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지방선거 출마예정자, 시·구의원 현수막 네거리마다 넘쳐나||끝나면 철거 행정기관 몫,

▲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17일 대구지역 곳곳에 정치인들의 수험생 응원 현수막이 걸려 있다.
▲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17일 대구지역 곳곳에 정치인들의 수험생 응원 현수막이 걸려 있다.
수능(대학수학능력시험) 수험생 격려를 명분삼아 내년 지방선거 출마예정 정치인들의 현수막이 대구시 주요 네거리 곳곳에 등장해 시민들이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정치인들의 허례허식과 관계법의 상충으로 현수막 걸기가 매년 되풀이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전북도에서는 ‘불법 현수막 달지 않기’를 선언해 지역과 대조를 이뤘다.

17일 대구 8개 구·군청에 따르면 지난주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관련한 정치인들의 현수막 민원 접수가 하루에도 수십 건씩 쏟아지고 있다.

평소에는 아파트, 헬스장 등 홍보 목적으로 부착되는 현수막에 관한 민원이 주를 잇지만 설날, 추석 등 이벤트가 겹칠 때마다 정치인들의 현수막 민원으로 관계 부서가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추석 연휴 3일간 달서구청이 회수한 정치인들의 ‘귀성객 맞이’ 현수막은 250여 장이다.

통상적으로 구청이 불법 현수막으로 회수하는 양이 100장 내외인 것을 감안한다면 2배가 넘는 수치다.

지자체는 이번 대학수학능력시험 기간 동안에도 회수할 정치인들의 현수막이 지난 추석과 비슷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 정치인들은 일선 공무원들의 업무 과중을 감안해 본인이 회수하겠다고 하며 현수막을 게시하지만 지금까지 정치인 스스로 회수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는 것이 구청 측의 설명이다.

서구청 도시재생과 관계자는 “서구청은 정치인들의 현수막을 따로 집계하진 않지만 설, 추석, 대학수학능력시험 등 행사가 겹칠 때마다 관련 민원과 회수량이 두 배 이상 느는 것이 사실”이라며 “정치인들이 본인들의 현수막을 뗀다고 하지만 시민들의 민원을 고려해 18일 저녁에 회수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과 옥외광고물법이 상충되는 것도 이 같은 현상을 근절시키지 못하고 있다.

옥외광고물 관리법에 따르면 지정 게시대가 아닌 도로시설물, 가로수 등에 내걸린 현수막은 불법이다. 그러나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입후보 예정자의 선거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현수막을 붙이는 데는 별도의 규정이 없어 지자체들이 현수막 강제철거가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전북의 14개 시·군 자치단체장을 비롯해 전북교육감 출마예정자들과 정치인들이 불법 선거 현수막 안 걸기 협약식에 동참했다.

정치인들이 공식적으로 불법 선거 현수막을 걸지 않겠다고 협약을 맺은 건 전국에서 처음이다.

협약식에 참여한 정치인은 80여 명에 이른다.

우리복지시민연합 은재식 사무처장은 “수능 등을 핑계 삼아 불법 현수막으로 시민들에게 다가갈 생각 말고, 올바른 의정 활동으로 다가가야 할 것”이라며 “매년 되풀이되는 불법 현수막과 관련해 지역 정치권이 근절 합의에 앞장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종민 기자 jmkwo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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