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신년 특별사면·복권이 내년 3월 대선의 돌발 변수로 급부상했다. 대선 여론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사면 후 내년 2월 초까지 병원에 있으면서 치료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 동안에는 가족을 제외한 정치인들을 만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정치와 거리를 두면서 신병 치료에 전념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올바른 선택이다. 오랜 수감생활을 거치면서 악화된 건강을 돌보는 것이 급선무다.

하지만 그가 대선을 앞두고 끝까지 현실 정치에 관여하지 않을지 여부는 알 수 없다.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는 “정치활동을 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물음에 “지금 말씀 드릴 수 있는 건 아니다. 지금은 신병 치료에 전념한다”고 답했다. 여지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퇴원해 사저로 갈 때는 어떤 형태로든 국민에게 인사를 할 것이라고 한다. 의례적인 인사말 한마디에도 다양한 추론이 나올 수 있다. 가정을 전제로 한 분석이 쏟아질 것이다. 대선 정국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출렁일 수 있다.

---현실정치 관여, 결코 바람직하지 않아

그가 현실 정치에 관여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어떤 형태로든 정치활동으로 읽힐 수 있는 행보에 나서면 진보는 진보대로, 보수는 보수대로 즉각 결집에 나서게 된다. 망국적 병폐인 진영대결이 더욱 공고화될 것이다. 그것만은 피해야 한다. 탄핵과 관련한 그의 판단이나 메시지가 나온다면 보수 내부에서 분열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가 어떤 재평가를 받게 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의 시대는 지나갔다. 일부 사람들의 말만 듣고 섣불리 정치 활동에 나서서는 안된다. 한걸음 물러서서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것이 성원을 보내는 다수 국민의 뜻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면·복권과 관련해 “생각의 차이나 찬반을 넘어 통합과 화합, 새 시대 개막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통합이 사면의 가장 큰 명분이라는 것이다. 또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이 많이 나빠진 점도 고려했다고 한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은 너무 늦었다. 4년9개월에 이르는 그의 수감 기간은 반란죄 확정판결을 받았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2년여 수감)에 비해 월등히 길다. 그간 많은 국민이 국민통합과 국격, 형평성 등을 들어 그의 석방을 촉구해 왔다. 지난 1월에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까지 사면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국민공감대 형성과 본인 반성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후 상황은 별반 달라진 것이 없지만 이번에는 사면이 이뤄졌다. 특별한 기준이나 원칙이 없어 보인다. 이번 사면에 정치적 노림수가 있다는 보수 지지층의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 하나의 어두운 과거, 청산 계기돼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사면에서 제외된 것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대선을 목전에 두고 전직 대통령 중 한 사람만 사면했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의도”라고 주장한다. 국민 화합차원이 아니라 정략적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은 경우가 다르다”며 모호한 해명을 했다. 두 사람의 수감기간을 고려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 전대통령은 고령이긴 하지만 석방과 수감을 반복해 실제 구속기간이 780일 가량에 그친다는 것이다.

궁색한 변명이다. 보수 출신 ‘두 전직 대통령 갈라치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 전 대통령의 사면 제외는 어떤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통합과는 거리가 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극단적 선택에 이 전 대통령의 책임이 있다는 현 여권 일부의 시각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피할 수 없다.

사면을 대하는 반응은 여야 정치세력은 물론이고 국민들까지 입장에 따라 제각각이다. 시기와 범위의 적절성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질 것이다. 평가하는 것은 국민의 몫이다. 평가는 내년 대선 표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번 사면을 보는 시각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한가지는 분명하다. 그것은 사면이 또 하나의 어두운 과거를 청산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점이다.

지국현 논설실장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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