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리 명칭 변경조차 ‘업무 떠넘기기’ 하나

발행일 2021-11-25 15:13:34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대구 동부지역의 중심인 ‘MBC네거리’가 새 이름을 찾지 못하고 있다. ‘MBC없는 MBC네거리’가 된 것이다. 대구MBC가 지난 9월 초 수성구 욱수동으로 이전한지 2개월이 지났지만 명칭 변경 논의는 운조차 떼지 못했다.

대구시에서는 관련 민원이 없어 ‘지명위원회’를 소집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어처구니없는 해명이다. MBC 이전은 이미 오래전 결정된 일이다. 혼선이 없도록 이른 시일 내 변경을 하는 것이 행정당국의 할 일이다. 그런데도 대응은 강 건너 불보는 식이다.

민원이 없다고 공무원이 해야 할 일을 외면하는가. 어느 나라 공무원인가. 관련 공무원들의 업무를 대하는 태도가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 같다.

이미 민간에서는 MBC네거리의 새로운 명칭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동대구벤처밸리네거리’, 신천동과 범어동의 경계라는 의미의 ‘신범어네거리’, 동신네거리 등의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대구시 부서 간 업무 떠넘기기가 MBC네거리의 새 이름을 제때 찾지 못하는 주요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대구지역 각종 지명 변경을 심의·의결하는 지명위원회(민간인 5명 이상·10명 이내) 구성은 대구시 토지정보과에서 담당한다. 안건 상정은 해당 시설물 관리주체 부서에서 맡는다.

그러나 광역도로인 MBC네거리의 관리 주체인 도로과는 도로 시설물 유지관리 등만 담당할 뿐 지명은 소관 업무가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토지정보과는 자신들도 안건 상정을 할 수 없다며 도로과와 서로 업무를 떠넘기기는 데 급급하다.

혼선의 배경에는 부서 간 업무를 이관하며 업무분장이 모호해진 탓도 있다. 지난해 7월 자치행정과 소관이었던 공공용물 명칭 제·개정위원회가 토지정보과의 지명위원회로 변경됐다. 이 과정에서 관련 규정의 정비가 제대로 안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핑계일 뿐이다. 규정이 현실에 맞지 않으면 서둘러 고치거나 보완해야 한다. 그것이 요즘 강조되는 ‘적극 행정’이고 ‘선제적 대응’이다.

MBC네거리는 지금 당장 지명위원회가 열려도 주민 및 관련 구청 의견수렴 등을 거쳐 국가 지명위원회의 최종 결정까지 6개월이 소요된다. 시민들의 혼란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대구시 공무원들의 소극적 행정과 업무 떠넘기기의 결과다.

더 큰 문제는 이번 논란이 MBC네거리 명칭변경에 국한되는 일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시민들은 업무 핑퐁이 대구시 다른 부서 간에도 만연된 현상의 한 단면이 아닐까 우려한다. 내년에는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잇따라 치러진다.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이 되풀이 돼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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