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코로나19 팬데믹이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야기했지만,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 세계 경제가 빠르게 회복한 것은 참 다행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물론, 그 덕분에 세계 각국의 재정 여건이 급속히 악화된 것은 사실이다. 지난 해에만 주요 선진국과 개도국이 각각 GDP의 27%, 7%를 경기 방어에 사용했다고 하니 당연히 그럴 만도 하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미증유의 위기로 일컬어지는 만큼 이런 현상은 단기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모두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중장기적으로 보면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볼 수 만은 없을 것 같다.

높은 물가 상승 압력으로 주요국 통화정책의 빠른 전환이 예상되면서, 경기 하방 압력이 강해지고 있는 지금 상황만 고려해보더라도 그렇다. 인플레이션, 슬로우플레이션(slowflation), 스테그플레이션(stagflation) 등 물가 상승과 경기개선세 지연 또는 둔화를 의미하는 경제 용어들이 날마다 뉴스에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 내년에도 세계는 재정의 경기 버팀목 역할에 기댈 수밖에 없는 처지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과연 기대만큼 재정 여력이 따라줄지, 또는 기민하게 반응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세계 경기 회복에 대한 지속 기대감은 접어야 한다.

단기적으로 봐도 이런데 중장기적으로 보면 얼마나 많은 위기들이 현실화될 것이며, 재정은 얼마나 견고하게 세계 경제를 뒷받침할 것인지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지난 달 발표된 OECD의 중장기 재정전망에 관한 보고서는 회원국들에게 경제 운영 전반에 걸친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깨닫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시사가 담겨 있어 눈 여겨 봐야 한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특히 더 잘 살펴봐야 할 보고서로 크게 2가지 이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중 하나는 잠재성장률 하락에 관한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인구구조 악화와 재정과의 관계에 관한 것이다. 물론, 이 2가지 문제는 서로 연관돼 있는 것이긴 하지만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풀어나가지 못하면 재정은 물론 지속가능 성장 기반이 현저히 훼손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위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2.8% 수준으로 추정되는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030년까지 10년 간 1.9%로 하락한 후 2060년까지 0.8%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인은 자본에 해당하는 노동장비율(노동자 1인당 자본투입량)과 절대적인 노동 투입량인 경제활동인구가 급격히 감소함에도 불구하고 생산성에 해당하는 노동 효율성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결국, 노동의 절대 투입량과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잠재성장률 개선을 위한 필요조건이라 하겠는데 만약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2060년까지 헬스케어와 연금 등의 부문을 중심으로 GDP 대비 재정 부담이 지금보다 10%p 이상 상승하게 된다고 한다.

당연히 정년 연장 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노동시장개혁을 통해 이런 부담을 축소시켜주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는 65세 정년 연장 논의 시작 등 관련 부문에 대해 제도적인 측면에서 많은 보완이 있어 왔기 때문에 재정 압박 정도는 타 회원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인구구조 개선을 통한 노동 투입량 증대와 노동생산성 개선이 동반되지 않으면, 결국 잠재성장률 악화와 재정 건전성 훼손은 피할 수 없는 일이 된다.

이제 인구구조 문제(특히,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우리 경제에 있어서 확실한 그레이 스완(Grey Swan)이라고 해도 무방하겠다. 즉, 이미 오래전부터 충분히 예측했고, 인식돼 온 악재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대처하기가 참 까다로워 부정적인 영향을 피해갈 수 없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1995년 고령사회대책기본법, 2003년 저출산사회대책기본법 등 인구구조 개선을 위해 본격 대응한 지 30년에 가까운 일본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는 문제다. 그래서 만약, 우리나라가 지금이라도 뾰족한 대안을 마련해 이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다면 기적적인 일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지켜 볼 일이지만 말이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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