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엽 편집부국장 겸 정치부장
▲ 김종엽 편집부국장 겸 정치부장
2022년 임인년은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새 지도자를 뽑는 선거의 해다. 보수와 진보의 격렬한 진영 대결 속에서 대한민국 정치사의 고비 때마다 중요한 역할을 해온 대구·경북(TK) 민심의 선택이 다시금 주목받는다. 국민의힘이 전통적인 텃밭인 TK의 확고한 지지를 다시 얻어 정권 교체를 끌어낼지, 더불어민주당이 TK의 선택으로 정권 연장을 이뤄낼지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양강을 구축 중인 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그동안 아마추어리즘과 정치력 부족을 드러내며 유권자들의 불안감만 높이고 있다. 여기에 더해 냉소와 불신 분위기마저 확산하고 있다. 역대 최악의 ‘진흙탕’ 선거로 치닫는 모양새다.

국가의 미래와 민생을 위한 정책·공약 경쟁은 언감생심이다. 비전과 정책 경쟁의 포지티브 선거에 집중하기 보다는 ‘상대보다 내가 덜 나쁜 후보’라고 호소하는 네거티브 선거전이 판을 친다. 누가 더 빨리 사과를 하느냐, 어떤 태도로 사과를 하느냐로 두 후보의 우열을 가려야 할 판이다.

유례없는 ‘비호감’ 선거 속에 새해 업무 첫날(3일)부터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열차가 멈춰서는 사상초유의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대권을 위해 출발한 지 한 달도 안 됐다. 정권 교체 여론에 힘입어 순풍하던 윤 후보의 지지율이 신년을 맞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떨어진 게 주원인이다.

멈춰 선 선대위 열차는 이틀 뒤(5일)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의 퇴진을 포함한 선대위를 해체하며 예열에 들어갔지만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쇄신 과정에 드러난 불협화음 때문이다. (윤 후보와 상의도 없이) 선대위 개편안 전격 발표에 따른 ‘후보 패싱’, ‘연기만 잘하면 된다’는 식의 김 전 위원장의 브레이크 없는 행보는 윤 후보에게 적지 않은 생채기를 남겼다.

부랴부랴 새로 꾸린 선거대책본부 책임자로 4선의 권영세 의원을 본부장에 앉히는 등 지지율 반등을 위해 쇄신을 꾀했지만 하루 만에 사달이 나고 말았다. 추가 단행된 당직 임명을 놓고 대선 후보와 당 대표가 맞붙은 것이다. 윤 후보가 이준석 대표의 거부에도 당무우선권을 내세워 임명을 강행한 게 발단이다. 치열한 당내 주도권 다툼이 표면적으로 드러난 순간이었다. 서로 언성을 높이며 정면충돌하는 막장드라마까지 연출했다.

여기에다 의원들마저 이 대표의 사퇴결의에 나서면서 사태는 악화일로 치달았다. 윤 후보가 의원총회에 참석, ‘하나가 되자’고 이 대표와 포옹하면서 갈등상황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렇다고 방향을 튼 지지율 물꼬를 되돌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권 교체를 내걸고 나섰지만 그동안 비전 제시보다는 집안싸움으로 허송세월한 게 후보 본인이기 때문이다. 이번 내분 사태 역시 어정쩡한 봉합이라는 우려 속에 불신의 골을 메우지 못하고 또다시 충돌한다면 대국을 그르칠 뿐이다.

이렇듯 윤 후보가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기에는 힘이 부쳐 보인다. 보수정당의 텃밭인 TK 지지마저 장담할 수 없다. “진짜 투표를 해야 하나” “자기가 좋아서 지지하는 지 아는 모양이지” “뽑고 싶은 후보가 없다” “이번에는 투표 안 해” 등등 다시 찾아온 한파와 함께 민심이 차갑게 돌아서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이 후보 역시 마음은 편치 않다. 국민의힘 내홍에 따른 이탈층을 고스란히 흡수를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후보자 본인의 대장동 특혜를 비롯 장남의 상습·불법도박 및 마사지 업소 성매매 의혹 등 해소하지 못한 리스크에 발목이 잡힌 꼴이다. 일부 조사에서 희망의 ‘40% 고지’에 오르긴 했지만 지지율이 좀처럼 30%대 중후반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답답한 흐름을 이어가는 원인이다.

반사이익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누리고 있다. 5%를 오르내리던 지지율이 일부 조사에서 두 자릿수를 넘어 ‘마의 15%’ 벽도 넘는 등 조용히 몸집을 키우고 있다. 공공연히 야권후보 단일화가 요구되는 이유다.

코로나 팬데믹 속에 정치 혐오가 환멸의 단계까지 치닫고 있다. 그렇다고 누가 해도 마찬가지라는 냉소주의는 금물이다. 최선이 없다면 차선을 선택하면 된다. 선거까지는 이제 채 두 달도 남지 않았다. 하지만 역동적인 대한민국 정치에 있어 이 기간은 강산이 여러 번 바뀌고도 남을 시간이다. 후보들이 미래에 대한 어떤 희망을 던지는지를 충분히 보고 한 표라도 무겁게 던지자.



김종엽 기자 kimjy@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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