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은 나몰라라
윤석열 대선 후보의 ‘이준석 대표 패싱’ 논란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이 대표가 11월30일 모든 공식 일정을 취소하고 전면 보이콧에 들어갔다.
이 대표 측에서 공동상임선대위원장직 사퇴 등 ‘중대 결심’을 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윤 후보 측도 강경한 입장이다.
이 대표는 전날 밤 페이스북에 “그렇다면 여기까지”라는 글을 남긴 데 이어 향후 일정을 무기한 전면 취소하고 상계동 자택에서 두문불출 중이다. 자신의 휴대전화 전원도 끈 상태다.
이 대표는 주변 만류에도 거듭 당대표 사퇴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윤 후보 측이 충청 방문 일정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는 패싱 논란에 더해 명시적으로 반대했던 이수정 교수를 선대위에 들인 데 대한 불만 표시로 풀이된다.
실무자급 인선을 놓고도 일부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밤 이 대표 자택을 찾았다는 정미경 최고위원은 이날 “이 대표가 정말 직을 던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면 정권 교체 못 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하태경 의원도 페이스북에 “이준석 대표 패싱 논란은 매우 우려스럽다. 이 대표 없이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안이한 생각은 대선 승리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이 대표 역성을 들었다.
윤 후보 측은 일단 패싱 논란과 관련 소통 부족을 인정했다.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은 이날 K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충청권 순회 일정 미공유’와 관련해 “실무적인 차원에서 흠이 없지는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교수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한 데 대해선 물러서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앞장서 대변하는 ‘이대남’(20대 남성)도 중요하지만, 대선 승리를 위해선 ‘이대녀’(20대 여성)의 지지와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윤 후보와 가까운 핵심 참모들은 이 대표 사퇴 설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이 대표가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판을 흔들어 버리는 일종의 ‘김종인식 정치’를 구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구원 등판을 위해 후보 흔들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심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이날 이 대표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 대표와 국민의힘 대변인을 선발하는 토론배틀에 함께 한 전여옥 전 의원은 이 대표를 향해 “그냥 푹 쉬어라”고 공격했다.
윤 후보도 이 대표의 불만 표시에 거리를 두는 모양새를 취했다.
윤 후보는 2박3일 충청권 일정 중 둘째 날인 이날 청주에서 2차 전지 강소기업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선대위 내부 잡음과 이준석 패싱 논란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저도 잘 모르겠다. 저는 후보로서 역할을 다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 대표에게 연락해봤느냐는 질문에는 “저도 오늘 일정이 아침부터 바빴다. 사무총장과는 통화했고, 이유를 파악해 보고 이 대표를 한번 만나보라고 얘기했다”고 답했다.
이혜림 기자 lhl@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