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달인…즉석두부마을 함영준 대표||봉덕신시장서 30년째 즉석두부 생산·판매||대구 전

▲ 즉석두부마을 함영준(40) 대표가 갓 생산된 두부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 즉석두부마을 함영준(40) 대표가 갓 생산된 두부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전통시장의 위기가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 30년 전부터 백화점, 대형마트에 손님을 빼앗겨 온 전통시장은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존폐의 기로에 섰다. 소비자들은 위생, 품질, 주차장, 방역 등 다양한 이유로 전통시장을 외면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 냄새 가득한 공간에서 생산되는 대체 불가한 장인의 손맛은 아직도 소비자들이 수많은 불편함을 감수하고 전통시장을 찾는 이유다.

67년 역사의 대구 남구 봉덕신시장이 아직도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수많은 돼지국밥집과 더불어 ‘즉석두부마을’에서 갓 생산된 수제 두부가 있기 때문이다.

매일 오전 4시, 즉석두부마을의 하루는 남들보다 빠르게 시작된다. 30년째 묵묵히 한곳에서 봉덕신시장을 찾는 손님들에게 신선한 수제 두부를 제공해 왔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두부는 하루에만 400모가량에 달한다. 명절 기간에는 그 10배까지 생산이 늘어난다. 나오는 족족 팔려나간다. 갓 나온 따끈한 두부를 사기 위해 오전 6시부터 손님들이 줄을 설 정도다.

즉석두부마을 함영준(40) 대표는 10년 전 창업자인 아버지로부터 가업을 이어받았다.

그는 어렸을 적부터 아버지의 어깨 너머로 두부 제조 과정은 물론 손님을 맞는 방법, 제품에 대한 자부심 등 장사의 모든 것을 배웠다.

함 대표는 장사의 첫손으로 단연 ‘정직함’을 꼽았다.

아버지 대부터 시작된 당일 생산 당일 판매의 철칙은 10년간 한 번도 깨지지 않았다. 유통기한 상으로는 판매에 전혀 문제가 없지만, 가장 신선하고 맛있는 두부를 제공하겠다는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수입산을 섞어 쓰면서 국산이라고 홍보하는 대다수 업체와 달리 철저하게 국산과 수입산 재료를 구분해서 판매하고 있다.

함 대표는 두부의 원재료인 콩 구하기에도 온 힘을 쏟는다.

품질 좋은 콩을 구하기 위해 영양, 죽장, 의성 등 전국 유명 콩 산지를 직접 들르는 수고로움을 기꺼이 감수한다. 이렇게 구매한 콩은 수억 원을 들여 만든 통풍 좋은 전용 창고에서 건조 과정을 거친다.

이 같은 우직한 공정을 거친 수제 두부의 품질에 대해 함 대표는 두말할 것 없는 전국 최고 수준이라고 공언했다.

그는 즉석두부마을 두부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부드러움의 극상이라고 했다. 순두부의 부드러움과는 궤를 달리한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이 부드러움이야말로 공장두부와 차별화되는 전통시장표 즉석두부의 참맛이라고 설명했다.

이곳을 찾는 단골손님들은 30년 전과 지금의 맛이 똑같다며 입이 마르게 칭찬을 늘어놓는다. 30년을 이어온 맛과 믿음은 어느새 대구 전역에 입소문이 퍼져 브랜드화됐다.

2세대 청년상인답게 온라인 및 전자기기에도 익숙하다.

현금결제 혹은 카드결제 정도만 가능한 여느 가게와 달리 제로페이, 온누리상품권, 모바일상품권, 행복페이 등 모든 결제방식을 지원하고 있다.

온라인 판매도 준비 중이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두부와 연계한 식당 오픈도 기획하고 있다.

그야말로 거칠 것 없는 행보를 보이는 함 대표지만, 최근 전통시장이 외면받는 분위기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다. 특히 코로나19 이후부터 대구를 대표하는 전통시장인 봉덕신시장에서도 이 같은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함 대표는 “소비자들이 아직 전통시장에 대한 선입견을 많이 품고 계신 것 같다. 매일 자체 방역, 1주일에 전체 방역 등 수시로 방역활동을 하기 때문에 방역에 대한 걱정은 붙들어 매셔도 된다”면서 “빨리 코로나19가 종식돼 많은 분들이 다시 전통시장을 찾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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