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영애(시인)

마을 위쪽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곳에 앵무새 농장이 있다. 말 잘하는 앵무새들은 마을 사람들이 근처 밭에 드나들 때마다 꼬박꼬박 인사를 잘해서 귀여움을 받았다. 새한테 시비 걸 사람도 없을테니 앵무새 농장의 새들은 그저 웃기는 새, 말 잘하는 새의 존재면 족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이 앵무새들이 욕을 하기 시작했단다. 앵무새들은 자신들을 애지중지 돌보는 주인에게 ‘ㅅ’자가 들어간 욕부터 ‘개’까지 불러오는 욕을 ‘안녕하세요?’라는 말 대신에 쓰기 시작한 것이다. 가령 ‘안녕하세요’라고 해야 할 말을 ‘도그 베이비야’라고 하거나, ‘베이비야’, 또는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하곤 했다. 마을의 나이 드신 어르신께 ‘ㅅ’자가 들어간 인사를 하자 어르신들은 어이가 없었고, 기가 막혀 웃는 어르신께 ‘도그 베이비야’라고 해서 혼비백산하게 만들었다. 성격 좋으신 어르신들이 앵무새를 타이르며 인사를 가르쳐도 애들이나 새들이나 좋은 말보다는 욕이 더 재미있는 법인지 도무지 욕을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욕을 가르친 사람이 설마 주인이겠는가. 근처 저수지에 낚시하러 오는 낚시꾼들이 욕 선생일 것으로 추측될 뿐이다. 낚시꾼들에게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하는 새들은 기기묘묘한 구경거리였을 것이고, 누군가 장난삼아 욕을 가르치기 시작했는데 그걸 그만 덜컥 배워서 써먹어 버린 것이다. 앵무새 교육상 도저히 안 되겠다고 생각한 주인은 낚시꾼들이 보이지 않도록 울타리를 쳐 버렸다.

숲으로 둘러싸인 곡란골에 이 욕쟁이 앵무새 뿐이겠는가. 좀 더 산 쪽으로 올라가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다는 꿩 사육장이 있다. 곡란골에는 지금도 산 밭에 가면 커다란 장끼들이 ‘꿔궝꿩’하면서 날아오르는데 이 꿩 사육장에 가보면 까투리들이 가득히 오글거리고 있다. 감기에 좋다는 이 꿩에 야생 엄나무 가지를 잘라 넣고 백숙을 해 먹으면 시원한 국물이 일품이어서 나도 가끔 여기에 꿩을 사러 가곤 한다.

그러나 이 앵무새나 꿩 따위와 비교할 수 없는 새들이 있으니 바로 제비이다. 제비들이 전봇대에 오종종 모여 앉아 지지배배 쫑알거리고 있는 모습은 시골에서도 보기 힘든 모습인데 우리 집 마당에만 나가도 이 제비는 얼마든지 볼 수 있다. 도대체 어디에 둥지를 틀고 있는지 궁금해서 어느 날 산책을 나가면서 집집마다 처마 아래를 살핀 적이 있다. 둥지는 길 가 어느 조용한 집의 처마에 서너 개가 있었는데 가끔 아름답고 고즈넉한 길에서 미친 듯이 달려대는 오토바이 폭주족들의 소음에 제비들이 놀라지 않을까 걱정이다. 여름 내내 집 앞 전깃줄에 앉아 수다를 떨던 제비들은 찬 바람이 불자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렸다.

이렇게 계절 따라 가버리는 제비도 있지만 일년 내내 떼를 지어 와르르 몰려다니는 새들도 있다. 바로 곤줄박이들이다. 이 새들은 수십 마리가 떼를 지어 몰려다니며 탱자나무나 과수원 울타리, 복숭아 나무나 감나무 등에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 소리가 가히 폭우 쏟아지는 소리와 같다. 소곤소곤이 아니라 소리치고 장구 치며 노래 부르고 목소리 높여 친구를 부르니 하루 종일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다. 금방 집 뒤에 있었나 싶으면 언제 앞으로 몰려와 소란을 떨어대는데 가끔은 그들 등쌀에 하던 일을 놓고 멍하니 쳐다보기도 한다. 얼마나 떼를 지어 소란을 떨어대는지 가만히 보고 있으니 그들 몸집이 겨우 탱자알만 해서 어이가 없다.

그렇게 시끄럽게 난리를 치는 곤줄박이도 있지만 밤이 되면 우아한 목소리로 존재를 드러내는 새도 있다. 바로 소쩍새다. ‘솥 적다, 솥 적다’라고 운다는 소리는 아무리 들어봐도 거짓말 같고 그냥 외롭고 적막해서 밤 내내 울어대는 새다. 그것도 한 마리 정도가 밤새 같은 장소에서 운다. 자다가 일어나 소쩍새 울음소리를 듣고 있으면 나도 그만 이 곡란골의 밤이 적막해져서 함께 울고 싶어질 때가 있다. 추워지니 밤새들은 모두 잠에 드는지 조용한데 여전히 난리법석을 떨어대는 곤줄박이들과 흔해서 시큰둥한 참새들만 해가 뜨자마자 왁자지끌 떠들어댄다. 곡란골은 사람 소리보다 새 소리가 더 많다.

천영애(시인)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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