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조차 낯선 요소수가 우리 사회를 뒤흔들어놓았다. 요소는 한때 우리나라의 주력 상품이었다. 하지만 돈이 되지 않는 데다 공해물질까지 배출하자 국내 생산이 중단됐다. 공산품이 으레 그랬듯이 값싼 중국산으로 대체됐다. 중국과 호주의 석탄 분쟁이 문제였다. 불똥이 우리에게 튀었다.

경유를 주유할 때 서비스로 넣어주던 유류 첨가제가 자동차와 공장을 멈춰 세우는 사단이 벌어졌다. 경유 자동차가 운행 중단 위험에 놓였고, 국내 물류는 마비 일보 직전이었다. 소방차와 청소차 운행마저 위협했다. 요소 비료 품귀는 당장 내년 농사를 걱정할 판국이 됐다. 중국에 읍소하고 다른 나라에 사정해 겨우 위기는 넘겼다. 급한 불은 껐지만 언제 다시 재연될지 모른다.

요소수 사태와 관련, 청와대 참모가 비싼 수업료를 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글로벌 시대, 준비 안된 나라의 진면모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얼마 전엔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전 세계 자동차 업계가 비상이 걸렸다. 파국은 면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 등 국내업체도 상당 기간 조업 중단 등 생산 차질을 빚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는 현재 진행형이다.

-요소수 사태로 드러난 허술한 공급망

코로나19는 전 세계를 팬데믹에 빠뜨렸다. 발생 1년8개월 만에 우리나라에서만 3천 명이 넘는 사망자를 냈다. 전 세계에서 500만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아직도 코로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에너지 위기가 세계를 강타했다. 국내 수입 물가가 급등했다. 인플레이션 공포가 커지고 있다. 원유값이 13년 만에 최대폭으로 올랐다. 기상악화, 물류난에 식량값도 비상이다. 원자재 값 폭등과 공급망 위기로 인한 공급 차질 때문이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에 나섰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다.

요소수 사태는 국가 전략물자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었다. 우리나라 ‘대외무역법’에는 전략물자를 ‘국제평화 및 안전유지와 국가안보를 위하여 수출허가 등 제한이 필요한 물품’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석유·석탄·철강·우라늄·비철금속·고무·공작기계 등 통상 전쟁 대비 물자를 말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의료 자원도 전략물자가 됐다. 마늘과 계란 파동까지 겪은 우리다. 생활 물품 전반과 전략물자를 재점검하고 비축 및 수입국 다변화 등 조치가 필요하다.

2019년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중단으로 우리는 소재·부품·장비 산업이 갖는 의미를 뼈저리게 느꼈다. 미국과 중국 양대 강국의 무역전쟁은 우리의 중국 의존도를 재인식케 했다. 지나친 중국 의존은 큰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지금부터라도 주요 원자재와 부품 등에 대한 대비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 만일의 사태 발생 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고 이겨낼 수 있는 맷집을 갖춰야 한다. 어려울 수도 있지만 모든 일을 미리 대비해야 한다. 그래야 환난이 닥쳐도 큰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위기 상황 헤쳐나갈 역량 있는 인물 뽑아야

세계가 촘촘하게 연결돼 있는 초연결망 시대다. 외국에서 벌어지는 일이 금세 우리나라에도 나타난다. 세계는 공급망 사슬이 얽히고설켜 있다. 나비의 날개 짓이 지구 반대편에서는 태풍을 일으킨다고 한다. 지금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은 어느 순간 우리 안방에 들이닥친다. 우리는 말 그대로 지구촌으로 좁혀진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다.

시경에 상토주무(桑土綢繆)라는 말이 나온다. 새는 폭풍우가 닥치기 전에 뽕나무 뿌리를 물어다가 둥지의 구멍을 막는다는 뜻이다. 미리 준비해 닥쳐 올 재앙을 막는다는 말이다.

모든 일에는 징조가 있다. 큰 지진이 발생할 때는 앞서 작은 지진이 잇따르고 동물들의 이상 행동이 감지된다. 하인리히는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법칙을 밝혀냈다. 이번 요소수 사태만 해도 중국 정부의 요소수 수출 제한 움직임이 사전에 파악됐지만 무시하다가 된 통 당했다. 일만 터지면 허둥대는 정부다.

20대 대통령 선거가 10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위기 상황도 역량을 발휘해 헤쳐나갈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그런 후보를 뽑아야 한다. 먼 산의 불이 바로 발등에 옮겨 붙는 요즘이다.

홍석봉 논설위원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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