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미국가산업단지 전경.
▲ 구미국가산업단지 전경.




구미국가산업단지의 심장이 다시 뛰고 있다.

한 때 수출 300억 달러를 달성하며 대한민국 산업의 심장으로 수출을 주도했던 구미국가산업단지는 2000년대 들어 삼성과 LG전자 등 대기업이 해외와 수도권으로 이전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대기업 협력업체가 대기업을 따라 함께 떠나면서 국가산단에 빈 공장이 늘고 근로자 수도 매년 감소했다. 구미시가 기업 유치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녹록치 않았다.

2015년 10만2천여 명에 달했던 구미국가산단 근로자는 지난해 9월 말에는 8만2천여 명으로 곤두박질쳤다.

2013년 367억 달러로 정점을 찍었던 수출도 2020년 말에는 247억 달러로 무려 120억 달러나 감소했다.

다행히 지난해 말부터 구미국가산단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2014년 325억 달러를 기록한 후 2020년 247억 달러까지 해마다 하락세를 보이던 수출이 다시 300억 달러를 넘긴 것이다.

전자·광학 제품이 수출 상승세를 견인했다.

이처럼 구미국가산단이 침체기에서 탈출하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대기업의 투자이다.

대기업이 떠나 침체를 맞았던 구미국가산단이 또 다른 대기업의 투자로 활기를 찾게 된 것이다.



▲ 구미시와 LG BCM이 투자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 구미시와 LG BCM이 투자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LG BCM 구미형일자리 사업 본궤도

최근 구미시는 LG BCM, SK실트론, 코오롱 인더스트리, KEC 등 대기업 및 중견기업과 잇달아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LG BCM과의 투자협약은 상생형 구미일자리 사업이 본 궤도에 올랐다는 의미를 갖는다.

2019년 7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LG화학과 상생형 구미일자리 협약을 체결했지만 그동안 회사측 사정으로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했다.

오랜 진통 끝에 LG화학은 포괄적 지위를 갖는 LG BCM을 설립하고 지난해 말 구미시와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현재 정부에 구미형일자리사업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이며 민관합동지원단의 현장실사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최종 의결만 남긴 상태다.

LG BCM은 구미국가산단 5단지 6만6천㎡ 부지에 5천억 원을 들여 연간 6만t 이상의 전기차 배터리 양극재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 사업을 통해 1천여 명 이상 고용창출과 1조5천억 원의 연 매출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또 협력사의 동반 입주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LG BCM과의 협약은 대기업 해외투자계획을 지방으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 구미시와 SK실트론이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있다.
▲ 구미시와 SK실트론이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있다.


◆전력반도체 기업(SK실트론, KEC 등) 구미로

전 세계적으로 공급난이 빚어진 전력반도체 투자가 구미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듀폰사의 SiC 웨이퍼사업 부문을 인수한 SK실트론은 2024년까지 1천900억 원을 투자해 구미 2공장에 SiC 웨이퍼 제조라인을 구축한다.

이를 통해 SK실트론은 2025년까지 실리콘카바이드(SiC) 웨이퍼 세계시장 점유율을 26%까지 끌어올려 세계 2위 공급사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는 구미에 본사를 둔 국내 유일의 반도체 웨이퍼 생산업체로 글로벌 웨이퍼기업 중 유일하게 실리콘 SiC 웨이퍼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SiC 웨이퍼는 기존 Si 웨이퍼에 비해 내구성이 뛰어나며, 높은 전압과 온도를 견딜 수 있는 특성이 있어 에너지 효율이 중요한 전기차와 5세대(5G) 이동통신 네트워크,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산업에 많이 활용된다.

SiC의 전기차 채택률은 현재 30%이며, 2025년에는 60%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글로벌 시장 규모는 2억1천800만 달러에서 2025년 8억1천100만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1969년 구미국가산단 1호 입주기업인 KEC도 200억 원을 투자해 생산설비 등을 고도화한다.

이번 투자는 지난해 이슈가 된 반도체 대란 문제를 해소하고 국내 고객이 수입에 의존하는 제품을 국내 생산품으로 대체 할 수 있도록 제품 개발을 진행해 반도체 수급 안정화에 기여할 계획이다.

최근 세계적인 반도체 품귀현상 속에서 SK실트론과 KEC의 잇따른 투자가 구미시가 반도체 핵심기지로 급부상하는 디딤돌이 되고 있다

◆LG이노텍, LG전자 A3공장인수 카메라모듈 생산시설 확대

반도체 기판과 카메라 모듈 등 고부가가치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LG이노텍은 LG전자 구미A3공장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LG이노텍은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반도체 기판시장에 진출하고자 대규모 생산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1조 원 규모가 될 이 사업의 입지로 현재 LG이노텍 기판 소재 사업부가 있는 구미 사업장이 가장 유력하다.

LG이노텍은 그동안 스마트폰용 카메라모듈 생산을 위해 LG전자 구미A3공장의 생산라인을 일부 빌려 쓰고 있었다.

최근에는 FC-BGA 사업 전환을 위한 구미A3공장 인수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이노텍이 기판사업에 조 단위의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같은 배경에는 FC-BGA가 전기차·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시장에서 품귀현상을 빚는 등 수요 급증이 꼽힌다.







▲ 구미시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있다.
▲ 구미시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있다.


◆대기업과 향토기업의 구미 러브콜 이어져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023년까지 2천300억 원을 투자해 구미공장에 아라미드 생산라인을 증설한다.

아라미드는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차세대 주력상품으로 ‘슈퍼섬유’라고 불린다. 동일한 중량의 철보다 인장강도가 5배나 강하고 가볍고 뛰어난 내열성과 낮은 절단성으로 5G 이동 통신용 광케이블, 전기 자동차용 초고성능 타이어 소재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롤투롤기술을 바탕으로 IT용 소재와 2차전지의 음극과 분리막 소재 등을 생산하는 피엔티는 기술 경쟁력 강화와 수주물량 증설을 위해 구미국가산단 제5단지에 1천억 원을 투자해 생산 시설을 짓고 있다.

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폴리이미드(PI)필름을 생산하는 PI첨단소재도 1천430억 원을 투자해 연간 600t 규모의 전기차·2차전지 전용 필름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있다.

현재 스마트폰 등에 사용되는 PI필름이 폴더블폰, 롤러블폰은 물론, 차량전장부품이나 전기차부품 시장에도 적용되는 등 늘어나는 수요에 대비하기 위한 결정이다.

증설이 완료되는 2023년에는 모두 9개의 PI필름 생산설비와 1개의 PI바니쉬 생산 설비 등을 갖추고 연간 5천100t의 PI필름을 생산한다.

반도체 소재·부품기업인 원익큐엔씨도 2024년까지 구미국가산단 제5단지에 800억 원을 투자해 생산시설을 확충한다.





◆신성장 투자로 구미국가산단 다각화

구미시와 지난해 투자협약을 체결한 기업들은 대부분 신성장 산업 분야를 선택했다.



LG BCM은 2차전지 양극재, 피엔티는 2차전지 음극과 분리막, PI첨단소재는 2차전지 전용 올리이미드필름 제조시설에 투자한다.

2차전지 사업은 자동차산업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변화하는 데 핵심이 되는 산업으로 글로벌 시장을 중국과 대한민국이 주도하고 있다.

전기자동차 시장 분야에서 주목 받는 산업으로 전기배터리외 반도체 산업을 꼽을 수 있다.

최근 자동차 공급이 지연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는 데 이는 전력반도체 공급난 때문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SK실트론과 KEC 등이 전력반도체와 관련해 구미국가산단에 신규 투자를 결정했다.

전기자동차와 함께 관심을 모으는 것이 자율주행차이다. 애플이 자율주행차 시장 진출을 선언하면서 기존 애플에 카메라모듈 등을 공급하는 LG이노텍도 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대기업 등의 투자를 뒷받침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에 대한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서부발전과 한국전력기술은 지난해 구미시와 구미국가산단 제5단지에 500㎿급 천연가스발전과 100㎿급 연료전지 시설 등의 에너지센터를 건설하는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SK실트론과 한국수자원공사 등은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필수시설인 고순도 공업용수 실증플랜트를 국내 최초로 SK실트론 구미2공장에서 건설 중이다.

이 분야 기술은 일본, 프랑스 등 해외기술에 의존하고 있어 수출규제 등 외부환경에 매우 취약했었는 데 이를 국산화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구미국가산단은 대기업들의 신성장산업 투자와 관련 인프라 구축을 통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만큼 올해가 더욱 기대된다.

이는 투자환경의 변화와 구미국가산단의 산업다각화뿐만 아니라 기업유치를 위한 구미시의 부단한 노력이 일궈낸 결과다.



◆올해 지역경제 활성화 결실 거둘 것…장세용 구미시장

▲ 장세용 구미시장.
▲ 장세용 구미시장.
장세용 구미시장은 “지난 한 해 지역경제를 위해 열심히 달려왔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17건, 1조6천억 원의 투자유치 성과를 냈다”고 자평했다.

그는 “5공단 분양가 인하와 입주업종 확대, 투자유치 촉진조례 개정을 통한 투자 환경을 조성하고 타겟 기업을 정해 투자유치에 나선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며 “또 기업을 위한 융자와 보증, 펀드조성, 수출보험료 지원 등 각종 정책자금과 지원구조를 다각화한 한 점도 기업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에는 코로나19라는 악조건에도 알리바바닷컴 온라인 입점, 중소기업 토탈솔루션, 기업IT포털 서비스 사업 등을 통해 기업을 지원했다”며 “올해부터는 협약을 체결한 대기업들이 본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만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승남 기자 intel887@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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