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철도 경쟁 차츰 밀려 보조 교통수단 전락||광역철도 개통 기회로 환승 교통수단 입지 다

▲ 대구 동대구역에 설치된 중앙버스전용차로의 모습.
▲ 대구 동대구역에 설치된 중앙버스전용차로의 모습.
올해로 도입 103주년을 맞은 대구 시내버스가 비상의 날개를 펴고 있다.

도시철도에 밀려 매년 운영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사실상 혈세 먹는 하마로 전락했던 시내버스는 ‘환승’과 ‘친환경’ 등을 무기 삼아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도시철도와 선의의 경쟁 끝에 지역 제1 대중교통의 옛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위기의 시내버스…도시철도 보조교통 전락

대구는 국내에서 버스가 최초로 도입된 곳이다.

대구시 등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시절인 1920년 대구호텔의 주인이었던 일본인 사업가 베이무라 다마치로가 일본에서 버스 4대를 들여와 운행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국내 시내버스 시스템의 시초다.

시내버스는 이후 한 세기 가까이 ‘시민의 발’로 대구시민의 희로애락을 함께했다. 명실상부한 지역 제1 대중교통으로 군림하던 시내버스의 지위에 균열을 낸 것은 도시철도다. 특히 2015년 3호선 개통 이후 시내버스는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2011년 2억9천400여만 명에 달했던 시내버스 이용객은 2021년(11월 말 기준) 1억5천800만여 명으로 10년 만에 반 토막 났다.

2014년 17.3%였던 대중교통 수송분담률도 3호선 개통 직후인 2015년에는 16.4%로 감소했고, 이후 꾸준히 줄어 2018년에는 14.9%까지 급락했다.

반면 도시철도는 2014년 7.9%에서 5년 만에 9.9%로 상승하면서 대조를 이뤘다. 앞으로 엑스코선, 노면전차(트램) 노선 등이 추가되면 분담률 역전도 점쳐진다. 업계에 위기감이 확산되는 이유다.

▲ 대구 동명교통에 배치된 전기 시내버스의 모습.
▲ 대구 동명교통에 배치된 전기 시내버스의 모습.
◆부활의 신호탄…광역철도 개통

2023년 대구권 광역철도 개통은 도시철도에 밀려 침체됐던 시내버스 부활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광역경제권이 급물살을 타면서 ‘환승’ 교통수단으로 시내버스가 다시 한번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 하반기에 개통 예정인 광역철도가 운행되면 구미, 칠곡, 대구, 경산이 40분대에 접근이 가능해져 더욱 편리한 통근권과 경제권이 만들어지고, 결국 하나의 광역도시권이 형성될 전망이다.

구미·경산 등 타 지역에서 대구로의 유입이 활발해지며,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인구감소와 고령화 등에 따른 사업성 부족으로 신규 도시철도망 구축이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해답은 시내버스다.

내년 군위군 편입 및 2028년으로 예정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도 시내버스 활성화의 모멘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구시도 이 같은 상황에 주목해 올해 7억 원을 들여 시내버스 노선체계 개편 용역을 진행한다. 전면 노선개편은 도시철도 3호선이 개통했던 2015년 이후 8년 만이다.

이번 노선개편의 핵심은 ‘환승’이다. 광역철도에서 파생되는 유·출입 인구를 시내버스 수요로 흡수한다는 목표다.

대구·경북지역 시내버스는 현재 모든 구간에서의 요금을 통일하는 단일요금제를 채택하고 있다.

광역교통 체계에서 운영손실금을 최소화하고 대중교통 서비스 이용자의 공평한 요금부담을 위해서는 단일요금제가 아닌 거리비례제 요금제로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시는 대다수 시민이 갖고 있는 대중교통 환승 저항을 낮추는 데도 안간힘을 쏟고 있다. 현재 시내버스 노선은 ‘장대 노선’으로 불리는 운행 거리 60㎞ 이상, 운행시간 240분 이상인 장거리 노선이 전체(119개)의 27%(32개)에 달한다.

목적지를 한 번에 가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환승을 당연시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이번 용역의 목표다. 시는 복합환승센터 및 환승 거점 등의 설치를 검토 중이다.

▲ 도심 속 달리는 공기청정기로 불리는 수소전기버스의 모습.
▲ 도심 속 달리는 공기청정기로 불리는 수소전기버스의 모습.
◆친환경교통수단으로의 시내버스

대다수 시민은 도시철도가 시내버스보다 편리하고 진일보한 교통수단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생각이다.

도시철도가 도로 사정 및 교통량 등에 영향을 받는 시내버스보다 정시성이 뛰어난 것은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접근성에선 노선이 한정된 도시철도를 시내버스가 압도하며, 미래성 측면에서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는 평이다.

시내버스가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탄소중립에 발맞춰 대구시도 2019년부터 기존 압축천연가스(CNG) 버스를 친환경 전기버스로 교체하고 있다.

환경부가 2015년 발표한 ‘경유버스 및 CNG버스 환경·경제성 분석’ 자료에 따르면 CNG 버스는 1㎞를 주행할 때 일산화탄소 0.164g, 질소산화물 0.797g을 대기 중에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 시내버스의 하루 평균 운행 거리가 약 277㎞라는 점을 고려하면 시내버스 1대가 하루 45.4g의 일산화탄소와 220g의 질소산화물을 대구 공기 중에 배출하는 셈이다.

전기 버스는 대당 가격이 4억5천만 원 수준으로 일반 버스보다 두 배 이상 비싸지만 전기 모터로 운행하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이 높고, 특히 오염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

현재 41대의 전기버스가 대구 도심을 달리고 있으며, 2025년까지 대구 전체 시내버스(1천598대)의 8% 수준인 130대 도입이 목표다.

오염물질 미배출을 넘어 미세먼지 정화능력까지 갖춘 수소전기버스도 등장했다. 시는 지난해 2대의 수소전기버스를 시내버스 정규노선 503번(연경지구~성서공단)과 518번(성서공단~안심역)에 각각 1대씩 투입했다.

수소버스는 기존 천연가스(CNG) 버스는 물론 같은 친환경 교통수단인 전기버스에 비해서도 성능·친환경·승차감 등 모든 면에서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소버스 1대가 1년간 약 40만㎏의 공기를 정화할 수 있다. 이는 성인 76명이 1년간 마실 수 있는 공기의 양이다. 미세먼지를 빨아들여 깨끗한 공기로 전환하는 ‘도심 속 달리는 공기청정기’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기대된다.

대구시 관계자는 “탄소중립은 시대적 숙명이 됐다. 탄소와 미세먼지의 감축을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대중교통도 녹색교통체계로의 전환을 서두르겠다”고 말했다.

◆정시성도 잡는다…BRT 도입계획

시내버스의 최대 약점인 정시성 문제도 해결될 조짐이 보인다. 국토부에서 대구지역에 간선급행버스체계(BRT) 도입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대도시광역교통위원회에 따르면, ‘BRT 종합계획 수정계획(2021~2030)’에 지역 3개 노선이 포함됐다.

대구 서구청~MBC 대구문화방송(평리신천 BRT, 6.5㎞), 서부정류장역~북부시외버스터미널(대명비산 BRT, 6.0㎞), 칠성교~입석네거리(아양신암로 BRT, 3.9㎞) 구간이다. 시는 2025년부터 사업 진행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BRT란 전용 주행로, 정류소 등의 시설을 갖춰 급행으로 버스를 운행하는 교통체계이다. 통행 속도 및 정시성 확보 등 도시철도에 준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게 BRT의 장점이다. 또 건설비는 도시철도의 10분의 1, 운영비는 7분의 1에 불과해 가성비 높은 교통수단으로 알려졌다.

대구시 허종정 버스운영과장은 “그동안 시내버스에 대해 불편·불만의 목소리가 많았던 게 사실”이라며 “대구 현실에 맞는 혁신으로 시민에게 사랑받는 시내버스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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