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진 북부본부장

행정안전부가 지난달 18일 인구 급감으로 소멸위기에 처한 전국 시·군·구 89곳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하고 지원대책을 밝혔다. 자연적 인구감소와 사회적 인구 유출에 따라 가속화되는 지방의 소멸을 막기 위한 중앙정부의 첫 조치이다. ​이를 계기로 지방소멸 위기를 해소하는 대책이 본격적으로 나와야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해 정책적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내야 함은 물론이다.

행안부가 이날 ‘인구감소지수’를 통해 지정한 인구감소지역은 89곳으로 경북과 전남 각각 16곳, 강원 12곳, 경남 11곳 등이다. 인구감소지역은 수년 전부터 아기 울음소리가 끊기고 빈집이 급증하며 젊은 청년들은 도시로 나가고 어르신들만 남은 지역으로 이 같은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구 기준 소멸위험 지역은 2017년 83곳에서 2019년 93곳, 지난해 4월엔 105곳으로 증가했다. 경북의 경우 안동·울진·영덕·의성·군위·청송·봉화·영양·울릉 등 16곳이다.

군 지역은 이미 대부분 소멸위험 단계이고 시 지역들까지 진입하고 있어 30년 후엔 모든 시·군·구가 소멸될 위기에 처해있다. 정부는 지자체들의 소멸위기 극복 노력을 행정적·재정적으로 뒷받침하는 지원책을 발표했다. 국고보조사업에서 가점 부여나 사업량 우선 할당, 신설되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의 투입, ‘인구감소지역 지원특별법’ 제정을 통한 제도적 지원 강화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 대책의 성패는 정부의 지속적 뒷받침과 함께 이를 기반으로 지자체들이 얼마나 효율적인 대책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느냐에 달렸다. 서울중심의 ‘수도권 과밀화 정책’ 틀을 벗어나 지역을 살리는 지역정책, 즉 개별지역이 스스로 살아날 수 있는 다양한 지역맞춤형 환경조성이 필요하다.

최근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청년일자리와 주거, 문화공간 조성, 지역사회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임신출산양육 통합서비스 지원 등 청년들의 요구를 반영한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고 있다. 경북 의성군의 이웃사촌마을사업, 밀양시의 가족친화마을 조성, 순천시의 청년센터, 전남 영광군의 지역맞춤형 인프라 확충 등이 성공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특히 영광군, 해남군의 사례에서 보듯이 출산율도 증가하고 있어 지역맞춤형 환경조성의 롤 모델이 되고 있다.

정부는 지역의 일자리 창출과 주거·교육·의료·문화 등 전반적 생활환경 개선, 수도권 규제 강화 정책 등 세심한 후속대책을 더 내 놓아야 한다. 또한 인구감소에 따른 ‘인구 절벽’을 예방하기 위한 근본적인 인구정책도 가다듬어야 한다. 재정지원 또한 구체적 목표와 기준을 세워 지방에 살면서도 수도권 못지않은 환경이 조성되고 인센티브까지 부여된다면 굳이 대도시로 향할 이유가 없다. 정부가 지역의 현실을 보다 정확히 진단해 좀 더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방향성을 제시해 이번 대책이 응급처방으로 끝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최근 수도권블랙홀에 대항하기 위한 광역메가시티 구축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광역시도에서 주도적으로 추진되고 있어 기초시군의 지방자치개념은 아노미(Anomie)상태에 빠진 것 같다. 수도권에 대한 광역단위의 균형발전도 중요하지만 제2의 수도권이 될 수 있는 광역메가시티에 대한 시군단위의 균형발전도 지방소멸을 극복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 광역메가시티로 인해 지방에서의 인구와 경제가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 경북북부지역 같은 농촌지역의 소멸을 가속화시킬 우려가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강력한 수도권분산정책과 지방자치분권으로 시군단위의 생활권역을 집중 지원해 지역 균형발전을 꾀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지방은 인구 유출로 존폐를 걱정하고 수도권은 인구 집중 탓에 주거 등 삶의 질이 떨어지는 악순환을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 지방의 소멸은 곧 국가적 불균형 발전에 따른 우리 사회의 붕괴를 의미한다. 이번 기회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해 정책적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내 지방자립으로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해 나가길 기대해 본다.



황태진 기자 tjhwa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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