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운석(한국발효술교육연구원장)

볶음밥은 어느 가정에서나 비교적 간편하게 해먹는 요리다. 종류도 다양하지만 어떤 부재료를 넣느냐에 따라 아주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기도 하다. 다만 보통사람들은 맛을 내기 위해 굴소스를 넣거나 간장을 넣는 반면 전문쉐프는 소금 하나 만으로도 맛을 낸다. 그래야 재료의 색 뿐 아니라 향마저도 그대로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요리들도 마찬가지다. 쉐프는 원 재료의 맛을 잘 드러내기 위해서 양념류마저 최소화해서 담백하게 요리를 해낸다. 감칠맛이나 향미를 위해 어울리지도 않은 향신료 혹은 재료를 더하다 보면 오히려 깔끔함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쓸데없이 덧붙이거나 남발하는 것 중 대표적인 것이 부사(副詞)다. 부사는 동사나 형용사, 부사 본인, 문장 전체를 수식하는 품사다. 문장 속에서 이들을 더 자세하게 설명해 주고 꾸며 주는 역할을 하는 말이다. ‘아주’, ‘매우’, ‘무척’, ‘가장’, ‘과연’ 등등이 있다.

따져보면 부사는 없어도 되는 품사다. 자기 혼자서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다. 문장의 필수요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부사를 쓰면 문장이 거창해진다. 화려해지기도 한다. 훨씬 실감이 나기도 한다. 이것은 남발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서다. 부사를 남발하게 되면 글이나 말이 부풀려지기 일쑤다. 그래서 가능하면 부사를 빼라고 하는 것이 글쓰기의 기본 원칙이다. 형용사와 마찬가지로 부사를 남발하게 되면 문장은 과장이 넘치게 된다.

최인철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프레임(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이라는 책에서 ‘인생의 부사(副詞)를 최소화하라’고 조언한다. 부사나 형용사를 남발하게 되면 문장이 생명력을 잃는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다음은 책에서 인용한 글이다. ‘부사를 남발하는 심리적 이유에 대하여 작가들은 한결같이 자신감의 부족을 지적한다. 불안하면 사람들은 수식어를 많이 쓴다. 생명력이 넘치는 문장을 쓰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부사를 줄이고 자신의 의사를 단순하고 명료하게 전달해야 한다’.

미국의 작가 스티븐 킹은 “지옥으로 가는 길은 부사로 포장돼 있다(The road to hell is paved with adverbs)”고 했다. 부사의 남발을 경고하면서 한 말이다. 조선시대 성리학의 대가 율곡 이이도 1577년 편찬한 ‘격몽요결’에 ‘반드시 깨트려야 할 8가지 나쁜 옛 습관’을 남겼다. 혁구습(革舊習)이다. 그 중 네 번째가 ‘말과 글로 칭찬받으려 겉보기에만 그럴싸하게 글을 짓는 것’이다.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도 마찬가지 아닐까. 자신이 없기 때문에, 불안하기 때문에 자신의 인생에 부사라는 장식물을 달고 다닌다.

글쓰기에서처럼 인생에서도 중요한 것은 주어이고 동사이다. 부사는 곁가지일 뿐이다. 인생에서 부사는 남의 시선이다. 허례허식이고 위선이다.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겉만 화려하게 치장한다거나, 언제 어디서나 집중 조명을 받기 위한 가식적인 삶도 인생에서는 부사에 불과하다.

이것 뿐일까. 실제로 부사같은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은 흔히 보인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모든 이슈를 네편내편 가려서 판단하는 지도자도 있고, 지위나 권력, 명품 이미지로만 포장한 정치인들도 대표적이다. 이미 경제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부와 명성을 쌓아 놓았으면서도 끝없는 탐욕으로 부동산을 통한 재산증식에만 몰두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형용사나 부사처럼 자신의 인생을 수식하는 수많은 프로필을 앞세우는 것도 마찬가지다. 최인철 교수가 왜 ‘인생의 부사를 최소화하라’고 했는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내년 대통령선거 이슈가 연일 메인 뉴스를 차지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국민이 주어이고 동사이다. 당연히 대선 후보는 국민을 꾸며주는 부사가 돼야 한다. 부사가 돋보이는 것은 동사와 잘 어울릴 때다. 그래야 그 부사가 쓸데없는 군더더기가 아님을 증명하는 것이다. 부사는 동사 앞에서 꼭 필요한 약방의 감초 같은 역할을 해야만 문장의 완성도가 높아진다. 다만, 부사는 문장에서 없어도 되는 품사이다. 대선 후보와 후보 캠프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들이 꼭 명심해야 할 말이다.

박운석(한국발효술교육연구원장)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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