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철환 객원논설위원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 부인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가 매우 엄중하다며 교육부장관까지 발 벗고 나섰다.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한 예비조사 결과를 교육부장관이 국민대에 재검토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는 결국 본조사를 해 표절 여부를 검증하라는 압박이다. 앞서 국민대는 검증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는다는 예비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교육부장관이 본조사의 답을 정해준 것이나 진배없다. 명백한 대학자율권의 침해다.

우선 윤 후보 본인도 아닌 그 부인의 논문 표절 여부가 장관이 나서야 할 정도로 ‘엄중한 것’인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 만약 윤 후보가 영향력을 행사했거나 방조한 혐의가 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허나 그게 결혼 전의 사건이라면 한 개인의 문제일 뿐 장관이 나서야 할 만큼 엄중한 사안은 아니다. 박사학위를 받은 때는 2008년이고 결혼한 시기는 2012년이다. 박사학위 받은 후인 2011년에 두 사람이 만났기 때문에 윤 후보와의 관련성은 전혀 없다. 후보 부인의 표절보다 또 다른 후보 본인의 표절이 훨씬 엄중한 사안이다.

윤 후보와 그 부인의 논문 표절을 엮어보려는 시도는 터무니없는 정치공작이다. 배우자의 처녀 적 일이 공직선거 후보에게 흠이 된다면 앞으로 심부름센터가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질 터다. 결혼 전에 예비신부의 논문 표절 여부까지 조사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표절은 지식 도둑질이긴 하지만 정치적으로 무분별하게 악용돼선 곤란하다. 조건을 따지기도 하지만 서로 아끼고 사랑해서 결혼하는 것이 정석이다. 남의 결혼에 대해 제3자가 당사자의 실연 경험이나 프라이버시 등 과거사를 까발리는 일은 추악하다.

국민대 연구윤리위 규정 제17조에 따르면 연구부정행위는 시효와 관계없이 검증함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다만, 2012년 8월31일 이전의 연구부정행위로서 만 5년이 경과한 사건은 처리하지 않는다는 예외 규정을 그 부칙에 두고 있다. 이 부칙에 의해 2008년 논문의 부정 의혹은 검증시효가 만료돼 연구윤리위가 본조사를 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적절한 해석이고 타당한 결정이다.

한편 교육부는 교육부 훈령인 ‘연구윤리 확립을 위한 지침’에서 연구윤리에 시효가 있을 수 없다는 판단 아래 2011년에 연구부정 행위에 대한 검증시효를 폐지한 사실을 적시, 국민대 연구윤리위 예비조사위의 결정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예비조사결과를 파기하고 윤 후보 부인의 박사학위 논문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이에 교육부는 관련 조치계획을 내놓으라고 국민대를 압박하고 있다.

연구부정 행위에 대한 검증시효를 폐지한 지침은 소급효나 강제력은 없다. 교육부가 훈령을 근거로 권고할 수 있지만 대학이 반드시 그에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교육부 훈령과 다른 규정을 두었다손 관련법규를 위반하지 않는 한 적법하다. 연구부정 검증시효를 폐지한 국민대는 교육부 훈령을 수용한 셈이다. 다만, 부칙에 경과규정을 둬 불소급원칙을 반영한 것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규정을 새로 만들어 기존 적법행위를 소급해 처벌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해친다. 국민대 연구윤리위 규정은 훈령과 법적 안정성을 균형 있게 조화시킨 합리적 규정이다. 불순한 의도로 그 개정을 강요하는 일은 잘못된 횡포이자 나쁜 갑질이다.

현 정부 들어 장관이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편향성을 드러내는 듯하다. 장관은 엄연한 국가공무원이기 때문에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장관이 집권당의 하수인처럼 행동하면 위법한 건 둘째 치고 국정을 제대로 챙길 수 없다. 행정이 일관성을 잃고 정치바람을 탄다면 그 부작용과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이 기회에 정치인을 장관으로 임명하는 제도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 국회의원의 장관겸직은 의원내각제 요소인 만큼 대통령중심제하에선 맞지 않다. 권력집중과 과잉충성이란 부작용만 노정시킨 점을 주목해야 한다.

훌륭한 리더를 선택하기 위한 과거사 검증은 필요불가결하다. 과거사는 미래를 판단하는 시금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보에 관련된 사안에 대한 검증이라는 원론적 한계를 일탈해선 안 된다. 검증이라는 미명하에 애매한 사람을 욕보이는 조리돌림은 집단폭력일 뿐이다. 윤 후보 부인의 논문 표절 논란은 검증 한계 밖의 일탈이다.

오철환 객원논설위원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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