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살이 똑똑 듣는다」 (오성문화, 2015)
투박한 대구사투리로 시를 지었다. 발상의 전환, 새로운 시도가 돋보인다. 시를 읽다가 보면 웃음이 절로 난다. 대구토박이라도 못 알아들을 말이 몇 군데 나온다. 그럴 땐 그 부분을 소리 내어 읽어보면 뜻이 통하기도 한다. 사투리는 입으로 말하고 귀로 듣는 소통수단이라서 글자와 친하지 않은 까닭일 것이다. TV가 생활필수품이 되고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이 된 뒤에 태어난 젊은 세대는 대구토박이라 하더라도 알아듣기 힘들 수 있다.
옛날엔 방문판매가 흔했다. 방물장수가 대표적이지만 떡 장사꾼도 집집마다 돌아다녔다. 농경사회와 유교문화의 영향으로 소비의 주체라 할 수 있는 부녀자들이 집안에 갇혀 있은 데다 소매유통업이 낙후된 것이 방문판매를 성행하게 한 배경일 것이다. 집안으로 쉽게 들어갈 수 있었던 푸근한 인심도 한 몫 했을 법하다. 지민떡장사는 떡을 팔러 와서 사주지 않으면 눌러 붙어 가지 않는 떡장수다. 억지로 사게 하는 장사꾼을 칭하는 보통명사로 통용되기도 했다. 누군가 와서 뭔가를 억지로 하도록 한다면 ‘지민떡장사 왔네’하는 식으로 쓰였다.
모르는 사람이 찾아와 떡을 사라고 치대도 화를 내거나 쫓아내지 않고 결국 사주었던 넉넉한 인심이 물씬 묻어난다. 누울 자리보고 발을 뻗는다. 치댈 만 하고 조를 만 하니까 가지 않고 사라고 징징대는 것이다. 남루한 옷차림에 꾀죄죄한 몰골을 무기 삼아 동정심을 죄어 짠다. 쌍둥이 엄마이고 보면 두 아이를 먹여 살릴 일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을 터. 역지사지하는 마음과 측은지심을 자극한다. 결국 가슴 속 깊은 곳에 침잠하고 있는 따뜻한 마음씨를 잣아 올린다.
등에 업힌 아이와 가슴에 안긴 아이가 마치 ‘할매, 우리 엄마 떡 안 팔아주면 우리가 할매를 때릴 지도 몰라요’라고 말하는 듯하다. ‘할매가 선한 웃음을 웃는다.’ 할매가 치마를 걷어붙이고 꼬깃꼬깃 숨겨둔 돈을 꺼내 떡을 사는 것은 정한 이치다. 지민떡장사는 할매를 처음 본 순간 이런 결말을 단번에 알아차렸을 터다.
오철환(문인)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