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진〈수성구립용학도서관 관장〉

‘우리 마을 동시(童詩) 페스타’는 용학도서관이 2017년부터 매년 가을 진행해온 ‘우리 마을 동시 암송대회’를 올해 확대 개편하면서 바꾼 명칭이다. 코로나19 사태로 행사 자체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2020년은 예외로 하더라도, 예년과 크게 달라진 대목은 지역공동체 강화에 방점을 두는 방안을 찾았다는 것과 시상방식에서 수상자를 서열화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역공동체 강화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절차상 까다롭고 번거롭긴 하지만, 기획에서부터 실행까지 행사 전 과정을 지역주민과 함께 추진했다. 지산1동, 지산2동, 범물1동, 범물2동에 거주하는 지역주민이 동 단위로 조직한 우리마을교육나눔추진위원회와 함께 움직인 것이다. 일찌감치 지역주민의 동의를 얻기 위한 설명회를 겸한 여러 차례의 기획회의는 물론, 중간중간 진행상황을 확인하기 위한 점검회의도 수시로 마련하면서 의견을 조율했다.

그 결과, 동 단위 추진위원회에서 각자 운영하는 폐쇄형 SNS인 ‘네이버 밴드(BAND)’를 통해 참가자를 모집한 뒤 동시를 암송하는 영상이나 동시를 소재로 한 그림으로 행사 참가자격을 인증하는 1단계 행사를 9월부터 10월까지 두 달간 진행했다. 이어 1단계 인증절차를 거친 참가자 30여 명이 11월6일 용학도서관 시청각실 무대에서 가족 또는 친구들이 응원하는 영상편지에 힘입어 동시를 암송하는 2단계 행사를 진행하게 됐다.

또한 동시암송 수준에 따라 등급을 나눴던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 행사에 참가한 어린이의 특성에 따라 9개 분야의 상을 골고루 시상했다. 구체적으로 소개하자면 암송대장상, 바른발음상, 상큼발랄상, 표현능력상, 감정이입상, 감성장인상, 동시사랑상, 무대매너상, 기억부자상이다. 이처럼 행사가 진행되니 지역주민은 자녀들이 주인공인 행사 운영에 동참할 수 있었고, 어린이들은 상을 받으면서 섭섭한 마음이 들지 않았기 때문에 축제 분위기가 자연스레 연출됐다.

이와 함께 단계적 일상회복에 돌입했지만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참석인원을 제한할 수밖에 없는 행사장에 입장하지 못한 학부모 또는 지역주민이 행사 진행상황을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도록 대형 스크린을 도서관 1층 로비에 마련했다. 지난달 국립중앙도서관이 주최한 ‘2021 사서 한마당 영상콘텐츠 공모전’에서 국립중앙도서관장상을 수상하고,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ifland)’ 환경에서 온라인으로 ‘2021 우리 마을 책나눔축제’를 사흘간 진행하면서 축적된 용학도서관 사서들의 영상 제작 및 활용능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내년에는 이 행사를 지역 동시축제로 본격화할 계획이다. 먼저 명실상부하게 동시를 매개로 우리 마을 어린이들이 모두 동참하는 축제로 승화시킨다는 것이다. 참가 대상을 기존 4개 동 어린이에서 확대해 우리마을교육나눔추진위원회가 조직돼 있는 상동과 황금1동뿐만 아니라, 파동과 두산동 등 용학도서관이 담당하고 있는 수성구 서부권역 어린이들이 모두 동시축제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할 구상이다. 또한 동시를 암송하는 것뿐만 아니라, 동시 창작 분야로도 축제 범위를 확대할 작정이다.

참고로 ‘2021 우리 마을 동시 페스타’에서 초등학교 1~2학년이 가장 많이 선택한 백석 시인의 동시 ‘강가루’와 함께, 임창아 시인의 동시 ‘뱀의 겨울방학’를 소개한다. 모두 어린 시절의 동심을 느꼈으면 한다.

새끼 강가루는/ 업어 줘도 싫단다.// 새끼 강가루는/ 안아 줘도 싫단다.// 새끼 강가루는/ 엄마 배에 달린/ 자루 속에만/ 들어가 있잔다!

월요일 잠/ 화요일 계속 잠/ 수요일 비몽사몽 잠/ 목요일 밤낮 없이 잠/ 금요일 먹지도 않고 잠/ 토요일 오줌도 안 싸고 잠// 즐거운 겨울방학 위해 일요일도 없이 열심히 잠

용학도서관이 동시 암송에 주목한 이유는 우리 마을 어린이들이 평생 기억할 만한 동시 몇 편이라도 외우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동시의 가치를 몇 가지 언급하자면 어린이에게 감성과 상상력을 키워주며, 모국어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또한 자연 및 인간세계와 사물에 대한 직관력과 관찰력을 기르며, 자신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준다. 이 때문에 동시는 어린이 교육용으로 큰 의미가 있는 문학 장르로 평가되고 있다.

동시 암송의 효과는 어린이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부모들도 자녀들이 동시를 암송하는 것을 도우면서 어린 시절 천진난만했던 동심을 다시금 느끼면서 힐링하는 기회가 됐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와 함께 자녀들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용학도서관이 ‘책 읽는 우리 마을’이란 슬로건과 함께 내건 ‘시(詩) 흐르는 우리 마을’이란 기치가 자연스레 구현될 것으로 기대한다.

김상진〈수성구립용학도서관 관장〉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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