식당과 카페 등에서 백신패스가 적용되면서 시작됐다.

방역패스가 식당에 오래 머무르는 점주나 종사자에게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원 이모(49)씨는 “식당을 운영하는 지인 부부가 모두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에 깜짝 놀랐다”며 “영업점 내에서 손님보다 주인이나 종업원의 동선이 지속적이고 더 많다는 점에서 이해가 안된다”라고 꼬집었다.

방역당국은 고용불안에 대한 우려로 백신 미접종자 근로자에 대한 별도의 지침을 만들지 않았다.

이 때문에 백신 미접종자의 경우 근무는 가능하지만, 쇼핑과 단체 식사는 불가능한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수성구 음식점 종업원 A씨는 “백신 부작용으로 너무 고생해 2차 접종을 맞지 않은 종업원이 식당마다 한 명 정도는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아무런 재제가 없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백신 미접종 때문에 식당 앞에서 발길을 돌리는 이용객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털어놓았다.

상황이 이렇자 누리꾼들은 ‘물건 고르고 결제하는 순간에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활동하나 보다’, ‘일할 때는 코로나가 비켜간다’ 등 방역당국을 조롱하는 글들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영남대 허창덕 교수(사회학과)는 “방역패스 논란은 결국 정부의 방역정책에 대한 국민의 불신에서 시작된다”며 “정부가 백신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행정편의주의적 행태로 백신패스를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에게 백신의 효과 및 접종 필요성을 납득시키는 게 먼저”라고 지적했다.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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