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우 시시비비/ 현 대구시청, 신 대구시청

발행일 2021-11-04 14:18:13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대구에서는 최근 공교롭게도 대구시청 이전과 관련된 두 지역에서 개발 계획을 두고 주민들 간 갈등이 생기고 있다. 시청 신청사가 들어설 감삼동 일대와 시청 이전 후 사실상 공동화 위기에 처한 현 대구시청 일대의 상황이다.

현재 두 지역의 분위기는 다소 차이가 있다. 감삼동 일대 주민들이 부동산가격 상승이나 상권 활성화가 기대되는 만큼 개발 이익을 어떻게 하면 최대화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현 대구시청 인근 주민들은 위기를 벗어날 방안을 찾는 데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부동산이 이해가 큰 사안인 만큼 주민들 간에 입장 차이가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자칫 갈등 상황이 타협이나 양보 없이 일방적 주장만으로 치닫게 될 경우 그 개발 계획 자체가 늦춰지거나 차질을 빚어 해당 주민의 이익 훼손은 물론이고, 대구시의 중심지 공간 개발 전략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대구시청 신청사는 감삼동 옛 두류정수장 부지에 2026년께 완공된다.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2023년까지 기본 및 실시 설계를 끝내고 2024년에는 공사에 들어간다. 시는 앞서 이전지 발표와 함께 신청사를 단순한 업무 공간이 아닌 시민들이 소통, 공유하는 도심 광장으로 조성할 계획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여러 차례 지적됐듯이 신청사로 연결되는 기존 진입로가 너무 좁아 통행 접근성과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물론 시는 두류공원 쪽 도로를 확장하면 접근성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밝혔지만, 많은 시민은 이것만으론 시청이 사통팔달의 입지를 갖추기 어렵다고 여전히 불만이 있다.

현재 옛 두류정수장에 접근하는 주 도로로는 지하철과 연계가 가능하고 대중교통이 다니는 왕복 4차선 도로가 있지만, 이 도로가 워낙 오래된 구 도로여서 폭이 너무 좁아 어떤 식으로든 확장이 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시는 3천억 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보상 비용 때문에 이 도로의 확장은 엄두조차 못 내는 형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5월 국토부가 이 일대를 공공개발 예정지로 지정하면서 도로 확장 문제를 풀 실마리를 찾을 거란 기대가 높아졌다. 그런데 이 발표를 계기로 오히려 개발 방식을 두고 주민들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공공개발 예정지를 보는 주민들의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찬성 측 주민들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필요한 인허가 속도가 빨라져 그동안 10년 넘게 지체됐던 재개발 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고, 또 분양가 상한제가 면제되는 등 민간개발 방식보다 인센티브가 더 많다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 측은 공공개발을 하면 민간 개발보다 보상가가 낮게 책정돼 주민들의 재산권이 침해되고, 또 토지소유자 90% 이상의 반대서명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결국 재산권이 걸린 문제여서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대구시청 후적지 개발사업은 현재 관할 구청이 기본구상안을 제시하는 단계이다. 그러나 얼마 전 이 안을 토대로 개최한 주민공청회에서는 전문가들과 주민들 사이에서 기본구상안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적지 않게 나왔다.

기본구상안에 따르면 대구시청 터에 복합문화공간이 될 65층짜리 건물이 새로 세워진다. 여기에는 옥상에 식물원, 지하에 도시형 식물공장인 스마트팜이 들어서고, 또 건물 중간에는 오피스텔형 주거시설과 공연장, 영상스튜디오, 테마파크 등이 입주하게 된다. 구청은 이곳이 향후 대구의 랜드마크가 될 거란 기대도 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주민공청회에서는 이미 40~50층짜리 건물이 많이 있는 도심에서 어떤 차별화 계획도 없이 건물만 65층짜리를 지어 놓는다고 어떻게 랜드마크가 될 수 있을 거며, 겉으론 문화복합 건물이라지만 공간의 40%가량을 주상복합아파트와 오피스텔로 채울 계획이어서 상권 활성화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 기본구상안은 앞으로 세부적으로 더 보완될 것이고 시청 후적지 개발사업의 주체인 대구시의 검토 과정도 남아 있다. 이런 논의 과정에서도 나오겠지만 시청 후적지 개발사업의 핵심은 역시나 시청 이전 후 중심지로서의 역할, 기능에 타격을 입게 될 원도심을 살리는 것이 돼야 할 것이다. 지리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대구의 얼굴인 만큼 신중한 결정이 나와야 한다.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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