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명 중대재해법이 오는 27일부터 근로자 50인 이상 기업에 전면 적용된다. 2021년 1월 국회를 통과한 중대재해법은 산업현장이나 공중이용시설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자는 취지로 제정됐지만 그동안 경영계에서는 과잉 처벌법이라고 주장하며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지역에서는 건설업체를 중심으로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분주한 모습이다. 현장 특성상 사고가 빈번한 산업인데다 중대재해법에서 사업주 처벌 규정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중대재해법은 노동자가 안전사고로 사망할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는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억 원 이하의 벌금, 법인에는 5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태왕, 서한, 화성사업 등 지역 건설업체들은 안전 전담 대표이사직을 신설하거나 해당 직급을 상향 조정하는 등 조직개편을 했거나 조만간 할 예정이다. 또 현장 안전 관리 인원을 확대해 안전사고 방지와 관리·감독 기능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협력업체 선정 시 안전 우수업체를 우대하는 등 협력업체에도 안전 우선 분위기를 확산시켜 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사주가 안전사고로 처벌받는 사태를 막기 위해 유사시 책임을 돌리기 위한 ‘꼼수’ 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경영계에서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역시 CEO 리스크이다. 현실적으로 오너 중심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국내 기업 환경에서 사고 때마다 대표이사가 징역형을 받게 되면 경영 안정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우려는 중소 규모 기업일수록 더욱 두드러진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중소제조업 중대재해법 준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근로자 50인 이상 기업체 가운데 53.7%가 “의무사항 준수가 불가능하다”고 답했고, 50~99인 기업체에서는 60.7%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2020년 1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일명 김용균법)에서 2021년 1월 중대재해법 제정, 그리고 2022년 1월27일 법 시행에 이르기까지 논의 기간만 2년 가까이 됐지만 찬반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중대재해법이 처벌보다 사고 예방을 위해 만들어진 법이란 취지를 경영계에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노동계의 입장과,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경영계 입장을 단순히 어느 쪽이 옳고 그르다고 양분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결국 법 시행 과정에서 나타날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양측의 견해 차이를 조금씩 좁혀 나가면서 순로롭게 정착될 수 있도록 하는 건 정부의 몫이다.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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