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은 불참·이준석은 침묵…당 사무총장 거취 두고 기싸움

발행일 2021-11-15 16:12:24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최고위서 한기호 총장 교체 주도권 갈등 드러나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5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열린 만화로 읽는 오늘의 인물이야기 ‘비상대책위원장-김종인’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김 전 비대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 선거대책위원회 인선과 사무총장 거취 문제 등을 두고 윤석열 대선후보와 이준석 대표 간 기싸움이 표면화되고 있다.

15일 윤 후보는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고 회의를 주재한 이 대표는 내내 침묵을 지키는 등 갈등이 공개적으로 표출됐다.

국민의힘 공보실은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를 50분 앞두고, 참석 예정이었던 윤 후보가 “다른 일정 관계로 최고위 참석을 못하게 됐다”고 기자단에 공지했다.

윤 후보 측은 “외연 확장 차원에서 당 밖 인사 영입을 위한 조찬 회동 일정이 잡혔다”며 이날 최고위 불참 이유를 설명했지만, 이 대표와의 불편한 기류를 노출하지 않으려는 뜻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표가 회의 모두발언과 기자단 백브리핑을 모두 생략한 것도 그 연장선에서 해석된다. 이 대표가 공개발언을 건너뛰는 일은 이례적이다.

이들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출판기념회장에서 대면했지만 어색한 분위기는 계속됐다. 악수 인사 이후 한 테이블에 앉아서도 별다른 대화는 없었다. 축사에서 상대방을 거명하는 인사치레도 하지 않았다.

윤 후보는 행사장을 퇴장하며 한 질의응답에서 ‘최고위 불참에 따른 이 대표와의 불화설’에 대해 “아니, 매번 나가야 하는 것도 아니고”라며 곤란해 했다.

선대위 인선 관련 질문이 잇따르자 “선대위 이야기는 그만하자. 잘 되고 있으니까”라며 잘랐다.

‘사무총장 교체가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지켜보시죠”라며 즉답을 피했다.

당장 한기호 사무총장 거취 문제부터 힘겨루기가 표면화하는 양상이다. 사무총장은 당의 살림과 조직을 총괄한다.

이 대표 측은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사무총장 교체는 어렵다는 입장인 반면 윤 후보 측은 사무총장은 윤 후보가 결정할 문제라며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내세우고 있는 걸로 전해졌다.

이 대표 측은 “대선은 물론 지방선거 관리까지 업무가 태산인데 지금 상황에서 사무총장을 어떻게 바꾸겠는가”라며 “현재 이 대표는 한 사무총장 유임에 뜻이 확고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무총장 교체 설에 대해서는 “후보가 원하는 것은 맞다”라면서도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이 당대표의 권한을 빼앗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협의해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종 결정을 유보하며 후보와 대표 둘 사이 직접 갈등의 수위를 조절하려는 듯 하지만 주도권 다툼에서 물러설 태세는 아니어서 갈등이 예상된다.

후보 주변에서는 새 사무총장 후보군도 거론된다. 재선 의원 위주로 일부 이름이 오르내린다.

윤 캠프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았던 김영환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당직자가 일괄 사표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의원은 “한기호 사무총장이 윤 후보에게 부담을 주지 않게 하기 위해 이 대표에 사의를 표했다”며 “그의 살신성인 백의종군의 정신이 이어졌으면 한다. 이준석이 이런 정신을 가져 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당직자가 일괄 사표를 내고 윤 후보에게 당직 선택의 기회를 줘야 한다. 그것이 당헌이 정한 당무 우선권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같이 윤 후보와 이 대표가 당무를 둘러싼 기싸움을 본격화했다는 당 안팎 시선이 고개를 들자 이들은 이날 오후 비공개 회동을 했다.

두 사람은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40여분 동안 배석자 없이 단둘이 만났다. 예정에 없던 만남으로 윤 후보 측 제안으로 자리가 마련됐다고 전해졌다.

윤 후보는 회동 후 취재진과 만나 대화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다면서 "하여튼 제가 당 중심으로 선대위를 구성해서 가겠다고 발표했었다. (선대위 인선이) 잘 진행되고 있으니까 걱정들 안 하셔도 된다"고 밝혔다.

이혜림 기자 lhl@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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