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 살인 A씨 고의성 없다고 주장…2심 재판부, “의도적 방치”

▲ 대구고법
▲ 대구고법
대선후보들까지 나서 재판부에 탄원을 하면서 주목을 받았던 이른바 ‘간병 살인’ 청년의 항소가 기각됐다.

대구고법 형사2부(양영희 부장판사)는 10일 중병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아버지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존속살해)로 기소된 A(22)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했다.

A씨는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치료를 받고 퇴원한 아버지 B(56)씨를 돌보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4월 A씨는 치료비를 부담하기 어려워지자 B씨를 퇴원시켰다. 이후 지난 5월1일부터 8일간 아버지에게 치료식과 물, 처방 약 등의 제공을 중단하고 방에 방치했다.

간병 받지 못한 B씨는 결국 숨졌다.

1심에서 A씨는 존속살해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이에 A씨가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도 1심과 같은 판단을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가 퇴원할 때 병원에서 받아 온 처방약을 피해자에게 단 한 차례도 투여하지 않았다. 피고인 자백 진술을 더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죽게 할 마음을 먹고 죽을 때까지 의도적으로 방치했다는 점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이 혼자서는 거동이 불가능한 아버지인 피해자를 방치해 살해한 것으로 패륜성에 비춰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큰 점, 피해자가 퇴원해 자신이 직접 간병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되자마자 범행을 계획한 점 등 불리한 정상과 피고인이 어린 나이로 경제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간병 부담을 홀로 떠안게 되자 미숙한 판단으로 범행을 결심하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원심이 선고한 형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간병 살인은 한 매체가 A씨의 사연을 중점적으로 소개하고 이를 접한 대선후보들이 탄원에 동참하면서 주목받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최근 SNS를 통해 “묵묵히 현실을 열심히 살았을 청년에게 주어지지 않은 자립의 기회, ‘자기든 아버지든 둘 중 한 명은 죽어야만 끝나는’ 간병의 문제,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도 SNS에 “스물둘 청년의 이야기에 가슴이 무너진다. 패륜이냐, 연민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이 비극 앞에서 국가는 도대체 어디에 있었는가의 문제”라면서 탄원에 동참했다.



신헌호 기자 shh24@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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