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대구·경북)가 승부를 갈랐다. TK는 윤석열을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택했다. TK 당심과 꼰대들이 결국 일을 냈다. 2030 지지를 등에 업고 막판 뒤집기를 노리던 홍준표 후보는 끝내 TK 민심을 되돌리는데 실패했다. 윤석열에게서 정권 교체 희망을 본 TK는 일편단심 민들레였다.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과 폭거에 맞선 윤석열에게 정권 교체 임무를 맡겼다. 윤석열의 우직함과 TK의 바람이 손잡은 결과다.

TK는 한때 추로지향(鄒魯之鄕)을 꿈꿨다. TK는 선비 정신의 본향이다. 예절과 의리를 중시한다. ‘내로남불’ 및 불공정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한번 신뢰하면 끝까지 믿는 기질이 있다.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을 감옥에 보낸 주역이었지만 윤석열과는 궁합이 맞았다. 정권교체를 지상과제로 여기는 TK가 윤석열을 품었다. TK 적자 유승민과 대구 국회의원 홍준표의 구애를 뿌리쳤다.

--TK, 궁합맞는 윤석열에 무한 신뢰 보내

TK는 윤석열의 우직함과 공평 무사를 보았다. 정권 눈치를 보지 않고 공직자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모습에 국민의 믿음을 배신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제 윤 후보는 20대 대통령선거에서 최종 승리로 TK의 갈구와 지지에 답해야 한다. TK는 아싸리하다. 흑과 백이 분명한 것을 좋아한다. 뒷담화나 즐기며 호박씨를 까는 짓은 생리에 맞지 않다. 옳다고 싶으면 손해 보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지난 17대 총선 때 TK 일각에서 지역 발전을 위해 특정 당 일색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여론이 일었다. 하지만 정동영의 노인 폄하 발언 이후 불이익 받아도 좋다며 야당 후보를 택했다. 못 먹어도 ‘GO’였다. 결국 한나라당이 TK를 석권했다. 그 이후 TK는 찬밥 신세가 됐다.

윤 후보의 앞길은 가시밭길이다. 압도적 지지를 보낸 당심과 달리 일반 국민 여론은 홍준표를 택했다. 민심은 윤 후보를 못 미더워했다.

홍준표를 지지했던 ‘2030’이 탈당 행렬을 이루며 국민의힘을 떠나고 있다. 윤 후보 최대 위기다. 등 돌린 2030의 마음을 되돌리는 것이 급선무다. 중도층의 마음도 잡아야 한다.

경선 과정에서 갈라진 당심도 어루만지고 원 팀을 만들어야 한다. 벌써 삐걱댄다. 지지율 보다 배가 넘는 비호감 극복과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도 넘어야 한다. 잦은 실언과 정책 비전 부족, 고발 사주 의혹을 털어내야 한다. 처가 리스크도 극복해야 한다.

대통령으로 가는 관문의 마지막 열쇠는 윤석열 대세론의 본산이자 이재명 후보의 고향인 TK가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종 승자가 되려면 TK의 압도적 지지가 필요하다. 안동 출신의 이 후보가 TK에서 30%의 지지율을 넘어설 경우 윤 후보를 이길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 후보가 안동과 TK에 계속 러브콜을 보내지만 정작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윤 후보에겐 그나마 다행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양강 구도로 전개된 18대 대선이 지금과 비슷한 양상이었다. 막판까지 3파전을 벌이던 안철수 후보는 문 후보와 단일화에 실패하자 백의종군하겠다며 중도 사퇴했다. 진보정의당의 심상정 후보도 문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사퇴했다. 그 결과 박근혜 51.6%, 문재인 48%의 득표율을 기록, 박 후보가 대권을 잡았다.

--최종 관문 통과도 TK 지지 여부에 달려

당시 박 후보는 대구 80.1%, 경북 80.8%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TK가 승리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반면 문 후보는 대구 19.5%, 경북 18.6%의 득표율을 보였다. 결국 이재명 후보가 18~20%인 민주당의 TK 고정표에 이 후보의 TK 프리미엄이 승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윤 후보에겐 TK 사수에 승부가 달린 셈이다.

오늘의 윤석열이 있게 한 건 8할이 조국과 추미애다. 그리고 나머지 2할은 TK의 지지였다. 4개월 앞으로 다가온 20대 대통령 선거도 키는 TK가 쥐었다. TK가 아들까지 버리고 선택한 윤 후보다. 윤 후보는 TK의 성원에 답해야 한다. 이 민심을 오롯이 담아내지 못하면 윤 후보는 물론 야당도 존재 가치가 없다. 남은 기간 정책과 비전을 담금질해 국민 선택을 받도록 해야 한다.

홍석봉 논설위원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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