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은 일상적 체험에서 시작한다. 일상은 평범해서 새로움이 없다. 그런 탓에 수필을 가벼이 여기는 사람이 많다. 문학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시는 은유적 상상력으로 장식한다. 소설도 허구라는 옷을 입는다. 시나 소설이 진실과 멀리 있다는 느낌이다. 수필은 진실을 걷는 문학이다. 평생 수필의 숲을 거니는 이유다.

문학의 본질은 낯익은 것들을 낯설게 하는 것인데, 내 경우는 반대다. 낯선 것을 낯익게 한다. 이것이 삶의 영역을 확장한다. 그런 의미에서 여행은 글쓰기의 좋은 디딤돌이다. 낯선 풍경 속에서 낯익은 삶을 읽는다.

수필을 쓰는 것은 구체적인 일상을 관념적인 언어로 표현하는 작업이다. 정신적으로 힘들지만, 육체적으로도 힘든 노동이다. 그런데도 글쓰기를 놓지 않는 이유는 성찰과 의미 있는 삶을 다듬기 때문이다. 스스로 꽃이 되고, 존엄한 순간을 경험한다. 수식이 없는 깔끔한 문장으로 쓰는 것도 재밌다. 문장력으로 읽는 사람을 끌어당기고 싶다.

축제에 초대받고 싶어 손을 내밀었는데, 말석이라도 앉을 수 있어 기쁘다. 글을 쓰면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새로운 인연을 맺었다. 고마운 마음 때문인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더욱 파랗게 다가온다.

△월간 수필 문학으로 등단(1996년)

△수원문학 작품상, 백봉문학상

△수필집 ‘나무는 추위에 떨지 않는다’ 외 다수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