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농업 특허기술 공개 …오픈 이노베이션시대에 동참 분위기 증가||특허 받은 경북 강소농

▲ 오순기 엄지영지버섯 대표가 자신이 획득한 특허증과 상표등록증, 기술이전확인서 등을 보여주고 있다.
▲ 오순기 엄지영지버섯 대표가 자신이 획득한 특허증과 상표등록증, 기술이전확인서 등을 보여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백신의 개발과 실용화에는 10년 정도의 기간이 걸린다. 그러나 코로나19 백신은 1년으로 기간을 단축했다.

이 같은 초스피드 개발의 비결은 뭘까.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의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지난해 1월 코로나19의 유전자 염기서열 데이터가 공개되자, 전 세계의 과학자들이 연구를 진행했다.

공공은 물론 민간에서도 데이터를 개방하고 백신개발에 동참했기 때문이다. 미국 버클리대 ‘헨리 체스브로’ 교수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외부의 집단지성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고 결과물로 공동 특허를 얻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짐 화이트 허스트’ IBM사장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숨기던 과거와는 달리 적극적으로 외부의 협력자를 찾아 함께 개발하는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특허 1호는 독립운동가 ‘정인호’ 선생의 ‘말총모자’다. 이후에도 말총핸드백과 말총셔츠 등 많은 특허를 받았다.

그 수익금을 독립운동자금으로 지원했다. 우리나라의 특허는 2019년 9월에 200만 건을 넘어섰다. 이 중에서 농업 분야의 특허는 대략 5만7천 건에 이른다. 경북에서 많은 강소농이 자신의 특화된 기술을 바탕으로 특허를 받고, 그 기술을 지역 농가와 공유하면서 동반성장의 계기로 삼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작지만 강한 농업을 지향하는 강소농의 특허사례를 소개한다.

◆영지버섯의 식품.미용화 성공…칠곡 엄지영지버섯(오순기 대표)

엄지영지버섯 농장을 운영하는 오순기 대표는 4개의 특허를 가지고 있다. 영지큐브와 영지누룽지, 영지비누, 영지꿀이다.

2015년에 특허를 받은 영지큐브는 딱딱한 영지버섯 뒷면에 1x1㎝ 크기로 칼집을 내어 손으로 쉽게 자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영지버섯은 워낙 단단해 가정에서 잘라서 차로 끓이기에 불편했던 점을 개선했다.

삼겹살에 칼집을 넣는 기계의 원리를 적용했다. 영지누룽지는 약용버섯의 식용화를 이룬 제품이다. 2시간 달인 영지추출물로 현미밥을 짓고 다시 누룽지로 만들었다. 누룽지의 구수한 맛이 영지버섯의 쓴맛을 중화시켜 먹기 좋게 했다. 영지버섯이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간편식으로 먹기에 편한 장점도 있다. 쌀과 영지버섯을 결합함으로써 쌀 소비 촉진에도 한몫을 한다. 이외에도 피부미용에 좋은 영지비누와 숙취해소에 좋은 영지꿀도 개발했다.

▲ 지승우농원의 강상규 대표가 자신이 개발한 넝쿨유인기의 성능과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 지승우농원의 강상규 대표가 자신이 개발한 넝쿨유인기의 성능과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오이 줄기 관리 한방에 OK…구미 지승우농원(강상규 대표)

30년 전부터 오이와 토마토를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하는 강상규 지승우농원 대표는 노동력 절감이 최대의 관건이라고 생각했다.

재배기술 향상과 함께 노동력 절감을 고민했다. 오이나 토마토 재배에 있어서는 줄기를 유인하는데 많은 노동력이 든다.

보통 천정에서 내린 노끈에 집게를 이용해 일일이 줄기를 고정하고 내리기를 반복한다. 성장 속도에 따라 수시로 해야 한다. 80m 한 고랑의 줄기 내림에 2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작물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넝쿨유인기’를 개발했다. 고랑 끝에 원통형 드럼을 설치하고 강철선을 연결한 장치다.

강철선에는 노끈을 달아 작물을 고정시킨다. 전기모터를 이용해 느린 속도로 작동시키기 때문에 작물이 스트레스도 받지 않는다. 줄기를 고정하는 집게 작업에 30분이 소요되고 이동은 2분이면 끝난다. 인력 작업보다 1/4 정도로 노동력이 줄어든다. 2006년에 개발해 실용화했다. 현재는 로봇을 활용한 농작물 자동 수확기를 개발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 서민프레시 김유진 대표 부부가 고추부각과 식용곤충부각의 특허증을 들어 보이고 있다.
▲ 서민프레시 김유진 대표 부부가 고추부각과 식용곤충부각의 특허증을 들어 보이고 있다.
◆고추와 식용곤충부각 특허…예천 서민프레시(김유진 대표)

부각을 가공하는 김유진 서민프레시 대표는 2개의 특허를 받았고, 1개를 출원 중이다. 부각의 고급화를 완성하겠다는 생각에서 연구를 시작해 자신만의 특별한 부각을 세상에 내놨다.

고추부각은 고춧잎 추출물을 풋고추에 첨가해 만든 이색적인 부각이다. 풋고추와 고춧잎의 맛이 다르다는 점에 착안해 수십 차례의 시행착오를 겪었다. 고춧잎의 향과 맛이 부각에 배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식용곤충부각은 예천군의 특산물인 곤충을 특화시킨 부각이다. 곤충분말과 버섯추출물, 찹쌀가루를 혼합한 찹쌀풀을 입혀서 만들었다. 고추와 김, 호박 등 모든 부각에 적용할 수 있다. 출원 중인 ‘김부각 찹쌀풀 자동공급기’는 조각이 큰 김(해태)에 자동으로 찹쌀풀을 칠할 수 있는 기계다.

자동화를 통해 노동력을 크게 줄였다. 앞으로도 부각 가공과정에 현장에서 작업효율을 높이고 부각의 품질을 높일 수 있는 가공품과 설비를 계속 개발할 계획이다.

▲ 이은정 예닮맘푸드 대표가 자신이 개발해 생산·판매하는 키토산 누룽지를 보여주고 있다.
▲ 이은정 예닮맘푸드 대표가 자신이 개발해 생산·판매하는 키토산 누룽지를 보여주고 있다.
◆ 키토산누룽지로 다이어트…포항 예닮맘푸드(이은정 대표)

현대인의 큰 고민 중 하나는 비만이다.

그래서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5분도현미 누룽지를 만드는 예닮맘푸드의 이은정 대표는 누룽지에 다이어트의 기능을 넣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대게를 떠올렸다.

대게 등 갑각류에 많이 들어 있는 키토산에 체지방을 감소시키는 효능이 있다는 점을 주목한 것이다.

직접 재배한 쌀과 동해안 특산물인 대게에서 나오는 키토산을 이용한 누룽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수십 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키토산 누룽지를 개발해 2019년 2월에 특허를 받았다. 키토산 분말에 현미식초와 함초엑기스를 첨가해 키토산 수용액을 만들고 여기에 미네랄수를 첨가했다.

이렇게 만든 키토산수용액으로 현미밥을 짓고 누룽지를 만든다.

이것이 키토산 누룽지다.

키토산 누룽지는 다이어트에 효능이 좋은 식재료의 집합체다. 현미는 물론 키토산과 현미식초, 함초엑기스 등 모든 것이 다이어트에 좋은 식재료들이다.

현재는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춘 컵누룽지와 키토산을 이용한 간편식도 개발 중이다.

▲ 정다해 가람솔 대표가 자신이 개발한 사과식초 특허증을 보여주고 있다.
▲ 정다해 가람솔 대표가 자신이 개발한 사과식초 특허증을 보여주고 있다.
◆식초 속에 사과의 맛 그대로 담아…의성 가람솔(정다해 대표)

정통 항아리를 이용한 정치배양법으로 식초를 만드는 정다해 가람솔 대표는 사과를 활용한 2개의 특허를 가지고 있다.

‘초미세 사과를 이용한 사과식초’와 ‘탄소처리 및 저온살균법을 이용한 사과주스’이다. 정 대표가 식초를 만들기 시작한 이유는 30년간 식당을 운영하면서 식초의 중요성과 효능을 알았기 때문이다.

현재 식초가공장이 있는 곳은 사과 주산지다. 마을의 모든 농가가 사과를 재배한다. 주변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사과의 맛과 효능을 이용해 명품식초를 만들어 보자는 고민 끝에 ‘초미세사과를 이용한 사과식초’가 세상에 나왔다. 사과를 초미세 상태로 분쇄해 3개월 이상 발효과정을 거치고, 정통 항아리에서 1년 동안 정치배양법으로 숙성을 시킨다. 설탕을 비롯한 어떠한 당(糖) 성분도 첨가하지 않고 100% 사과만을 이용해서 만든다. 소비자들로부터 사과의 향과 맛이 그대로 살아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으로도 우리 체질에 맞는 식초를 계속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한다.

▲ 이계자 고띄마실 대표가 자신이 개발한 홍도라지조청 특허증을 보여주고 있다.
▲ 이계자 고띄마실 대표가 자신이 개발한 홍도라지조청 특허증을 보여주고 있다.
◆달콤한 조청과 아삭한 참외피클…성주 고띄마실(이계자 대표)

이계자 고띄마실 대표는 2개의 특허를 가지고 있다. 홍도라지조청과 성주의 특산물인 참외를 활용한 참외피클이다.

많은 전통음식이 그렇듯이 조청도 시간과 정성의 결과물이다. 구증구포한 홍도라지와 한약재를 넣고 12시간 이상 달여서 유용 성분을 추출하고, 여기에 다시 홍도라지를 넣고 한 번 더 발효과정을 거친다.

홍도라지 추출물과 고두밥을 삭힌 엿물을 혼합해 12시간 이상 달이면 홍도라지 조청이 완성된다.

도라지와 한약재의 좋은 성분들이 조청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참외피클은 성주 특산물인 참외를 이용해 만든 것이다.

가정에서 흔히 만들던 참외장아찌를 피클로 업그레이드했다.

해마다 6~7월 홍수 출하기에 가격이 떨어지는 참외를 피클로 가공해 농가와 ‘윈-윈’하자는 생각에서 개발했다. 완숙 참외를 염장하고 2차에 걸친 세척과 탈수, 소스 첨가 등의 과정을 거치고 저온 숙성과정을 거치면 완성된다.

이렇게 만든 참외피클은 2년 이상을 보관해도 맛과 향은 물론 식감이 그대로 살아있다. 개발 과정에 어려움도 많았다.

완숙 참외의 과육이 쉽게 무르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과제였다. 염도와 숙성시간을 조절하는 과정에 3톤 이상의 참외가 사용됐다. 이처럼 어렵게 만든 레시피를 지역 농가에 공개하고 공유한다. 참외 분말을 이용한 참외조청도 개발해 특허출원 중에 있다.

◆기술 공유로 이웃과 윈윈

농사일을 하면서 특허를 받은 농부들은 공통의 고민거리를 가지고 있었다. ‘좀 더 편하게 농사일을 할 수는 없을까.’

또 ‘좀 더 좋고 특별한 것, 차별화된 것은 없을까’라는 고민이었다.

주변에서 발명왕으로 불린다는 점도 비슷하다.

강한 호기심과 해결하려고 하는 의지가 새로운 것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밑거름이 됐다. 그 결과를 특허로 연결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개발한 기술을 이웃과 공유하고 있다.

공개와 공유를 통해 서로 상생하겠다는 자세로 살아간다. 앞으로도 계속 발명의 손을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농가의 특허기술이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농촌현장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기를 기대한다.



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민간전문위원)



이동률 leedr@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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