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고난 있었지만, 그 덕에 소리의 즐거움을 깨달았죠”…판소리꾼 구다영

발행일 2021-12-02 11:05:05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지역문화의 힘, 청년 예술가 〈18〉 판소리꾼 구다영

가족이 함께하는 온누리국악예술단에서 사물놀이로 국악 배우기 시작

다장르의 컬래버레이션 시도 및 창작판소리에도 참여해 도전 기회 넓혀

판소리꾼 구다영과 비아트리오가 지난해 함께한 첫 공연.
“5년 사이 허리디스크와 목에 물혹이 생겨 소리를 포기해야 하는 아픔이 수시로 있었지만, 어려운 상황 속에서 소리를 진심으로 즐길 줄 알고 사랑하게 됐습니다.”

청년 예술가 판소리꾼 구다영(27)이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

혈연, 지연 등 국악과 아무런 연고가 없던 그는 태어나자마자 음악인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어째서였을까.

그가 태어난 직후인 1995년 당시 사업 수완이 밝았던 아버지가 경북 청도에서 지인, 가족들을 모아 ‘온누리국악예술단’을 창단한다.

그는 형제, 친구들과 함께 자연스레 ‘온누리국악예술단’에서 사물놀이로 국악을 배우기 시작했다.

온누리국악예술단은 청도 화양읍 유등리에서 가족을 중심으로 지역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만들어진 30여 년의 역사가 있는 전문 국악 공연 단체다.

형제 모두가 아버지의 뜻에 따라 단체에서 활동하며 가야금, 피리, 해금, 아쟁 등 음악을 하고, 이들은 음악적 재능을 가지고 즐거움을 느낀 덕에 나름의 방식대로 현재까지도 음악가로서 활동하고 있다.

특히 5명의 형제 중 넷째인 구다영씨는 유일한 판소리꾼으로, 대구와 경북, 경남 등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다.

끼와 재능을 겸비한 덕에 어려서부터 내로라하는 국악대회에서 1등은 그에게 당연한 몫이었다.

그는 해왔던 경험을 살려 경북대 국악학과에 진학해 타악기와 판소리를 전공하게 된다.

온누리국악예술단이 공연을 펼치고 있는 모습.
판소리꾼 구다영이 경남국악관현악단 휴의 ‘연기의 마인’ 무대에 오른 모습.
하지만 타고난 그에게도 좌절의 순간이 번번이 다가왔다.

대학 졸업 후 2017년 집안 내력으로 인한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고, 지난해 목에 이상이 생겨 물혹을 제거한 것이다. 매 순간 의사의 ‘앞으로 판소리를 할 수 없다’는 진단은 그에게 큰 충격이었다.

좋든 싫든 당연했던 국악이 그에게 넌더리가 날 지경에 이르는 것은 수도 없었지만, 이를 계기로 그는 마음을 다잡게 된다.

다행히도 그는 재활의 시간을 무사히 지내고 본격적인 성대치료와 발성, 창법 등에 집중해 나아진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는 “그 시간을 보내고 보니 사실 판소리뿐 아니라 익혔던 모든 국악을 누구보다고 잘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즐기고 싶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며 “그 이후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 다시 처음부터 하나씩 쌓아가는 마음으로 예술가의 삶에 들어서게 됐다”고 했다.

새 출발을 다짐한 그는 여전히 본인과 씨름하며 회복 중이지만, 판소리의 소중함을 깨닫고 국내 크고 작은 행사에 공연을 펼치고 있다.

현재는 대구의 ‘비아트리오’, ‘뮤직텔러 세상타령’, ‘다다이즘’과 ‘경남국악관현악단 휴’, ‘창작예술집단 새물’ 등 다 장르를 소화하는 팀에 속해있으면서 게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그에게 비아트리오는 클래식 바탕의 대중음악이라는 큰 도전의 기회가 됐고, 경남국악관현악단 휴에서는 그가 처음 극본을 쓰고 작창(창작 판소리)해 무대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맡기 시작했다.

특히 2019년 경남에서 개최한 공연 ‘연기의 마인’은 뜻깊다. 이는 알라딘 원작을 다룬 내용으로, 대본 작업부터 작창, 음악적 연출 등 그의 손을 거쳐 완성됐다.

당시 1시간 분량의 창작소리극에 미디어아트가 더해져 당시 무대는 다 장르를 트렌드화한다는 호평을 받았다. 구씨는 잊지 못할 순간이라고 전했다.

그는 “창작을 욕심낼수록 전통 소리가 기반이 돼야 한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스스로 공부를 하며 작창을 해나가고 있다”며 “특히 요즘 판소리 무대가 익숙해지면서 다양성이 넓어지는 것에 대해 정말 감사하다. 익숙한 것이 합친 새로운 익숙함을 선사할 수 있어 기쁘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20년이 훌쩍 넘는 나의 공연 인생에 가장 화려하고 황홀했던 공연이었다”며 “대구에서는 아직 기회가 없어서 아쉬운 마음이 크다. 언젠가 대구에서 꼭 선보이겠다”고 했다.

판소리꾼 구다영은 서른 살이 되기 전 판소리 중 가장 어려워 시도조차 쉽지 않다는 ‘적벽가’를 대중에게 들려주는 것이 최종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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