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의혹이 대선 정국의 핵심 이슈로 다시 떠올랐다. 지난 10일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파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가늠하기 힘들다. 대선 정국의 돌발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의 극단적 선택에 모두 안타까워 한다. 하지만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서는 밝혀진 것이 없다. 대장동 개발사업을 둘러싼 의혹은 더 커졌다. 무엇이 그를 극한 상황으로 몰고 갔을까.

그는 대장동 개발 특혜의혹과 관련해 뇌물수수 혐의를 받았다.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을 들먹이며 상사인 성남도개공 사장의 사퇴를 강요하기도 했다. 그를 출발점으로 해서 각종 의혹의 윗선을 밝혀내려던 검찰 수사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몸통 규명이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대선 전에 수사 끝낼 수 있을까 의문

이제 외길 수순이다. 특검 말고는 국민적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정치권도 모두 인정한다. 그러나 여야가 빠른 시일 내 특검에 합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특검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각종 의혹에 대한 이해득실 때문이다. 대선이 8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수사 과정에서 한번 타격을 입으면 만회하기 힘들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려운 시점이다. 현실적으로 대선 이전에 수사를 끝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고려 요소다.

특검이 실시된다면 일차적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타깃이 될 수밖에 없다. 이 후보는 대장동 개발사업 당시 성남시장이었다. 가장 밀접한 당사자로서 해명에 우선적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이 특검 도입에 전향적 자세로 돌아선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특검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도 부담이 없지 않다. 민주당이 문제삼고 있는 과거 부산저축은행 대출비리 부실수사 논란 등과 맞물려 어떤 돌발 변수가 생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특검과 관련해 전방위 공세를 펼치고 있다. 윤석열 후보는 “민주당이 (특검)법안 자체를 (법사위에) 올리지 않고 있는데, 정치쇼를 할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에라도 특검에 합의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역없는 수사를 주장해온 이재명 후보도 특검에 동의했다. 윤석열 후보가 부산저축은행 의혹을 특검에 포함시켜도 좋다는 이야기를 이미 했다고 밝히자 “전부 특검하자니 환영하는 바”라고 말했다. 그간 민주당은 ‘50억 클럽’ 등 개발이익의 사용처, 부산저축은행 의혹 등이 진상규명의 핵심이라며 특검 대상에서 제외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대장동 사태와 관련한 여야 정치권의 진단과 처방은 같다. 의혹 규명과 특검 도입이다. 진단과 처방이 같으면 문제가 생길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이제껏 특검 논의는 한발도 나아가지 못했다. 대선에 미치는 이해관계를 최우선으로 고려한 때문이다.

특검에 대한 후보 간 합의는 사실상 이뤄졌지만 향후 실무협의가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 없다. 후보 간 합의에도 불구하고 특검의 수사 범위는 여전히 최대 쟁점이다. 구체화하는 과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검 추천 방식도 난제다. 지난 9월 국민의힘이 발의한 특검법안은 대한변협이 4배수를 추천한 뒤 교섭단체 합의로 2명을 압축하면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도록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상설 특검법을 준용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7명의 특검 후보 추천위원에 법무차관, 법원행정처차장, 대한변협회장이 들어간다. 국민의힘은 야당에 불리한 방식이라며 거부반응을 보인다.

---늑장 특검, 국민불신 부추길 가능성

국민들은 대장동 사태의 본질을 궁금해 한다. 의혹은 지난 8월 말 불거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불신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그러나 정치권은 특검 도입을 두고 공방만 벌였다. 시간만 흘려보낸 것이다.

특검 수사가 시작된다고 하더라도 대선 전에 마무리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양당의 세부 입장 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늑장 특검이 정치불신을 가중시키는 또 하나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검 결과가 나왔을 경우에도 파장은 만만찮을 것이다. 지금은 국민이 둘로 갈라진 상황이다. 전체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 여부도 숙제다. 이래저래 국민들만 답답하다.

지국현 논설실장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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