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9일 치러지는 20대 대통령선거가 꼭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대책위원회의 조직과 인적 구성은 선거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선대위는 선거를 치르는 실질적인 역할과 함께 국민들에게 ‘이런 인물들이 우리와 뜻을 함께 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발신하는 기능이 있다. 선대위에 어떤 인물이 참여하느냐에 따라 국민들의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

국민의힘 선대위에는 아직 국민의 신망을 얻을 수 있는 참신한 얼굴을 찾기가 쉽지 않다. 젊은 층의 지지가 중장년 층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국민의힘은 ‘새로운 피’ 수혈을 통한 젊은 층 공략이 최대 과제다. 그러나 선대위 구성과 체제 갖추기에 당과 후보의 발목이 잡혀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릴 여유가 없다. 28일에야 겨우 청년위원회를 꾸렸다.

---국민의힘 윤석열, 곤혹스러운 상황

지난 25일에는 2차 선대위 인선이 발표됐지만 “전략도 비전도 보이지 않는다”는 청년 당직자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주요 본부장 인선에 중진 의원들이 대거 이름을 올리자 “진정 당원과 국민들에게 감동을 준다고 보느냐. 지금 보이는 선대위 모습은 이미 선거는 다 이긴 듯한 모습”이라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또 “2030 청년 유권자들의 마음이 한 달째 심각하게 떠나고 있는데 당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선대위 구성 과정을 지켜보면서 느낀 위기감의 발로다. 변화와 혁신의 몸짓이 보이지 않는다는 절규일 것이다.

국민의힘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선대위 합류여부 논란이 당을 뒤흔들었다. 윤석열 후보의 비전과 역량이 집중 부각돼야 할 시간이지만 김 전 위원장 설득 과정에서 곤혹스럽고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모습만 노출됐다. 지켜보는 보수 층 지지자들의 마음도 불편해지는 상황이다.

김 전 위원장이 합류를 유보한 것은 선대위 인적 구성 등과 관련한 갈등 때문으로 알려졌다. 김 전 위원장의 태도는 ‘나 빼고 대선 제대로 치를 수 있겠나’ 라고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윤 후보도 이번에는 강경모드다. 자신의 구상대로 선대위 인선을 진행하고 있다. 당연하다. 선대위는 후보 중심으로 꾸려져야 한다. 선거를 돕는 사람들은 후보의 뜻을 받아들이는 것이 옳은 처신이다. 생각 차이를 좁힐 수 없다면 미련 두지말고 선거판에 나타나지 말아야 한다.

김 전 위원장 한 사람에게 국민의힘이 쩔쩔매는 모습을 보니 한국 정치의 인력 풀이 이정도 밖에 안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에 대한 호불호 입장을 떠나 우려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의힘은 대선 후보 선출 3주가 지나도록 선대위 구성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그 사이 윤 후보의 경선 승리 컨벤션효과가 사라지면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이 후보는 변화와 혁신을 내세우며 속도감 있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 사과, 대장동사태 책임 일부 인정, 선대위 개편 등으로 중도층 지지세 결집에 나섰다.

다수의 국민들이 정권교체를 열망하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 가도에 이상이 생기면 그런 염원을 외면한 책임을 누가, 어떻게 질 것인가. 궁극적인 책임은 당연히 대선 주자인 윤 후보에게 있다. 그러나 선대위를 뒤흔든 김 전 위원장과 경선 패배 후 승리한 후보를 돕지 않는 홍준표, 유승민 전 후보 등도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번 돌아선 중도층 붙잡기 쉽지 않아

‘쪼잔한 정치’를 하지 말라는 국민들의 질책이 들리지 않나. 자기 생각과 자기 정치만 고집하면 보수가 분열로 망했다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국민의힘 선대위 구성 논란은 국민을 생각하지 않는 정치 행태의 결과다. 국민에게 다가가겠다는 정치는 말뿐이다. 선대위 구성이 갈길 바쁜 후보의 발목을 잡는 희한한 상황이 펼쳐졌다. 유사 사태가 또 한번 되풀이 되면 민심이반은 불보듯 뻔하다.

국민들은 선뜻 손가는 후보가 없다고 한다. 그래도 선거를 외면할 수 없다. 이래저래 정치가 국민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100일은 판세가 몇 번이나 요동칠 수 있는 시간이다. 결과는 예측불허다. 한번 등돌린 중도층을 다시 붙잡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국현 논설실장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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