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진 수성구립용학도서관 관장

보름 전쯤 ‘호반의 도시’ 춘천을 다녀왔다. 공지천 조각공원 일원에서 열린 ‘2021 춘천 한국지역도서전’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올해로 5회째인 한국지역도서전은 2017년 제주를 시작으로 2018년 경기도 수원, 2019년 전북 고창, 2020년 대구 수성, 2021년 강원도 춘천으로 매년 이어지고 있다. 2022년에는 광주 동구에서 열리는 것으로 선포됐다.

서울과 파주를 제외한 전국 지역출판인들의 모임인 한국지역출판연대와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공동 주최하는 이 행사는 지역문화를 제대로 기록하고자 하는 출판인들과 지역출판의 가치를 아는 이들의 염원이 녹아 있는 책축제이자 독서문화축제다. 책이 지역문화를 기록하는 기본적인 매체이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는 해당 지역의 문화를 전국에 알릴 수 있는 도시마케팅의 무대이기도 하다.

3일간 진행되는 축제의 개막행사에는 호스트인 해당 도시의 단체장은 물론, 전년도 개최도시와 차기 개최도시의 단체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자리를 함께하는 것이 전통으로 자리를 잡았다. 지역출판과 책과 독서문화의 가치를 인식하는 지역들의 연대를 도모하자는 의도로 읽혀진다. 옥의 티가 있기는 했지만, 춘천 한국지역도서전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는 이어졌다.

춘천에 모인 지역출판인들은 행사장 곳곳에서 지역출판을 비롯해 지역문화와 지역의 미래에 대한 담론을 끝없이 이어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역출판은 지역 콘텐츠를 발굴해 기록할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지역문화와 지역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지역출판인들이 우리나라의 심각한 현안인 수도권 집중화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써 지역주민의 시각에서 의제를 설정하고 확산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문화의 다양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지역의 가치를 공유해야 하며,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양극화된 우리 사회를 개선하는 기반이 돼야 한다는 각오도 나왔다. 지역분권 차원에서 지역출판이 제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 참가자는 지역문화에 투입되는 정부 재정이 1.6%에 불과한 이유는 지역문화인들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므로 내년 대선과 전국동시지방선거 출마자들에게 지역문화정책을 요구하자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춘천을 비롯한 강원도민들이 지역을 기록하기 위해 만든 강원기록문화네트워크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춘천시립청소년도서관에서 열린 강원도 특별전 ‘오래된 미래’에는 속초 아바이마을, 철원 민북마을, 정선 탄광촌, 춘천 소양강댐 수몰민촌 등 지역 기록가들이 만들어낸 생생한 발굴기록이 전시돼 있었다.

지난해 열린 ‘2020 대구수성 한국지역도서전’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축제 시기를 5월에서 10월로, 방식을 대면에서 비대면 중심으로 바꿀 수밖에 없게 되면서 조직위원회가 비대면 시대에 적합한 독서문화축제의 뉴노멀을 만들기로 다짐한 과정이 소개됐다.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당수 계획을 포기하고, 나머지 행사를 온라인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영상 콘텐츠로 제작한 것이다.

특히 모호했던 대구와 수성구의 문화 정체성을 정립하기 위해 수성특별전I ‘대구, 출판문화의 거점’과 수성특별전II ‘수성, 대구정신의 뿌리’의 영상 콘텐츠 제작에 심혈을 기울였다. 덕분에 사흘간 진행됐을 전시는 영원히 남는 영상기록물로 제작됐으며, 행사기간도 춘천 한국지역도서전까지 1년간 온라인 플랫폼에서 이어지게 됐다. 그 결과 온라인 플랫폼을 찾은 접속기록은 하루 평균 50여 건에 해당하는 2만여 건이었다.

우리나라 출판시장은 서울과 파주에 집중되면서 다른 영역과 마찬가지로 수도권 집중화 문제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이 때문에 열악한 여건에서 지역을 화두로 삼는 지역출판인들의 노력은 문화독립운동이다. 이와 함께 지역 콘텐츠를 기록하고 다루는 지역의 저자, 출판사, 서점, 도서관, 언론은 궤를 같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힘을 모을 때 지역이 살아나고, 지역균형발전의 밑거름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김상진〈수성구립용학도서관 관장〉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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