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석 대구지방보훈청 보훈과

11월11일 오전 11시, 한국전쟁 전몰장병 2천300명이 안장된 부산 남구의 유엔기념공원을 향해 전 세계가 1분 동안 추모 묵념을 시작한다. 이 추모 묵념행사는 국가 기념일인 ‘턴투워드부산,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을 맞아 6·25전쟁에 참전한 유엔군 전사자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기 위해 매년 개최되고 있다.

11월11일이라면 대부분 빼빼로데이를 떠올리겠지만 6·25전쟁에 참전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 22개 유엔참전국과 참전용사의 숭고한 희생과 공헌을 추모하기 위한 이날이야말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야 할 의미 있는 날이 아닐 수 없다.

1950년 6·25전쟁이 발발했을 때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긴급 소집해 북한의 무력 공격을 ‘침략행위’로 선언하고 결의안을 통해 철수를 요구했으나, 북한군이 이에 불응하고 남침을 강행했고, 유엔 회원국들은 북한군의 공격을 격퇴하고 국제 평화와 한반도에서의 안전을 회복하기 위한 원조를 제공할 것을 내용으로 한 ‘유엔 회원국의 북한군 격퇴 참여’를 결정했다. 당시 미국, 영국, 캐나다를 비롯한 총 22개국(전투지원 16개국, 의료지원 6개국) 195만 여 명의 유엔군 장병이 참전해 3만 명이 사망하고, 10만 명이 부상을 입는 등 이 땅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헌신했다.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 추모행사는 6·25전쟁 당시 종군기자로 활약했던 캐나다의 빈스 커트니 한국군 참전협회장이 제안한 것이다. 그는 지난 2007년 유엔기념공원을 향해 부산 현지시간에 맞춰 묵념과 추모 행사를 하자고 제안했고 이를 계기로 이 행사가 시작됐다. 또한 11월11일의 의미는 제1차 세계대전 종전일, 영연방 현충일, 미국 제대군인의 날로 세계인이 참전용사의 희생과 헌신에 추모하고 감사하는 날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이 법정기념일로 지정되면서 앞으로 유엔참전용사를 예우하고 기념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마련됐다.

언젠가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 관련 기사에서, “참전용사의 희생과 공적을 기억하고 잊지 않는 것이 그분들의 희생에 감사하고 은혜를 갚는 것”이라는 글귀를 본 기억이 난다. 그 문구를 보고 1년에 딱 하루, 그리고 1분 만이라도 전몰용사의 희생과 넋을 기리며 묵념하는 시간을 가진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이번 11월11일 턴투워드부산 행사도 세계평화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본다.

정기석 대구지방보훈청 보훈과



권종민 기자 jmkwo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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