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석 기상청장

영국 옥스퍼드 사전은 매년 그해의 사회적 분위기와 화제를 잘 대변하고, 앞으로도 영향력을 가질만한 용어를 ‘올해의 단어’로 선정한다. 올해는 백신의 줄임말인 ‘Vax’가 선정됐고, 코로나19 상황이 발생하기 전인 2019년에는 ‘Climate emergency(기후 비상사태)’가 선정됐다. 기후변화로 인한 잠재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환경피해를 피하기 위해 긴급조치가 필요한 상황을 뜻하는 말이다.

지구의 기후는 과거에도 계속 변해왔다. 고(古)기후를 보면 지구의 기후는 지구 궤도 변화에 의해 빙기와 간빙기가 반복됐었다. 비교적 온화해 빙하가 후퇴하는 시기인 현재의 ‘홀로세(Holocene) 간빙기’ 또한 약 1만2천년 전 시작돼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그 이전에는 플라이스토세(Pleistocene世)가 있었으며, 이 기간 동안 4번의 빙기를 거쳤다. 즉 기후는 빙기와 간빙기를 거치며 늘상 변화를 거듭해왔다. 변화가 자연스러운 자연의 이치라면, ‘기후 비상사태’라는 말은 과연 타당한 것일까?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재 인류가 직면한 기후변화와 빙기·간빙기 주기 사이에는 좁힐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한다. 바로 속도의 차이다. 과거 간빙기에 해당하는 온난화 기간은 수천 년에 걸쳐 매우 느리게 진행됐던 반면, 현재의 기후변화는 매우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 과거 2천년을 놓고 봐도 산업화 이후 지구 표면온도는 유례없이 매우 빠른 속도로 수직상승하는 중이다.

지난 8월 승인된 IPCC(기후변동에 관한 정부간 패널) 제6차 평가보고서 제1실무그룹 보고서에 따르면, 1850년~1900년에 비해 2011~2020년의 전 지구 표면온도가 1.09℃ 상승했고, 이와 관련해 전 지구 평균해수면은 1901~1971년 사이 매년 1.3㎜씩 상승했던 반면, 2006~2018년에는 매년 3.7㎜가 상승해 증가 경향이 2.8배나 커졌다.

기후변화의 영향은 광범위하다. 기록적 폭염 발생은 더욱 잦아지고 집중호우, 태풍 등의 강도는 더 강해진다. 홍수, 가뭄, 산불 발생과 같은 자연재해가 전 세계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또한 높아진 기온으로 인해 빙하가 녹고 평균해수면이 높아지면 인구가 밀집되어 있는 해안가가 침수될 위험 또한 커지게 된다.

인간 활동에 의한 기후변화는 이미 국제사회가 합의에 도달한 과학적 중론이다. IPCC는 6차 보고서를 발간하며 ‘인간의 영향에 의한 온난화는 명백한 사실’이라고 못 박은 바 있다. 인간의 경제활동으로 배출된 온실가스가 지구가 방출하는 적외선 복사에너지를 흡수해 지구 온도를 상승시킨다는 점에서다. IPCC에 따르면 현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2백만 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산업화 이전의 이산화탄소 농도(278ppm)에 비해 50%가량 증가해 2020년 413ppm에 도달했다.

이에 우리나라는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 ‘0’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잠정)은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대치를 기록한 2018년 7억2천760만t에 비해 10.9% 감소한 6억4860만t 이었다. 에너지, 수송, 산업분야에서 4~8%가량 감축하며 달성한 성과이다.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등과 같은 정부적 차원의 노력과 더불어, 각 가정에서도 자원 절약을 일상화하고 전 세계적 노력에 동참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2019년에 올해의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公命之鳥)’가 선정된 바 있다.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라는 뜻으로, 이는 어느 한쪽이 사라지면 결국엔 공멸하게 된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다. 마찬가지로 지구를 공유하고 있는 전 세계가 탄소배출 저감이라는 공동목표로 함께 나아갈 때, 비로소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지 않을까.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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