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의 2021년 한국시리즈 진출이 좌절됐다. 그래서 대구 야구팬들이 서울로 올라갈 일도 없어지게 됐다. 그러나 올해 한국시리즈를 서울 돔구장에서만 치르기로 한 얼마 전 한국야구위원회의 결정은 개운치 않은 뒷맛이 남는다. 이런 결정이 내려진 게 코로나19 사태로 발생한 리그 중단 탓이고 쌀쌀한 날씨 속에 선수들이 경기하기 힘들 거란 판단에서 나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굳이 이해 못 할 일도 아니긴 하다. 그런데도 그냥 넘겨버릴 수도 있는 일에 지방의 야구팬들이 반발한 건 왜일까. 여기에 그동안 지방이어서 겪어야 했던 여러 일로 인해 부지불식간에 형성된 ‘정서’도 하나의 이유일 수 있다면 지나친 해석일까.
내년 3월의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 각 당이 대선후보 확정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선거전에 나섰다. 여당인 민주당 이재명 후보 캠프는 현 정권의 지지율 하락을 의식한 듯 ‘권력 교체’를, 제1야당 국민의힘 윤석열 캠프는 ‘정권 교체’를 기치로 내걸었다. 국정운영의 기조 면에서도 두 후보는 극명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이 후보가 보편지원과 공공의 역할을 강조하는 ‘큰 정부론’을 강조하는 데 반해, 윤 후보는 선별 지원과 민간의 역할에 무게 중심을 둔 ‘작은 정부론’을 들고나왔다. 또 성장 정책에서도 분배를 통한 성장을 강조하는 이 후보와 달리, 윤 후보는 시장 회복을 통한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유권자로서는 너무나 판이한 정책을 들고나온 두 후보이기에 선택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지방 유권자의 눈으로 보면 이번 대선에서 정작 중요한 것이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두 후보 모두 지방의 살림살이, 즉 정권마다 늘 강조했던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잘사는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정책이 아직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그동안 경선 과정에서 지방을 찾을 때면 두 후보는 한목소리로 그 지역의 현안에 대한 전폭적 지원을 약속하긴 했다. 그러나 거기에서 지방의 살림을 내일 같이 보살피고 걱정하는 진정성보다는 정치 셈법이 더 크게 느껴졌다면 지나친 정치 냉소일까. 그러는 데는 그러나 분명한 이유가 있다. 과거 여러 차례의 대통령 선거에서도 우리는 이와 비슷한 과정을 경험했지만, 그 결과가 오늘날 지방이 처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방정부는 더 전략적이어야 하고 지방의 유권자들은 더 계산적일 필요가 있다.
지금 대구·경북이 사활을 걸고 추진하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 문제를 보자. 입지는 확정됐지만 신공항 완공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고비가 한두 개가 아니다. 국비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특별법도 필요하고, 접근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속도로, 철도 등의 국가도로망 구축도 시급하다. 그리고 장기적 성장을 위해서는 배후도시 조성도 늦출 일이 아니다.
이재명 후보나 윤석열 후보 모두 지역에 와서는 신공항 건설에 지금 걸림돌이 되는 것들을 ‘대통령만 되면’ 다 해결해 주겠다고 했다. 또 대구에는 전기차와 로봇산업을 특화하고, 경북에는 백신클러스터, 의료산업벨트 등을 조성해 지역경제를 살리겠다고도 했다. 이 역시 ‘대통령이 되면’이란 조건이 붙은 약속이다.
바로 얼마 전 일이다. 전국 40여 지자체에서 이건희 미술관을 유치하기 위해 공을 들였고, 문체부는 유치 희망 지역에 대해 명분이나 타당성 측면에서 최적지라며 지자체의 어깨를 다독였다. 그러나 그 결과는 역시 우려했던 대로 서울에 건립하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정부가 지방을 상대로 공수표를 남발한 것이고 듣기 좋은 립서비스만 해준 셈이 됐다. 이런 상황인데 앞으로는 달라질 거라고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
각 당은 앞으로 대선 캠프를 중심으로 후보의 정책을 분야별로 발표할 것이다. 늦어도 연말께부터는 각종 정책토론회도 열려 그 정책의 실현 가능성도 검증될 것이다. 이 시점에서 후보들에게 주문하는 것은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국가지도자로서의 확고한 신념과 이를 법적,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지방분권, 지방재정자립의 구체적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것이다. 인구로는 절반, 면적으로는 88%가 지방에 있다. 지방 유권자들에게는 후보들이 제시할 지방살리기 방안이 20대 대통령을 선택하는 데 있어 첫 번째 기준이 될 수도 있다.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