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철환 객원논설위원

내년 3월 제20대 대선은 자유민주주의를 회복하느냐, 아니면 사회적 전체주의로 넘어가느냐, 그 양자택일의 기로다. 나라의 운명을 가를 중요한 선거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더 열기가 뜨겁다. 후보의 돌상까지 끌어오는 모습은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는 건곤일척의 사투라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날이 갈수록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리고, 흑색선전과 가짜뉴스가 범람하고 있다. 승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다 보니 네거티브 진흙탕으로 빠져들고 있는 듯하다.

주먹구구식 네거티브 전략만으로 선거의 낙승을 기약하긴 불안하다. 선거를 지휘할 유능한 장수를 찾아내는 한편 선거캠프에 다양한 인재를 끌어들여 이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효율적 체계적으로 활용하는 진영이 승리한다. 이는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정석이지만 실천하기가 말처럼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상대방도 정석을 알고 그대로 해보고자 나름 최선을 다할 것이다. 여유를 갖고 눈을 조금 돌려보면 요소요소에 원군이 대기하고 있다. 이번 대선의 경우 재보궐선거가 주력부대를 도울 원군이다.

선거캠프는 선거를 움직이는 중심동력이다. 영향력과 상징성을 가진 의미 있는 인사를 포섭하고 영입하는데 공을 들이는 건 당연하다. 필요하다면 삼고초려도 불사해야 한다. 그런 과정에서 알력과 잡음이 없을 수 없다. 대선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리더와 작전을 짤 장자방에 대한 생각이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사안이 위중할수록 고심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고루한 프레임에 갇혀버리는 수가 많다. 선거캠프의 성공 여부는 국민이 판단하는 만큼 특정인의 아집에 발목 잡힐 필요는 없다. 다만 장고 끝에 악수를 두는 일이 없길 바랄 뿐이다.

이번 대선의 변수는 국회의원 보선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 종로구, 서울 서초구(갑), 대구 중·남구, 경기도 안성시, 충북 청주시 상당구 등 다섯 개 선거구에서 국회의원 보선이 예정돼 있다. 그 대상지역이 정치적 상징성을 가진 지역이거나 지정학적 요충지라는 사실 때문에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대선과 같은 날 치러진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선 후보와 보선 후보들 간 시너지가 상상외로 클 수 있다.

국회의원 보선을 대선의 조커로 활용하기 위해선 공천 성공 여부가 관건이다. 국민의 뜻을 잘 헤아리고 시대정신에 부응하는 참신한 인재를 발굴해 공천해야 대선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대선 후보의 약점을 보완하고 시너지를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는 혁신적 공천이 최선의 방책이다. 그러한 성과를 기대하려면 공정하고 선진적인 인재선발 시스템을 갖추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기득권자와의 친소관계나 공천헌금 등 불합리한 관행을 털어내고 공직자로서의 도덕성과 시대를 앞서가는 통찰력을 갖춘 리더를 찾아내는 쪽이 보선은 물론 대선도 거머쥘 터다.

서울 종로구는 정치일번지로 불리는 상징적인 곳으로 수도권의 여론을 선도한다. 전 인구의 반 이상이 거주하는 수도권 표심을 공략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함으로써 수도권 승리를 견인하는 곳이다. 종로구 국회의원은 차기 대선의 잠용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는 점에서 가히 대선주자의 러닝메이트라 할만하다. 대선주자에 버금가는 미래인재를 공천하는 것이 핵심 요체다. 서울 서초구(갑)은 경기도 안성시와 연계해 수도권에서 세력을 결집시키고 바람을 일으키는 태풍의 눈이다. 대구 중·남구는 정권창출의 심장으로 뜨거운 피를 공급해줄 에너자이저가 필요한 곳이다. 충북 청주 상당구는 대선 승리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풍향계로 수도권과 영호남을 이어주는 전략적 요충이다. 상호 간 상생할 수 있는 포석이 필요하다.

대선은 결코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는 원맨쇼가 아니다. 선거캠프와 당원이 합심해 국민에게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고 지지를 받아내는 쌍방향 소통 행사다. 이번 대선은 보선과 같은 날 치러지는 관계로 그 공천이 대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보선에 승리하는 쪽이 대선도 승리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양자는 쌍끌이 러닝메이트인 셈이다. 하지만 아무리 승리가 절박하다 하더라도 넘지 말아야 할 마지노선은 지켜야 한다. 선거가 끝나면 일상으로 돌아가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야 할 이웃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할 따름이다.

오철환 객원논설위원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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