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정화 제2사회부 신도청권 취재팀장
▲ 문정화 제2사회부 신도청권 취재팀장

이번 대선도 살벌하다. 총칼만 손에 들지 않았을 뿐 상대 후보나 진영을 향해 입으로 쏟아내는 포화는 총칼이 무색할 정도다. 헌정사상 첫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일찌감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벌어졌던 4년 전 전쟁터와는 확연히 다르다.

더불어민주당은 정권창출 과정에서 ‘우리 편’이라고 여겼던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사태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내야 할 형편이다. 국민의힘과 윤 후보의 승리는 단순히 민주당의 정권재창출 무산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이 해 온 주요 정책들이 뒤집어 지는 것이고 문 대통령의 퇴임후 안위까지도 걱정해야 할 지도 모를 상황을 의미한다.

국민의힘은 윤 후보 덕분에 기사회생했다. 의도했든 아니든 윤 후보는 살아있는 권력과 맞서 정권교체의 씨앗을 심었고 국민의힘이 쨉을 날릴 평평한 대선 판도 만들었다. 이들의 패배는 보수의 궤멸, 나아가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온전히 유지되기 어렵다는 상황을 뜻한다.

정치 영역을 취재하면서 생긴 습성이 있다. 공천을 받겠다고 표심을 잡겠다고 아웅다웅할때 누가(어느 쪽이) 더 간절하냐, 절박하냐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이를 읽어내면 향후 행보와 결과를 나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간절하고 절박한 자는 현실을 직시하고 변화를 도모한다. 권력을 향한 그 간절함이 때론 원칙없는 무모한 행동을 낳기도 하고 그로 인해 그 근원조차 망각해 일을 망치기도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누가, 어느 쪽이 더 하냐에 성패가 갈리는 경우를 봐 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 여론이 높게 나오는 상황이다. 이 때문인지 지금 절박함은 국민의힘과 윤 후보보다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에게서 느껴진다. ‘(기본소득)국민이 반대하면 안하겠다’,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 ‘조국사태 사과’ 등등 쏟아지는 발언들을 보면서다.

대선 판을 바라보는 비수도권 단체장의 절박함도 적지 않다. 이들은 국가적 난제인 인구감소 문제를 청년 유출과 지방소멸 위기로 직면하면서 뛰고 있는 자들이다. 돈과 사람이 수도권으로만 몰리는 지금의 운동장에서는 지방정부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도 알고 있다. 그래서 판이 흔들리는 대선 정국을 뒷짐만 지고 바라볼 수만 없다.

특히 경북은 4년 전 판이 바뀌면서 직격탄을 맞은 곳이다.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 말이다. 내년 3월9일 판이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다. 무늬만 바뀐 판이 될지, 완전 새 판이 될지. 어찌됐든 경북은 개도(開道) 이래 가장 큰 역사인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을 대구와 함께 해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는 지역경제구조 전환에도 박차를 가해야 하고 16개 시·군을 소멸 위기로부터 탈출시켜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경북도가 광역지자체로서는 처음으로 지방소멸대응 종합계획을 수립하게 된 것도 이같은 위기 상황을 심각하게 본 때문이다. 일찌감치 대선 과제 발굴에 나섰고 여야 경선과정에서 도청을 찾거나 주요 사업현장을 찾는 후보측에 비공식적으로 몇 개씩 건네기도 했다.

그러나 대구시가 40조 원 규모의 대선 공약 과제를 공식 발표한데 비해 경북도는 이를 시원하게 내놓지 않고 있다. 공개를 요구할 때마다 “23개 시·군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 조심스럽고 ‘우리 이런 준비하고 있다’고 발표하는 것 자체로 무슨 의미가 있나”며 꺼린다. 의회의 질타가 있자 최근 한두 개씩 내놓고 있다. 경북형 듀얼라이프(두 지역 살기) 기본계획을 유동인구를 늘리는 새로운 인구정책 패러다임으로 제시했다. 차기 정부 국정과제로 채택되도록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내친김에 각 정당과 대선 후보들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어필했으면 한다. 지금의 대선 후보들은 지방소멸이나 비수도권의 상황을 체득하고 해법을 찾는 데 고민해온 자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이재명 후보는 비수도권과 대척점인 수도권 단체장을 해왔다. 윤석열 후보는 단체장 경험이 없다. 경북 단독으로든 타 시·도와 공동으로든 이들의 뇌리에 ‘지방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산다’는 인식을 깊게 심어 정책으로 나오게 해야 한다. ‘목마른 자 우물 판다’는 말처럼 절박한 심정으로 경북도가 나서길 기대한다.



문정화 기자 moonjh@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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