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은 나몰라라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1월30일 충북 청주시 청원구에 위치한 2차 전지 우수강소기업 클레버를 방문해 관계자와 함께 공장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1월30일 충북 청주시 청원구에 위치한 2차 전지 우수강소기업 클레버를 방문해 관계자와 함께 공장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가 심각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윤석열 대선 후보의 ‘이준석 대표 패싱’ 논란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이 대표가 11월30일 모든 공식 일정을 취소하고 전면 보이콧에 들어갔다.

이 대표 측에서 공동상임선대위원장직 사퇴 등 ‘중대 결심’을 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윤 후보 측도 강경한 입장이다.

이 대표는 전날 밤 페이스북에 “그렇다면 여기까지”라는 글을 남긴 데 이어 향후 일정을 무기한 전면 취소하고 상계동 자택에서 두문불출 중이다. 자신의 휴대전화 전원도 끈 상태다.

이 대표는 주변 만류에도 거듭 당대표 사퇴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윤 후보 측이 충청 방문 일정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는 패싱 논란에 더해 명시적으로 반대했던 이수정 교수를 선대위에 들인 데 대한 불만 표시로 풀이된다.

실무자급 인선을 놓고도 일부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밤 이 대표 자택을 찾았다는 정미경 최고위원은 이날 “이 대표가 정말 직을 던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면 정권 교체 못 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하태경 의원도 페이스북에 “이준석 대표 패싱 논란은 매우 우려스럽다. 이 대표 없이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안이한 생각은 대선 승리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이 대표 역성을 들었다.

윤 후보 측은 일단 패싱 논란과 관련 소통 부족을 인정했다.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은 이날 K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충청권 순회 일정 미공유’와 관련해 “실무적인 차원에서 흠이 없지는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교수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한 데 대해선 물러서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앞장서 대변하는 ‘이대남’(20대 남성)도 중요하지만, 대선 승리를 위해선 ‘이대녀’(20대 여성)의 지지와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윤 후보와 가까운 핵심 참모들은 이 대표 사퇴 설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이 대표가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판을 흔들어 버리는 일종의 ‘김종인식 정치’를 구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구원 등판을 위해 후보 흔들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심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이날 이 대표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 대표와 국민의힘 대변인을 선발하는 토론배틀에 함께 한 전여옥 전 의원은 이 대표를 향해 “그냥 푹 쉬어라”고 공격했다.

윤 후보도 이 대표의 불만 표시에 거리를 두는 모양새를 취했다.

윤 후보는 2박3일 충청권 일정 중 둘째 날인 이날 청주에서 2차 전지 강소기업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선대위 내부 잡음과 이준석 패싱 논란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저도 잘 모르겠다. 저는 후보로서 역할을 다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 대표에게 연락해봤느냐는 질문에는 “저도 오늘 일정이 아침부터 바빴다. 사무총장과는 통화했고, 이유를 파악해 보고 이 대표를 한번 만나보라고 얘기했다”고 답했다.



이혜림 기자 lhl@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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